
유류할증료가 내리고 지정학적 불안이 가라앉자마자 여행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그런데 되살아난 수요의 주인공은 가성비 근거리 여행이 아니었다. 2,000만 원 후반대, 사실상 3,000만 원에 육박하는 남미 프리미엄 패키지가 홈쇼핑 방송에서 약 2,550콜을 기록하며 역대급 판매를 올렸다.
교원투어 여행이지가 지난 21일 롯데홈쇼핑에서 선보인 '프리미엄 남미 완전 일주' 얘기다. 회사 측은 남미 상품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의 판매라고 밝혔다. 고물가·고환율에 해외여행 한 번 가기도 부담스럽다는 이야기가 넘쳐나는 시대에, 한 번 여행에 3,000만 원 가까이를 쓸 용의가 있는 소비자가 2,500명 넘게 전화를 들었다는 뜻이다.
상품 구성 자체는 값에 걸맞다. 페루·볼리비아·브라질·아르헨티나 등 남미 4개국을 도는 일정에 라탐항공(LATAM Airlines) 비즈니스 클래스, 5성급 호텔 10박 이상, 우유니 소금호텔 숙박, 마추픽추 잉카레일 퍼스트클래스, 12대 특식, 공항 홈 픽업까지 빠짐없이 채워 넣었다. 소규모 프라이빗 투어에 남미 전문 인솔자와 현지 한국인 가이드가 전 일정 동행한다.
여행업계는 이번 흥행을 장거리 프리미엄 여행 심리 회복의 신호로 해석하며 반색했다. 하지만 뒤집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비용 부담으로 근거리·국내 여행을 택하거나 아예 여행을 포기하는 소비자가 여전히 대다수인 상황에서, 3,000만 원짜리 남미 여행의 흥행을 '여행 심리 전반의 회복'으로 읽기엔 무리가 있다. 극소수 고소득층의 소비가 수치로 도드라진 현상에 가깝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그럼에도 여행사들이 이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한 번 팔면 마진이 크고, 소규모 인원으로 운영되니 관리 부담도 적다. 고가 여행상품이 TV 홈쇼핑의 새 효자 카테고리로 자리 잡는 모양새다. 첫 출발은 오는 9월 20일이다.
박병창 기자 (park_lif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