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금을 받기 위해 경미한 부상에도 오랜 기간 치료를 받는 나이롱 환자가 줄어들 전망이다. 정부가 불합리한 과잉 치료와 의료 쇼핑을 막기 위해 자동차보험 경상환자 '8주룰'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차관회의에 상정했다. 개정안의 시행일은 오는 9월 10일로, 차관회의 통과 시 국무회의 의결·공포 절차를 거쳐 시행될 예정이다.
8주룰은 상해급수 12~14급에 해당되는 경상·경미 환자가 8주 이상 치료를 받게 될 경우 추가 심사를 거치도록 한 제도다. 정부는 과잉치료를 줄이고 국민 자동차보험료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8주룰을 포함한 '자동차보험 부정수급 개선 대책'을 추진 중이다.
상해등급 12~14급은 통상 염좌나 타박상 등 비교적 가벼운 부상을 입은 환자를 말한다. 국토교통부 설문조사에서는 경상환자 적정 치료 기간으로 8주를 꼽은 응답이 96%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의료 현장에선 경미한 부상에도 장기·과잉 치료를 받는 자동차사고 환자가 지속해서 발생했다.
문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 상승으로 인한 피해가 선량한 보험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이다. 보험사는 손해율을 반영해 갱신 보험료를 산출하는데, 손해율이 높아지면 사고 이력이 없는 가입자 보험료도 함께 오를 수 있는 구조다. 나이롱 환자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이 많아질수록 일반 보험가입자 보험료도 상승한다는 의미다.
이에 정부는 경상환자가 사고 이후 8주를 넘겨 치료를 받을 경우, 추가 진단서를 제출하고 별도 심사를 통해 치료 적정성을 확인하도록 하는 절차를 마련했다.
지난해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85%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형 손해보험 4개사(삼성화재·DB손보·현대해상·KB손해보험)가 지출한 한방병원 경상환자 인당 치료비는 108만3000원으로 양방병원(35만5000원)보다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방병원에서 과잉치료와 의료쇼핑 행위가 발생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당초 8주룰은 올해 초 시행될 예정이었지만, 한의계와 소비자 단체 등 반발로 시행이 지연돼 왔다. 국토교통부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개정안을 차관회의에 상정하면서 제도 도입이 다시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보험업계는 이번 8주룰 도입과 함께 국민 자동차보험료 부담을 경감하고, 그간 자동차보험 고질적인 문제로 여겨졌던 과잉 입원·치료 관행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8주룰은 경상환자 치료를 제한하는 것이라 한번 더 확인하자는 취지로 입원치료 적정성이 확인된다면 추가 치료를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다”며 “한의계와 소비자단체 일각에서 반대 의견이 있어 도입이 미뤄져 왔지만, 다시 속도가 붙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진혁 기자 s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