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미애 경기지사 당선인의 공정·혁신·포용 경기준비위원회 반도체초격차전략특별위원회(반도체특위)가 정부의 반도체특별법 시행령 개정안에서 '수도권 배제' 조항이 삭제된 데 대해 환영 입장을 밝혔다.
특위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완성을 경기도 반도체 전략의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고, 추가 반도체 클러스터는 비수도권에 조성하는 '투트랙 전략'을 제안했다. 기존 수도권 반도체 집적지를 흔들지 않으면서,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대응할 신규 거점은 비수도권에서 찾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특위는 25일 정책 브리핑을 열고 수도권 기존 집적지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동시에 국가균형발전과 산업 확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과 인허가, 세제·재정 지원이 반도체특별법을 통해 뒷받침돼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이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봤다.
김용석 반도체특위 공동위원장은 “경기도는 계획된 반도체 클러스터를 적기에 조성해 세계 최대 규모의 K-반도체 클러스터로 키우겠다”며 “수도권의 기존 반도체 집적지역을 반도체 클러스터로 지정해 AI 시대 반도체 초격차의 발판으로 삼고, 추가 클러스터는 비수도권에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위가 내놓은 전략의 핵심은 '선 용인 완성, 후 비수도권 확장'이다. 이미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와 국가산단을 흔들지 않고, AI 반도체 수요 확대에 따른 추가 거점은 비수도권에서 찾겠다는 구상이다.
김 위원장은 “AI 반도체 수요는 이제 시작 단계이고 장기적으로 용인 클러스터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추가 투자가 필요하다면 비수도권에서 이뤄지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입지는 기업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호남권이든 영남권이든 전력과 용수, 인센티브, 인력 양성 여건이 중요하다”며 “기업이 가장 좋은 조건을 보고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국가 예산 배분 과정에서 경기도와 호남권이 경쟁 구도로 비칠 수 있다는 우려에는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쟁으로 보지 않는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용인 클러스터는 이미 부지 조성과 건설이 진행되는 단계인 만큼 이곳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며 “이후 추가 투자는 비수도권 신규 클러스터 조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반도체특위는 추가 클러스터를 비수도권에 조성하는 방안에 대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경쟁 구도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반도체특위는 경기도 반도체 클러스터 조기 완성의 배경으로 중국 반도체 산업의 추격과 AI 메모리 수요 확대를 들었다.
김 위원장은 “현재 한국 메모리 반도체 산업은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수요 폭증으로 유례없는 메모리 슈퍼사이클을 맞고 있다”며 “고대역폭메모리(HBM)가 시장을 견인하고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 실적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의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며 “HBM 호황에 취해 있을 것이 아니라 HBM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위는 향후 반도체 산업의 무게중심이 온디바이스 AI 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로 이동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봤다.
중국의 추격도 주요 변수로 꼽았다. 특위는 중국이 반도체 자립과 고도화를 위해 설계·장비·소재·패키징·테스트 기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AI칩과 범용 D램, 낸드플래시 분야에서도 빠르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반도체 산업은 연구개발, 설계, 제조, 소재·부품·장비, 패키징, 인력 양성이 긴밀하게 연결된 집적산업”이라며 “속도와 효율성이 중요한 대표적인 초분업형 가치사슬 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한 공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인근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신속히 대응해야 수율 손실을 줄일 수 있다”며 “ASML,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AMAT), 램리서치, 도쿄일렉트론, KLA 등 글로벌 기업들이 경기도에 한국 지사와 R&D 센터를 둔 것도 이 같은 집적 효과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특위는 경기도 반도체 초격차 전략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전력·용수 등 핵심 인프라와 종사자 정주 여건을 차질 없이 지원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완성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설계, 제조, 후공정, 소재·부품·장비 기업이 집적되는 K-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둘째는 HBM 초격차 유지와 차세대 메모리 개발 지원, 셋째는 메모리 중심 생태계를 시스템반도체로 다변화하는 전략이다. 특히 제조업 기반이 강한 한국 산업 구조를 활용해 온디바이스 AI 반도체 정책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성남시 판교를 중심으로 한 팹리스 육성 구상도 내놨다. 특위는 팹리스 200개 육성을 목표로 팹리스 전문 공공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고, 창업과 멘토링을 지원해 스타급 팹리스도 40~50개 규모로 키우겠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전력과 용수 확보 문제에 대해서는 도내 지자체 협의체를 통해 풀어가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전력망이 어느 지자체를 통과하느냐가 중요한 만큼 관련 지자체와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고 있다”며 “재원을 미리 마련해 보상 등에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전력 공급 경로, 용수 확보 방식, 재원 규모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김태곤 공동위원장은 “전력과 용수 공급 문제를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협의체를 구성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가산단 행정 절차 지연 문제에 대해서는 수도권 배제 조항 삭제가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김용석 위원장은 “관련 문제가 해결된 만큼 앞으로는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특위는 인재 양성도 경기도의 핵심 역할로 꼽았다. 김 위원장은 “경기도는 직접 사업 주체가 아니라 기업이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지원자”라며 “인허가 절차를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고, 석·박사급 전문 인력 양성과 대학원 설치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태곤 공동위원장은 “산업을 이야기할 때 자금, 전력, 용수보다 먼저 봐야 할 것이 인재”라며 “반도체 산업을 이끌 인재 양성 계획이 경기도 반도체 전략의 중요한 축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