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어러블 센서와 피부 부착형 의료기기는 다양한 생체신호를 지속 측정할 수 있어 현대 의료에서 활용 범위가 넓다. 하지만 의료용 접착제는 안정적 부착력 확보에만 중점을 둬 기기를 제거할때는 피부가 손상되는 문제점이 있다.
포스텍은 김진태·김석 기계공학과 교수와 통합과정 김우현·정혜인 씨 연구팀이 미국 텍사스텍대 손창희 교수, 노스웨스턴대 존 로저스 교수 연구팀과 함께 붙일 때는 '착' 달라붙지만 뗄 때는 쉽게 떨어지는 의료용 접착패치를 개발했다고 16일 밝혔다.

심장 박동이나 호흡을 측정하는 의료 모니터링 기기는 잘 떨어지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기존 의료용 접착제는 '얼마나 잘 붙느냐'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문제는 뗄 때 발생한다. 강하게 붙어 있는 만큼 떼어낼 때 피부에 큰 힘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피부가 여린 경우 부착과 제거를 반복하면 피부 자극과 표피 손상, 심하면 피부가 벗겨지는 문제가 생긴다. 의료계에서는 이를 '의료용 접착제로 인한 피부 손상(MARSI)'이라 부른다.
연구팀은 '형상기억고분자(SMP)'라는 소재를 통해 잘 붙으면서도 잘 떨어지는 접착제의 해법을 찾았다. 이 소재는 원래 형태를 기억하고 있다가 특정 온도가 되면 본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성질을 지녔다. 연구팀은 접착패치 표면에 아주 작은 피라미드 모양 돌기를 촘촘히 새겼다. 평소에는 이 피라미드가 납작하게 눌린 상태로 피부와 넓게 맞닿아 단단히 붙어 있다. 그러다 떼어내야 할 때 열을 가하면 납작했던 피라미드가 원래의 뾰족한 모습으로 되살아나면서 피부와 닿는 면적이 확 줄어든다. 접촉면이 작아지니 훨씬 적은 힘으로 떼어낼 수 있는 것이다.

실험 결과는 놀라웠다. 열을 가한 뒤에는 접착 에너지가 최대 99%까지 줄었고, 사용 중에는 안정적으로 잘 붙어 있었다. 3차원 영상 분석을 통해 접착패치를 뗄 때 피부 속에서 일어나는 변형을 들여다본 결과, 형상이 되살아난 상태에서는 피부에 가해지는 힘과 변형이 크게 줄어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번 기술은 병원 현장에서 빛을 발할 전망이다. 매일같이 센서를 붙였다가 떼야 하는 신생아 중환자실이나 노인 병동에서 피부 손상 걱정을 크게 덜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김진태 교수는 “소재 자체를 바꾸는 것을 넘어 피부, 기기 사이의 힘을 제어해 안정적인 부착과 저자극 제거를 동시에 구현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김석 교수는 “형상기억고분자의 미세구조를 활용해 사용 중에는 견고하게 부착되고, 필요할 때는 쉽게 제거될 수 있도록 접착 특성을 능동적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기존 의료용 접착 기술과 차별화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및 한국보건산업진흥원 K-헬스미래추진단의 한국형 ARPA-H 프로젝트,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및 교육부의 한국연구재단 지원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성과는 최근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포항=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