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조 돈보따리에도 주가 못 버텼다…주주환원 '수급 효과' 시험대

코스피가 소폭 하락세로 출발한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스피가 소폭 하락세로 출발한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와 코스닥,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대 150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주주환원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주가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주주환원 발표 후 첫 거래일인 24일 8% 넘게 급락했고, 오전 장에서 상승세를 보이던 SK하이닉스도 오후 들어 하락 전환해 장을 마쳤다.

24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8.70% 내린 25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도 3.07% 하락한 167만1000원에 마감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두 회사의 주가는 뚜렷하게 엇갈렸다. 오전 10시30분 삼성전자가 6.48% 떨어진 반면 SK하이닉스는 1.85% 상승했다. 그러나 오후 들어 매도세가 거세지면서 SK하이닉스마저 하락세로 돌아섰고, 삼성전자는 낙폭을 8%대로 키웠다.

코스피 역시 3% 넘게 하락하며 6700선을 내줬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215.99포인트(3.12%) 내린 6696.96으로 마감했다. 장중 한때 6656.07까지 밀렸다. 반면 코스닥은 11.39포인트(1.42%) 오른 813.33으로 장을 마쳤다.

150조 돈보따리에도 주가 못 버텼다…주주환원 '수급 효과' 시험대

지난주 주주환원 발표 직후와 달리 이날 주가는 힘을 받지 못했다. SK하이닉스는 자사주 매입이 시작된 지난 20일 12.73% 급등했고, 삼성전자도 21일 정규장에서 3.87% 올랐지만 이후 상승분을 반납했다. 최대 15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이 추가 상승 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삼성전자는 약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 방안을 내놨다. 3분기 중 약 30조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하고, 나머지 60조~80조원은 내년 1월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포함해 결정한다. SK하이닉스는 4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오는 11월까지 매입해 전량 소각하고, 2025~2027년 누적 잉여현금흐름(FCF) 환원 목표도 '50% 이상'으로 높였다. 두 회사의 주주환원 규모를 합하면 최대 150조원이다.

시장에서는 두 회사의 환원 방식 차이가 단기 수급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우선 현금배당을 시행하지만 SK하이닉스는 직접 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배당과 달리 자사주 매입은 실제 시장에서 새로운 매수 수요를 만들어낸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0일부터 하루 약 65만주씩 자사주를 매입하고 있다. 일평균 거래량의 약 12~15% 수준이다. 이날 두 종목이 모두 하락했지만 삼성전자보다 SK하이닉스의 낙폭이 상대적으로 작았던 배경 중 하나로 자사주 매입에 따른 수급 효과가 거론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최대 110조원 규모의 환원책을 내놨지만 당장 시장에서 발생하는 직접적인 매수 효과는 제한적이다. 나머지 60조~80조원의 환원 방식도 아직 정해지지 않아 자사주 매입을 기대했던 투자자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수 있다.

결국 추가 상승 여부는 외국인 수급이 좌우할 전망이다.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면 주주환원만으로 주가를 방어하기 어렵지만, 매수세가 돌아오면 대규모 환원책이 반도체 대형주의 수급을 받쳐줄 수 있다.

이영곤 토스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정책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에게 긍정적인 변화로 볼 수 있지만 주가 수급에 미치는 효과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강화한 SK하이닉스가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며 “삼성전자는 대규모 현금배당을 통해 안정적인 현금환원을 보여주는 반면 SK하이닉스는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해 주주환원과 주당가치 제고, 수급 개선을 동시에 추구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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