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제조에서 AI 기반 디지털 혁신으로”…KTDI, 첨단소재산업의 미래를 설계한다

디지털 직물설계부터 스마트 생산까지, AI 기술 비서와 함께 첨단 섬유의 제조 혁신을 이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전경
한국섬유개발연구원 전경

대한민국 근대화를 견인했던 섬유산업이 첨단 인공지능(AI)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기술집약형 첨단 소재 산업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단순한 하드웨어 중심의 제조업 탈피를 넘어, 미래 생태계를 선점하기 위한 문명사적 대전환에 가깝다. 그 지각변동의 한가운데서 'AI 전환(AX)'의 나침반을 제시하는 한국섬유개발연구원(KTDI)의 행보에 학계와 산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KTDI가 그리는 첨단 섬유의 핵심은 제품 기획·설계부터 최종 생산까지 전 공정을 관통하는 '생성형 AI와 스마트 가상 시스템'의 융합이다. 이는 기존 제조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통째로 뒤흔드는 일대 사건이다.

KTDI가 독자적으로 구축한 독보적인 인프라는 촘촘하게 맞물린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작동한다. 먼저, 가상공간 속에서 원단 설계와 2D, 3D로 구현하는 '디지털 직물설계(메타패브릭)'가 서막을 열면, 수십 년간 현장 곳곳에 산재되어 도제식으로 전승되던 섬유 기술 자산을 하나로 통합해 구축한 솔루션인 TEX-AI가 소비자에게 맞는 최적의 지식서비스를 제안한다. 여기에 제조 공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다품종 소량 맞춤 생산을 실현하는 '스마트 생산(마이크로팩토리)'이 피날레를 장식한다. 제품기획·설계부터 생산까지, 단 하나의 끊김도 없는 지능형 원스톱 라인이 구축되는 것이다.

직물설계 솔루션 '메타배브릭' 이미지
직물설계 솔루션 '메타배브릭' 이미지

▲시공간 제약을 깬 디지털 직물설계 솔루션, '메타패브릭' = KTDI가 제시하는 AX 기반 섬유 혁신의 첫 단추이자 가장 강력한 무기는 디지털 기반의 초정밀 직물설계 솔루션인 '메타패브릭'이다.

과거의 전통적인 섬유 개발 공정은 그야말로 '시간, 비용, 그리고 인내력이 필요한 끝없는 반복과 기다림의 싸움' 이었다. 아이디어가 제품으로 나오기까지 실을 뽑고, 직물을 짜고, 염색을 한 뒤 가공하는 물리적 샘플 제작 과정을 수없이 반복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비용과 긴 개발 주기는 중소 섬유 기업들의 경쟁력을 갉아먹는 태생적 한계로 지적되어 왔다. 직물 한 장을 수정하기 위해 수주일의 시간을 허비하는 일이 허다했던 것이 섬유 업계의 오랜 현실이었다.

하지만 KTDI가 구축한 메타패브릭 가상환경에서는 이러한 물리적 제약과 고정관념이 완벽하게 깨진다. 메타패브릭은 현실의 섬유를 가상세계에 고스란히 복제하는 일종의 '섬유 디지털 트윈' 기술이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원사의 미세한 역학적 특성부터 복잡한 제직 구조, 빛에 따른 미묘한 색상 변화와 질감까지 가상공간 속에서 마이크로(㎛) 단위로 정밀하게 설계하고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이 기술의 진가는 현장에서 발휘된다. 디자이너와 제조 현장 기술자는 이제 비싼 원사를 걸고 공장을 돌려보지 않고도, 일반 컴퓨터의 모니터 안에서 클릭 몇 번만으로 직물의 물리적 성질과 최종 디자인을 예측한다. 덕분에 통상 수개월이 걸리던 신제품 개발 주기는 획기적으로 단축되었으며, 시제품 제작에 드는 비용 역시 혁신적으로 절감되는 가시적인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메타패브릭이 글로벌 산업계의 화두인 ESG 경영의 마스터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수많은 샘플 원단을 만들고 버리는 과정에서 발생하던 폐수와 섬유 폐기물을 원천 차단하고, 샘플 개발을 위한 공장 가동에 따른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다. 친환경과 효율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으며, 섬유산업이 나아가야 할 지속 가능한 '그린 AX'의 독보적인 롤모델을 제시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지능형 AX의 심장 'TEX-AI'
지능형 AX의 심장 'TEX-AI'

▲파편화된 섬유기술의 집약, 지능형 AX의 심장 'TEX-AI'가 이끄는 지식 혁명=가상공간(메타패브릭)에서 정밀하게 설계되고 수집·축적된 데이터들은 KTDI의 혁신 가치사슬을 연결하는 지능형 허브, 'TEX-AI'를 거치며 폭발적인 시너지를 발휘한다. 메타패브릭이 혁신의 '눈과 손'이라면, TEX-AI는 전체 공정을 진두지휘하는 '지속 가능한 두뇌'인 셈이다.

TEX-AI는 일상적인 대화나 일반 정보 검색에 그치는 범용 AI의 한계를 넘어, 오직 섬유산업의 메커니즘을 위해 태어난 '섬유 전문지식 기반의 생성형 AI'다. 가장 주목할 점은 데이터의 깊이다. 지난 수십 년간 개발되었으나 업계 전반이나 현장 곳곳에 파편화된 채 일대일로 전승되던 국내 섬유기술 노하우와 연구 데이터를 하나로 통합해 빅데이터화 했다. 여기에 시시각각 변하는 글로벌 섬유 트렌드, 갈수록 까다로워지는 친환경 글로벌 규제 정보까지 통째로 학습시켰다. 그 결과, 섬유 소재의 원천 기술부터 고도화된 가공 방법, 글로벌 환경 인증 정보까지 섬유산업 전반의 전문 지식을 실시간 대화형으로 제공하는 독보적인 인프라가 탄생했다.

현장 기술자, 개발자, 연구자나 중소기업들을 위한 TEX-AI는 단순한 검색 도구를 넘어, 수십 년 경력의 베테랑 수석 연구원을 곁에 둔 것과 다름없는 강력한 'AI 기술 파트너' 역할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신제품 개발에 직면한 연구원이 “우주항공 분야나 차세대 모빌리티에 적용할 수 있는 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의 초경량 섬유 제조방법을 추천해 줘”라고 입력하면, TEX-AI는 축적된 방대한 지도를 기반으로 최적의 원사 조합 비율, 제직 밀도, 특수 가공 방법을 단 몇 초 만에 정보를 제공한다. 과거라면 관련 논문을 온·오프라인으로 찾고 수많은 실험을 거치며 수개월간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던 과정을 단숨에 압축해 버리는 것이다.

이처럼 TEX-AI가 제시하는 지식정보 서비스는 앞서 소개된 가상 직물설계 솔루션(메타패브릭)과 실시간으로 연동하게 되어 설계 과정까지 시뮬레이션하도록 고도화된다. 이로 인해 현장의 숙련도 격차를 줄이고, 신제품 개발의 고질적인 병목현상을 해결하는 지능형 AX의 핵심 기폭제 역할을 할 예정이다.

마이크로 팩토리
마이크로 팩토리

▲마침표를 찍는 다품종 소량 맞춤형 공정, '마이크로팩토리'로 완성된 스마트 생산=가상공간(메타패브릭)에서 정밀하게 설계되고, 섬유 기술 인공지능(TEX-AI)의 지능형 검증을 거친 최적의 'AX 데이터'는 최종 단계인 지능형 소규모 스마트 제조 공장, '마이크로팩토리' 라는 첨단 제조 인프라를 만나 완벽한 실물로 탄생한다. 가상과 현실, 지능과 제조공정이 단 하나의 단절도 없이 연결되는 지능형 원스톱 생산 라인의 화려한 피날레다.

과거 섬유 제조의 주류를 이뤘던 공장들은 대량 생산에 최적화된 거대한 설비 탓에 유연성이 떨어졌다. 급변하는 최신 트렌드에 맞춰 소량의 원단을 기획·생산하려 해도, 막대한 설비 전환 비용과 라인 재배치 시간이 소요돼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글로벌 섬유 소재 시장이 개인 맞춤형 중심의 다품종 소량 체제로 급변하는 상황이 우리 중소 섬유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KTDI가 구축한 마이크로팩토리는 이러한 전통적 제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디지털 자동화 공정이다. 실시간 데이터 연동 기술을 기반으로 AX 데이터가 곧바로 첨단 생산 설비로 전송되며, 공정 간의 불필요한 대기 시간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다.

덕분에 글로벌 바이어나 수요자의 요구에 맞춘 고부가 맞춤 섬유 소재, 혹은 유행 주기가 매우 빠른 트렌디한 원단을 주문 즉시 그 자리에서 뽑아낼 수 있는 '다품종 소량 유연 생산 시스템'을 구현했다. 섬유기업들이 고질적으로 안고 가야 했던 신제품 개발의 리드타임 및 악성 재고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것은 물론, 글로벌 첨단소재 시장을 누구보다 빠르게 선점할 수 있는 벨류체인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특히 KTDI 마이크로팩토리는 중소기업의 성장 도약을 이끄는 '개방형 혁신(Open Innovation)의 허브'로서 그 독보적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곳에 구축된 첨단 제조 설비들은 개별 기업이 고가의 장비를 무리하게 선제 도입하기 전, KTDI에서 실제 공정을 시뮬레이션하고 직접 제조 테스트까지 해 볼 수 있는 열린 실험실(Open Lab)로 개방된다.

막대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업들은 대규모 설비 투자에 따른 경영 리스크와 실패 확률을 제로에 가깝게 낮출 수 있으며, 어렵게만 느껴졌던 AX 기술 도입의 장벽을 실질적으로 허무는 혜택을 누릴 수 있다. 기술의 첨단화와 상생 모델의 결합, 이것이 바로 마이크로팩토리가 완성한 대한민국 섬유 스마트 생산의 핵심이다.

첨단 섬유의 'AX 나침반'
첨단 섬유의 'AX 나침반'

▲가상과 현실, 지능을 잇는 유기적 융합, 대한민국 첨단 섬유의 'AX 나침반'이 되다=결국 섬유 AX의 본질은 개별 기술의 화려함이 아닌, '가상 설계(메타패브릭)-섬유 전문지식(TEX-AI)-스마트 생산(마이크로팩토리)'로 이어지는 전주기적 융합에 있다. 시공간을 초월한 가상 세계에서 잉태된 디지털 데이터가 AI의 고도화된 지능을 거쳐, 현실의 스마트 공장에서 완제품으로 탄생하는 이 일련의 과정은 섬유산업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융합형 AX'의 실체다.

단 하나의 단절도 없는 지능형 원스톱 라인은 국내 섬유 기업들의 해묵은 과제였던 생산 효율성 극대화와 글로벌 친환경 ESG 규제 장벽을 동시에 해결하는 마스터키가 될 것이다. 흩어져 있던 과거의 아날로그 자산을 모아 세계 무대를 흔들 강력한 디지털 무기로 부활시킨 쾌거다.

KTDI는 현재 상상을 현실로 바꾸며 전통 제조업의 공식을 새로 쓰고 있다. 가상과 현실, 기술과 지능의 경계를 허문 거침없는 대융합의 여정은 이제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첨단 섬유 시장의 판도를 바꿀 새로운 표준을 제시하고 있다.

김성만 KTDI 원장은 “이제 섬유산업은 노동집약적 전통 산업이 아닌, 데이터와 AI 기반의 초정밀 고부가 산업” 이라며, “국내 기업들이 AX라는 글로벌 패러다임 속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KTDI의 AI 역량과 인프라를 아낌없이 지원해 미래 첨단소재 산업의 버팀목이 되겠다.” 고 강조했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