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인공지능(AI)이 학교 현장을 빠르게 바꾸고 있다. 교사들은 수업자료 제작과 평가문항 작성, 학생 피드백, 생활기록부와 행정업무에 AI를 활용하기 시작했고 학생들도 학습과 탐구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AI를 사용하고 있다. 이제 생성형 AI는 하나의 도구를 넘어 수업과 평가, 교사의 역할까지 변화시키는 새로운 교육환경이 되고 있다.
정부와 교육청도 교사의 AI·디지털 역량을 높이기 위한 정책과 연수를 확대하고 있다.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좋은 정책과 충분한 예산만으로 학교가 변화하는 것은 아니다. 교육의 변화는 결국 교실에서 일어난다. 아무리 좋은 제도와 정책이 있어도 교사가 이를 실제 수업과 평가에 반영하지 않는다면 현장의 변화로 이어지기 어렵다. 특히 생성형 AI처럼 교육 방식 자체를 바꾸는 기술은 몇 차례의 특강이나 기능 중심 교육만으로 정착하기 어렵다. 따라서 지금은 교원연수의 방식 자체를 다시 설계해야 할 때다.
그동안 새로운 정책이나 기술을 확산할 때는 관심과 역량이 높은 '선도교사'를 먼저 양성하고 이들이 학교 현장에 변화를 확산시키는 방식이 많이 활용돼 왔다. 정책 초기에는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그러나 생성형 AI 시대에는 선도교사 몇 명만으로 학교 전체를 변화시키기 어렵다. AI 활용이 개별 교사의 역량을 넘어 학교 차원의 합의가 필요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에게 AI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수행평가에서 AI 활용을 어떻게 인정하고 결과물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개인정보와 학생 데이터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등은 개별 교사가 혼자 결정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제 교원연수의 단위를 '개인'에서 '학교'로 바꿔야 한다. 학교 구성원들이 함께 AI를 이해하고 교과별·업무별 활용 방안을 실습하며 실제 수업과 평가에 적용한 경험을 공유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각 학교에 맞는 AI 활용 원칙과 수업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연수 방식도 일방향적인 지식 전달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AI는 설명을 듣는 것만으로 활용 역량을 키우기 어렵다. 교사가 직접 AI를 사용해 수업자료를 만들고 평가문항을 설계하며 실제 업무에 적용해보는 실습형 연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전 교원이 AI의 기본 원리와 윤리, 저작권,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공통 이해를 갖춘 뒤 교과별로 수업에 활용하고 그 결과를 동료 교사들과 공유하는 방식이 필요하다. 이 과정이 반복될 때 연수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학교의 문화와 수업 방식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연수는 일회성에서 지속형으로도 바뀌어야 한다. 기술 변화가 빠른 생성형 AI를 한 번의 교육만으로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교원연수는 '교육-실습-수업 적용-공유-피드백'이 반복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배운 내용을 현장에서 활용하고 전문가와 동료 교사의 피드백을 받아 다시 개선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전환을 위해서는 교육부와 교육청의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교원이 갖춰야 할 AI 역량의 기준과 방향을 제시하고 개인정보 보호와 윤리, 평가 원칙 등 공통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학교가 자체적인 AI 전환 계획과 연수를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와 예산을 지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빠르게 변하는 AI 기술과 모든 교육 콘텐츠를 공공이 직접 개발하고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교원연수 체계를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의 역할을 합리적으로 나눌 필요가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정책 방향과 역량 기준, 품질관리와 공공성을 담당하고, AI·에듀테크 분야의 전문기업과 연수기관은 최신 기술을 반영한 콘텐츠와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학교 현장의 실행을 지원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
특히 민간을 단순한 콘텐츠 공급자가 아니라 학교의 변화를 함께 만들어가는 전문 파트너로 활용해야 한다. 전문기관이 학교의 AI 활용 수준을 진단하고 맞춤형 연수를 제공하며 실제 수업 적용까지 지원한다면 연수의 효과도 높아질 수 있다.
연수의 성과를 측정하는 기준도 바뀌어야 한다. 지금까지는 몇 명의 교사가 몇 시간의 연수를 이수했는지가 중요한 성과지표였다. 그러나 앞으로는 연수 이후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봐야 한다.
교사의 수업과 평가 방식이 어떻게 변했는지, 학생의 학습 경험이 어떻게 개선됐는지, 학교가 스스로 AI를 활용하고 변화할 역량을 얼마나 갖추었는지가 더 중요하다.
결국 AI 시대의 교원연수는 '이수 중심'에서 '변화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 생성형 AI가 확산될수록 교사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진다. AI가 지식과 콘텐츠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지, 학생이 AI의 답을 어떻게 판단하도록 할 것인지, 수업에서 AI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사람은 결국 교사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AI 전환은 기술을 학교에 보급하는 것에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 교사가 변화를 이해하고 동료 교사들과 함께 새로운 수업과 평가를 만들어가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이제 선도교사 몇 명을 키우는 연수에서 학교 전체가 함께 변화하는 연수로, 일회성 교육에서 지속적인 현장 적용으로, 정부가 모든 것을 직접 수행하는 방식에서 공공과 민간이 전문성을 나누는 협력 모델로 교원연수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생성형 AI 시대의 교육혁신은 결국 학교에서 완성된다. 그리고 학교의 변화는 새로운 기술 자체가 아니라 교사들이 함께 움직일 때 시작된다.
이형세 한국디지털교육협회장·테크빌교 대표 hslee@tekvil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