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란표 '오디세이', 원작은 지키고 스케일은 키웠다

영화 '오디세이' 포스터.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오디세이' 포스터.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고대 그리스 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영화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 이후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기 위해 10년간 험난한 여정을 이어가는 영웅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원작의 큰 줄기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놀란 감독 특유의 묵직한 연출과 실사 중심의 압도적인 스케일을 더해 고전을 현대적인 블록버스터로 재해석했다.

개봉 전부터 팬들의 우려를 샀던 요소들은 실제 영화에서는 예상보다 큰 이질감을 주지 않는다. 대표적으로 갑옷을 입은 라이스트뤼고네스의 비주얼은 공개 당시 논란이 있었지만 스크린에서는 세계관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영화 '오디세이' 스틸.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오디세이' 스틸.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놀란 감독은 액션 연출에서는 다소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이번 작품에서는 묵직하고 둔탁한 움직임이 고대 그리스 특유의 분위기와 맞물리며 독특한 설득력을 만든다. 화려함보다 무게감을 강조한 액션이 작품의 결을 해치지 않는다.

거대한 트로이 목마를 구현한 연출 역시 인상적이다. 단순히 신화 속 상징물을 웅장하게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목마 내부에 이타카 병사들이 서로 뒤엉킨 채 숨죽이고 있는 모습을 처절하게 담아낸다. 제한된 공간 속에서 전투를 기다리는 병사들의 긴장감은 이후 전개될 비극성을 더욱 극대화하며, 오디세우스의 계략이 얼마나 위험한 선택이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루피타 뇽오(헬레네·클리타임네스트라 역)와 엘리엇 페이지(엘렌 페이지·시논 역)의 캐스팅을 두고 일부 팬들 사이에서 제기됐던 과도한 PC주의 우려 역시 실제 영화에서는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두 배우 모두 서사 속에서 자연스럽게 기능하며, 캐스팅 자체가 작품의 몰입을 방해한다는 인상은 크지 않다.

'오디세이'를 놀란 감독의 최고작으로 평가하기는 어렵지만 '믿고 보는 놀란'이라는 기대에는 충분히 부응하는 완성도를 보여준다. 영화 전반에는 서늘하고 매캐한 분위기가 흐르며, 명화보다 기괴하게 풀어낸 괴물들은 신화라는 익숙한 소재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영화 '오디세이' 스틸.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오디세이' 스틸.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특히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이미지가 강했던 톰 홀랜드(텔레마코스 역)는 앤 해서웨이(페넬로페 역)와 모자로 열연하며 선입견을 완전히 뒤집었다. 실제 연인인 젠데이아(아테네 역)와 함께 모두 작품 안에서 안정적인 존재감을 보여주며 이전 캐릭터의 흔적을 잊게 만들 정도의 활약을 펼친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영화가 '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라는 원작의 본질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촬영감독 호이트 반 호이테마는 '오디세이'의 비주얼을 '친밀한 서사시(Intimate Epic)'라고 표현하며 “이 영화는 아내와 아들에게 돌아가기 위해 어떤 일이든 감수하려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관객들이 오디세우스의 입장이 되어 고향을 향한 그리움과 열망, 그리고 여정 속에서 맞닥뜨리는 도덕적 딜레마와 윤리적 질문들 등 그가 느끼는 감정을 함께 경험하고 공감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영화는 이 의도를 충실히 구현한다. 이미 대중에게 익숙한 '오디세이아'를 놀란 감독만의 방식으로 새롭게 해석하면서도 오디세우스가 고향으로 돌아가기까지의 긴 여정을 지루하지 않게 끌고 간다. 거대한 스케일 속에서도 결국 한 남자의 귀향과 가족을 향한 절실한 마음에 집중하는 연출이 인상적이다.

또 하나 놀라운 점은 시각적 완성도다. CGI 활용을 최소화했음에도 압도적인 스케일과 장대한 볼거리가 이어진다. 실사 촬영이 만들어내는 질감과 공간감은 고전 신화의 세계를 더욱 생생하게 구현하며, 대형 스크린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영화 '오디세이' 포스터.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영화 '오디세이' 포스터. 사진=유니버설 픽쳐스

다만 모든 선택이 성공적인 것은 아니다. 척추뼈를 연상시키는 아가멤논의 갑옷 디자인은 다른 캐릭터들과 비교해 유독 이질적으로 느껴지며, 움직임 역시 다소 과장돼 몰입을 방해하는 순간이 있다. 신화적 요소를 신비롭고 자연스럽게 풀어낸 작품 전체의 높은 완성도를 고려하면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놀란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대표할 걸작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원작을 존중하면서도 새로운 감각을 불어넣은 연출, 실사 촬영이 만들어낸 압도적인 스케일, 그리고 귀향이라는 인간적인 감정을 끝까지 놓치지 않는 서사를 통해 충분한 만족감을 선사한다.

영화 '오디세이'는 8월 5일 국내 개봉한다. 관람등급 15세 이상. 러닝타임 172분.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