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몰아준 상속, 유류분 침해 분쟁으로
증여·유증 받은 수증자·수유자가 반환 의무
반환 의무자 여러 명이면 받은 이익 비율 따라 분담

부모가 특정 자녀나 제3자에게 재산을 몰아줘 유류분이 침해됐다면 소외된 상속인은 부족한 몫을 돌려받을 수 있다. 다만 유류분 반환을 청구할 때는 반환 의무자를 정확히 특정해야 한다. 청구 상대를 잘못 정하면 소송 절차가 지연되거나 권리 행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법도종합법률사무소 엄정숙 변호사는 15일 “유류분 반환 의무를 지는 사람은 원칙적으로 유류분을 침해하는 증여나 유증을 받은 수증자와 수유자”라며 “2026년 3월 17일 시행된 개정 민법에 따라 받은 재산 자체가 아닌 가액을 금전으로 반환하도록 청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유류분은 피상속인의 증여나 유증에도 일정 상속인에게 법적으로 보장되는 최소 상속 몫이다. 민법 제1112조에 따라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유류분으로 보장받는다.
유류분에 부족이 발생하면 이를 침해한 증여나 유증을 받은 사람에게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청구 전에는 유류분 부족액을 산정해야 한다. 상속 개시 당시 피상속인이 보유한 재산에 일정한 증여 재산을 더하고 상속 채무를 제외해 유류분 산정 기초 재산을 계산한다. 여기에 유류분 비율을 적용한 뒤 이미 받은 상속 재산 등을 공제해 실제 부족액을 산출한다. 반환 청구는 부족액 범위에서 가능하다.
증여나 유증을 받은 사람이 여러 명이면 각자가 얻은 이익 비율에 따라 반환 책임을 부담한다. 특정인 한 명에게 부족액 전부를 청구하는 것이 아니라 증여·유증으로 얻은 이익에 비례해 책임을 나누는 구조다.
반환 청구 순서도 중요하다. 민법 제1116조에 따르면 유증을 받은 수유자가 있는 경우 먼저 수유자를 상대로 반환을 청구해야 한다. 유증 재산을 반환받고도 유류분이 부족할 때 증여를 받은 수증자에게 반환을 요구할 수 있다.
수증자나 수유자가 사망했더라도 반환 의무는 없어지지 않는다. 유류분 반환 의무는 상속인에게 승계돼 유류분 권리자는 해당 상속인을 상대로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아버지가 장남에게 유언으로 상가를 남기고 생전에 차남에게 현금을 증여한 상황에서 딸이 유류분을 청구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딸은 먼저 상가를 유증받은 장남에게 반환을 청구하고 부족분이 발생하면 현금을 증여받은 차남에게 청구할 수 있다. 장남이 사망했다면 장남의 상속인이 반환 의무를 이어받는다.
개정 민법 시행으로 유류분 반환 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과거에는 증여받은 부동산 등 재산 자체를 돌려주는 원물반환이 원칙이었다. 해당 재산이 제3자에게 넘어가면 반환 대상과 방법을 둘러싼 분쟁이 복잡해지는 문제가 있었다.
개정 민법은 가액반환을 원칙으로 정했다. 유류분 권리자가 수증자나 수유자를 상대로 유류분 부족액에 해당하는 금액을 청구하는 방식이다. 재산을 넘겨받은 제3자를 직접 상대해야 하는 부담도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수증자에게 가액을 반환받기 어렵거나 재산 이동 관계가 복잡한 경우 반환 상대와 방법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은 남아 있다. 유류분 청구 전 등기부와 금융·거래 내역 등을 통해 상속재산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이전됐는지 확인해야 하는 이유다.
엄 변호사는 “유류분 청구는 상대방이 수유자인지 수증자인지, 반환 의무자가 몇 명인지에 따라 청구 순서와 책임 비율이 달라진다”며 “상속재산의 이전 관계를 정확히 파악하고 반환 상대와 청구 가액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엄 변호사는 이어 “상속 개시와 반환 대상이 되는 증여·유증 사실을 안 날부터 1년이라는 소멸시효가 적용되는 만큼 권리 행사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성렬 기자 hisabis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