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원 내면 드라마 주연”…AI에 밀린 中 촬영장 “관광객 캐스팅”

중국의 대표적인 영화·드라마 촬영지인 헝뎬 월드 스튜디오가 관광객을 대상으로 직접 숏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사진=SCMP
중국의 대표적인 영화·드라마 촬영지인 헝뎬 월드 스튜디오가 관광객을 대상으로 직접 숏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사진=SCMP

중국의 대표적인 영화·드라마 촬영지인 헝뎬 월드 스튜디오가 관광객을 대상으로 직접 숏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인공지능(AI) 확산으로 촬영 산업이 위축되자 관광객을 새로운 수요층으로 끌어들이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2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헝뎬 월드 스튜디오는 지난 8월부터 관광객이 직접 배우로 참여해 숏드라마를 촬영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1시간 체험 비용은 218위안(약 4만2000원)부터이며, 메이크업과 의상, 스타일링 등을 포함하면 388위안(약 7만5000원)이다. 가족이나 기업을 위한 단체 상품도 마련됐다. 가격은 3800위안(약 73만원)과 1만2000위안(약 231만원) 수준이다.

헝뎬 월드 스튜디오는 그동안 인기 영화와 드라마의 촬영장을 둘러보려는 관광객들이 주로 찾았다. 약 30㎢ 규모의 부지에 100개가 넘는 촬영장이 있으며, 중국의 5000년 역사를 재현한 다양한 세트가 조성돼 있다.

최근에는 관광객이 촬영장을 구경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작품에 출연하도록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참가자는 배우나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장면을 연기하고 자신만의 숏드라마를 촬영할 수 있다.

일부 감독은 직접 연기를 시범 보인 뒤 참가자의 표정과 동작을 교정해준다. 눈을 깜빡이거나 웃는 타이밍까지 알려주며 연기를 돕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확산으로 침체된 현지 촬영업계에도 새로운 일거리가 생겼다. 한 숏드라마 감독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촬영한 작품이 2편에 불과하다며 예년보다 제작량이 크게 줄었다고 밝혔다.

반면 관광객 대상 프로그램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은 감독도 있다. 장씨 성의 한 감독은 하루에 최대 20편의 숏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한 숏드라마 스튜디오는 한 젊은 여성이 6개월 동안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숏드라마 17편을 제작해달라고 의뢰한 사례도 소개했다. 스튜디오 측은 이를 일종의 '심리 상담'과 같은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평소 상상하던 이야기를 직접 연기해보려는 수요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온라인에서도 “드디어 연예계에 들어갈 수 있다”, “하루 종일 사람을 때리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 등의 반응이 나왔다.

중국의 대표적인 영화·드라마 촬영지인 헝뎬 월드 스튜디오가 관광객을 대상으로 직접 숏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사진=SCMP
중국의 대표적인 영화·드라마 촬영지인 헝뎬 월드 스튜디오가 관광객을 대상으로 직접 숏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선보였다. 사진=SCMP

헝뎬이 관광객을 대상으로 숏드라마 제작에 나선 배경에는 AI의 급속한 확산이 있다.

중국 국가라디오방송에 따르면 지난해 헝뎬에서는 기존 대형 시대극 중심의 제작 환경이 세로형 숏드라마 중심으로 바뀌었다. 당시 4000명 이상의 제작 인력이 숏드라마 제작에 참여했으며, 제작량은 전년보다 237% 증가했다.

그러나 숏드라마 시장의 성장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올해 1분기 새롭게 공개된 숏드라마 12만8000편 가운데 95%가 AI를 활용해 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AI가 배우와 촬영 인력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헝뎬에서 일감을 찾아 생활하는 이른바 '헝퍄오(横漂·헝뎬에 떠도는 사람들)'의 실업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헝뎬 월드 스튜디오는 관광객이 직접 촬영에 참여하는 체험형 상품을 내놓으며 새로운 수익원을 모색하고 있다. AI로 대체하기 어려운 '직접 경험'을 앞세워 침체된 촬영 산업과 관광 시장을 동시에 겨냥한 전략이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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