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의 대표적인 여름 풍경인 불꽃놀이가 사라지고 있다. 행사에 들어가는 비용이 크게 늘어난 데다 일손 부족과 폭염, 태풍 등 각종 악재가 겹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축제를 취소하거나 불꽃 대신 드론을 띄우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31일(현지시간) 요미우리신문은 지난달 31일 후쿠시마현 스카가와시가 올해 '샤카도가와 불꽃축제'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약 50년 전 시작된 이 행사는 매년 10만명 안팎의 관람객이 찾았으며, 약 8000발의 불꽃을 선보여온 지역의 대표 행사다.
축제를 접기로 한 배경에는 급격히 불어난 지출이 있다. 그동안 약 7500만엔(약 6억4400만원)의 행사비를 기업 등의 후원으로 마련했지만 최근 경비와 인건비는 물론 각종 자재값까지 오르면서 부담이 커졌다. 행사 운영에 필요한 시청 직원들을 확보하는 것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같은 규모로 축제를 다시 개최할 경우 필요한 비용이 최대 9200만엔(약 7억90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군마현 다마무라마치 역시 물가 상승과 관련 기금 소진 등을 이유로 1989년부터 이어온 '다마무라 불꽃축제'를 중단하기로 했다. 교토부 기즈가와시는 30년 이상 시민축제의 마지막을 장식했던 불꽃놀이를 없애고 드론 공연으로 대체했다.
불꽃 제작비가 오른 데는 엔화 가치 하락도 영향을 미쳤다. 불꽃 제조에 사용되는 화약 원료 상당 부분을 해외에서 들여오기 때문이다. 일본 재무성 자료에 따르면 흑색화약의 주요 재료인 질산칼륨의 평균 수입 단가는 올해 상반기 1㎏당 177엔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1년과 비교해 50% 이상 오른 수준이다. 불꽃에 색을 입히는 나트륨 등 다른 재료 역시 약세를 보이는 엔화의 영향으로 가격이 상승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도 원료 조달에 부담을 주고 있다. 일본연화협회는 2022년 전후부터 화약에 필요한 일부 원료를 해외에서 확보하기 어려워졌다고 설명했다. 일부 원료가 탄약 생산 등에 활용되고 있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불꽃 제조업체 다구마화공 관계자는 “특히 사용할 수 있는 예산이 적은 지방 축제일수록 행사를 유지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축제를 계속 열기로 한 지역에서는 관람객에게 비용을 부담시키는 방식으로 재원을 확보하고 있다. 데이코쿠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일본 주요 불꽃축제 106곳 가운데 유료 좌석을 마련한 행사는 2019년 71곳에서 올해 84곳으로 증가했다. 전체의 약 80%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 중 45곳은 지난해보다 좌석 요금을 인상했다.
고가 좌석도 등장했다. 이바라키현 사카이마치에서 다음 달 열리는 '도네가와 대불꽃축제'는 올해 3만발의 불꽃을 선보일 예정이며, 유료 좌석을 지난해보다 1만석 늘린 4만석으로 확대했다. 최대 6명이 사용할 수 있는 캠핑카 포함 테이블석은 50만엔이라는 높은 가격에도 판매가 끝났다.
한편, 오는 5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는 '서울세계불꽃축제'가 열린다. 서울시는 100만명 이상의 인파가 몰릴 것에 대비해 안전인력 6800명을 투입한다. 주변 도로를 통제하고, 지하철 운행횟수를 늘리는 등 교통 대책도 전개할 예정이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