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단상] 데이터로 본 노벨상과 시사점

박종구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 전담 교수
박종구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 전담 교수

해마다 10월이 되면 노벨상 관련 뉴스가 단골로 등장한다. 평화상과 문학상 부문에 경사가 있었으나 과학 부문에는 아직 반가운 소식이 없다. 몇몇 과학자가 주목받고 있어 올해도 뉴스가 될 것이다. 노벨상 자체에 집착할 필요는 없겠으나 과학기술 발전에 크게 공헌한 성과를 인정받는 것인 만큼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 런던정경대의 알렉산더 크라우스는 1901년에서 2022년 사이 전체 노벨상 533건을 포함해 총 750건의 주요 발견이 어떻게 나왔는지를 분석한 내용을 소개했다. 여기에는 엑스선, 페니실린, DNA 이중나선 구조, 중합효소연쇄반응(PCR) 등 잘 알려진 발견이 망라돼 있다.

발견자들을 보면 우선 과학자가 아닌 일반인은 한 명도 없었다. 두 개 이상의 학위를 가진 과학자가 전체 노벨상의 54%, 비노벨상 발견의 42%를 차지했다. 특히 2000년 이후 나온 주요 발견의 경우 두 개 이상의 학위를 가진 과학자가 70% 이상을 차지했다. 또 발견 시점의 과학자의 평균 연령은 1901~1950년 중에는 38세, 1951~2000년 중에는 40세로 높아졌으며, 최근 2001~2022년 중에는 50세로 더욱 높아졌다. 발견 당시 연구자의 소속은 대부분 대학이었다.

전체 발견 중 84%는 새로운 도구나 방법에 관한 것이었으며, 나머지 16%는 새로운 도구나 방법 혹은 기존의 것을 새로운 용도로 활용해 우연히 발견한 성과였다. 현미경 혹은 전자 현미경, 분광기, 엑스선 발생장치 등이 전자에 속하며 고급 통계 방법이나 엑스선 분석법 등이 후자에 해당한다. 전체 발견 중 과학적 도구나 방법과 무관한 것은 없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도 빛의 속도는 항상 일정하다(광속 불변의 원리)는 마이컬슨-몰리의 실험 결과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푸른곰팡이에서 우연히 발견한 페니실린도 엑스선 분석법이 있었기에 분자 구조를 밝히고 대량 생산에 이를 수 있었다.

여러 발견이 소규모의 단독 연구에서 나왔다. 연구자가 스스로 고안한 간단한 실험을 통해 새로운 현상을 발견한 후 체계화한 것들이었다. MRI 장비의 출발점이 된 최초의 핵자기공명(NMR) 분광계를 개발하는 데는 450달러(2025년 가치 기준 7379달러)가 들었다. 핵물리 분야뿐만 아니라 의학 분야 등에 널리 쓰이고 있는 입자 가속기 시제품을 만드는데는 25달러(2025년 기준 467달러)가 들었다. PCR 기술은 생명공학 기업 소속 연구원이 개인적 호기심으로 실험실에 있던 시약과 튜브, 수조 등을 이용해 개발했다.

크라우스의 분석은 여러 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과학이 고도로 발전하면서 새로운 발견이 나오는 환경이 달라지고 있다. 많은 발견이 학제 간 경계 영역에서 나오므로 여러 영역의 전문 지식을 획득해야 하는 것은 물론 전혀 다른 시각으로 문제를 통찰하는 능력이 필요하게 됐다. 새로운 현상을 관찰하고 측정하는데 필요한 새로운 수단이나 방법을 찾는 연구가 발견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 한편 목표 달성에 집중하는 대형 연구보다는 안정적이면서도 부담 없이 연구자가 호기심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에서 많은 발견이 나왔다.

우리가 노벨상에 버금가는 창의적인 성과를 창출해 내기 위해서는 학제 간 고도의 융합을 끌어낼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융합연구에 집중하는 대학원에 다양한 전공자가 박사과정이나 박사후과정에 참여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젊은 연구자들이 단기 성과에 매달리지 않고 미지의 영역에 도전할 수 있는 안정적인 연구 풍토를 조성해야 한다. 작은 아이디어도 놓치지 않도록 자율적이고 유연한 연구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새로운 수단이나 방법은 그 자체가 중요한 발견이며 우연한 발견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지만 성과 창출이 급한 연구자들이 꺼리는 영역이므로 제도적으로 장려할 필요가 있다.

곧 다가올 노벨상 시즌에 앞서 노벨상을 포함한 주요 발견을 낳은 환경이 우리의 과학기술 환경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박종구 성균관대학교 산학협력 전담 교수 jkptl@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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