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IST, 신호가 겹치는 환경에서 고에너지 감마선 에너지 분포 복원 성공

고에너지 감마선의 에너지 분포 측정 개념도.
고에너지 감마선의 에너지 분포 측정 개념도.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방우석 물리·광과학과 교수팀이 짧은 시간 동안 매우 많은 감마선이 한꺼번에 검출기에 도달해 신호가 서로 겹치는 고선속 환경에서도 양전자 신호만으로 기가전자볼트(GeV, 10억 전자볼트)급 고에너지 감마선의 에너지 분포와 광자 수를 복원하는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흔히 병원에서 사용하는 엑스선(X선)과 같은 전자기파인 감마선은 원자핵 반응이나 고출력 레이저 실험에서 발생하는 극한 물리 현상을 분석하는 중요한 단서다. GeV급 고에너지 감마선은 의료용 X선보다 수천 배 이상 높은 에너지를 지니며, 감마선의 분포를 분석하면 실험 과정에서 에너지가 어떻게 전달되고 변환됐는지 확인할 수 있어 실험 결과를 검증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하지만 고선속 환경에서는 짧은 시간에 많은 감마선이 동시에 발생해 검출기 신호가 서로 겹치므로, 감마선의 에너지 분포를 정확하게 측정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감마선을 직접 측정하는 대신 감마선이 납판을 통과하며 생성되는 반물질인 양전자 신호를 이용해 감마선의 에너지 분포를 복원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에너지가 높은 감마선은 납판을 통과하는 과정에서 전자(-)와 양전자(+) 쌍을 생성한다. 연구팀은 이 가운데 다른 입자나 배경 신호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 양전자 신호를 이용해 감마선의 에너지와 양전자 신호의 관계를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계산하고, 이를 바탕으로 감마선의 에너지 분포를 역으로 복원했다.

측정된 양전자 신호로부터 복원한 감마선 에너지 분포.
측정된 양전자 신호로부터 복원한 감마선 에너지 분포.

분석 과정에서는 먼저 감마선 에너지 분포의 초기값을 안정적으로 추정한 뒤, 반복 계산으로 세부 구조를 점차 보완하는 분석 기법을 적용했다. 신호 겹침이 심한 고선속 환경에서도 고에너지 감마선의 에너지 분포와 전체 광자 수를 함께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극한 물리 실험에서 발생한 감마선을 더욱 정확하게 분석하고, 실험 결과를 정량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모의 감마선 데이터를 이용한 성능 검증 결과, 감마선을 이루는 전체 광자 수는 실제값 대비 2% 이내의 오차로 복원했으며, 감마선의 '에너지 분포' 역시 실제값과 거의 일치하게 재현했다. 실제 고출력 레이저 실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검증에서도, 복원한 고에너지 감마선의 에너지 분포가 컴퓨터 시뮬레이션 결과와 전반적으로 일치해 기술의 유효성을 확인했다.

왼쪽부터 방우석 교수, 이성민 석박통합과정생, 노유환 석박통합과정생.
왼쪽부터 방우석 교수, 이성민 석박통합과정생, 노유환 석박통합과정생.

이번 연구는 고선속 환경에서 발생하는 고에너지 감마선을 보다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기반 기술을 마련함으로써 향후 레이저 핵융합, 레이저-플라즈마 가속기, 핵물리 등 다양한 극한 물리 실험의 분석 정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방우석 교수는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하면 각 사람의 목소리를 구분하기 어려운 것처럼, 짧은 시간에 대량으로 발생하는 고에너지 감마선은 검출기 신호가 서로 겹쳐 에너지 분포를 직접 측정하기 어렵다”며 “이번 연구는 감마선이 만들어낸 양전자 신호를 이용해 원래 감마선의 에너지 분포와 전체 광자 수를 함께 복원하는 분석 방법을 제시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전남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