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진출하는 한국 유통기업들의 전략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과거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을 수출하거나 현지 유통망에 입점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최근에는 일본 법인 설립, 현지 생산시설 구축, 프랜차이즈 확대, 오프라인 유통망 확보까지 사업 모델이 다변화하고 있다. 내수시장을 공략하는 것처럼 일본 소비시장에 직접 뿌리를 내리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은 일본 현지 기업 투자 등을 통해 생산량을 만두, 두부바 등 히트 상품 확대했다. 최근에는 서울우유가 일본 전용 '비요뜨 아이스크림'을 출시하는 등 소비자 입맛에 맞춘 현지화 전략도 활발하다.
외식 프랜차이즈의 움직임은 더 공격적이다. 맘스터치는 올해를 일본 프랜차이즈 사업 확대 원년으로 선언하고 연내 11개 신규 매장 출점을 확정했다. 도쿄와 수도권을 중심으로 매장을 늘린 뒤 내년 말까지 일본 전역 100개 매장 운영을 목표로 제시했다.
더본코리아의 홍콩반점·새마을식당·빽다방을 비롯해 BBQ, 교촌치킨, 컴포즈커피, 메가MGC커피, 할리스 등도 일본 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히 한국 음식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식 서비스와 매장 경험을 함께 제공하는 'K외식' 모델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자리 잡고 있다.

K뷰티는 이미 일본 시장의 주류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CJ올리브영은 지난해 일본 법인을 설립하며 현지 사업을 본격화했다. LG생활건강은 일본 화장품 기업을 인수하면서 사업 기반을 넓혔다. 코스맥스는 일본 생산공장을 구축했고, 아모레퍼시픽은 이니스프리를 앞세워 오프라인 접점을 확대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의 비디비치는 일본 대표 뷰티 편집숍을 대거 판매채널로 확보했다. K뷰티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재구매를 끌어내는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의미다.
K패션도 일본을 글로벌 확장의 핵심 거점으로 삼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해 일본 온라인 쇼핑몰 조조타운 입점 이후 취급 브랜드를 2000개 이상으로 늘렸다. 올해 4월 시부야 팝업스토어에는 17일 동안 7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형지I&C는 일본 5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와 손잡고 캐리스노트를 앞세워 일본 시장 공략에 나섰다. 현대백화점은 파르코와, 신세계는 도큐그룹과 각각 협력해 한국 패션 브랜드의 팝업스토어와 유통망 확대를 지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일본이 더 많은 국가로 진출하기 위한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구매력이 높고 한국과 소비 트렌드가 유사해 성패를 가늠하기 적합한데다, 일본에서 성공한 브랜드가 동남아 등으로 확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4위권 경제 규모인 일본은 거대한 내수 시장을 가졌다”면서 “K브랜드의 가장 중요한 해외 성장 거점”이라고 강조했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