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ICT 기업 화웨이(Huawei)가 공개한 2025년 연차보고서가 중국 기술 산업의 현재 경쟁력을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인공지능(AI), 운용체계(OS), 자동차를 하나의 생태계로 연결하는 전략이 실적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현지 매체 보도에 따르면 화웨이의 2025년 매출은 약1280억달러, 순이익은 약 99억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약 280억달러로, 연 매출의 21.8%에 달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통신장비 기업을 넘어 AI 시대의 종합 플랫폼 기업으로 변신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받는 부분은 AI와 OS, 자동차를 연결하는 사업 구조다.
화웨이는 AI 연산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소비자 사업에서는 자체 OS인 하모니OS(HarmonyOS) 생태계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5년 말 기준 하모니OS 5와 6를 탑재한 기기는 3600만대를 넘어섰으며, 등록 개발자는 1000만명 이상, 앱갤러리(AppGallery) 내 앱과 서비스는 35만개를 돌파했다.
자동차 부문 성장세도 두드러졌다. 화웨이와 협력 자동차 업체들이 참여하는 하모니 인텔리전트 모빌리티 얼라이언스(HIMA) 차량 인도량은 58만9100대로 전년 대비 32% 증가했다. 또 140만대 이상 승용차가 화웨이의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S)을 탑재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계는 화웨이 경쟁력이 개별 사업 성과보다 세 분야를 하나의 구조로 연결하는 데 있다고 평가한다.
AI 모델과 클라우드 인프라, OS, 자동차 플랫폼을 분리된 사업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생태계 안에서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단순히 AI 모델 성능 경쟁에 집중하기보다 실제 시장과 사용자 접점을 장악하려는 중국식 기술 전략 대표 사례로 꼽힌다.
특히 자동차 사업은 화웨이 전략의 핵심 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소프트웨어와 센서, AI가 통합된 이동형 컴퓨팅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OS와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 중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는 직접 자동차를 생산하지 않더라도 OS와 AI 솔루션을 공급함으로써 산업 내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이는 스마트폰 시대 구글의 안드로이드 전략과는 다른 방식의 플랫폼 모델로 평가된다. 차량 제조보다 소프트웨어와 생태계 지배력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다.
전문가들은 한국에서 화웨이가 여전히 미국의 제재와 미·중 기술 갈등이라는 지정학적 관점에서 주로 해석되는 경향이 있지만, 산업 측면에서는 보다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화웨이는 제재 이후 단순히 생존에 성공한 기업이 아니라 AI와 OS, 자동차를 연결하는 새로운 성장 구조를 구축하며 사업 영역을 재편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기술 산업 경쟁력 역시 이러한 산업 간 결합 능력에서 나온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특정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확보하는 것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을 연결해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 강점을 보이고 있다는 설명이다.
화웨이의 이번 연차보고서는 중국 기술 기업들이 반도체 제약 속에서도 R&D 투자를 확대하고, 자체 OS 생태계를 구축하며, 자동차를 새로운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중국 AI 산업을 분석할 때는 단순히 어떤 모델이 발표됐는지를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어떤 기업이 AI와 OS, 자동차, 클라우드를 어떻게 연결해 시장을 조직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화웨이의 연차보고서는 단순한 실적 발표가 아니라 중국식 AI 생태계 전략이 실제 산업 구조로 구현되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결국 화웨이가 제시하는 미래는 개별 제품의 경쟁이 아니라 하나의 통합 플랫폼 구축에 가깝다. AI를 기반으로 OS를 연결하고, 이를 자동차와 다양한 디바이스로 확장하는 전략이 향후 중국 기술 산업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주목받고 있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