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에서 반도체로' 검사 기술 확장 이노메트리

이노메트리 화성 공장에서 직원들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이노메트리 화성 공장에서 직원들이 장비를 점검하고 있다.

경기도 화성 정남산단에 자리한 이노메트리. 공장 입구에 들어서자 분주히 조립된 대형 장비들이 눈에 한가득 들어왔다. 빈 곳이 없을 정도로 공장을 꽉 채운 장비는 유럽 출하를 앞두고 있었다. 이노메트리 관계자는 “차세대 원통형 제품인 46파이 배터리를 검사할 장비”라며 “양산 라인에서 실시간 전수 검사하는 데 사용된다”라고 했다.

배터리 검사 장비 기업인 이노메트리가 신기술 개발과 신시장 개척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다. 46파이 원통형 배터리와 전고체 같은 차세대 기술 선제 대응은 물론 배터리를 넘어 반도체 분야까지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어서다.

◇ 최초 기술 '첫 테이프'

본격 출하에 들어간 46파이 원통형 배터리 검사 장비는 '세계 최초' 타이틀을 따낸 제품이다. 46파이 배터리 양산 라인에 검사 장비가 (인라인으로) 들어가 전수 검사하는 첫 사례고, 배터리 속 이물을 탐지하는 검사기가 구축된 것도 처음이다.

배터리는 샘플로 품질을 검사하거나 전극이 제대로 형성됐는지 살피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으나 차세대 전기차에 들어갈 46파이 배터리의 중요성과 안전성 강화를 위해 검사 기능이 강화됐고, 이를 이노메트리가 뒷받침했다. 회사 관계자는 “46파이 배터리가 이제 양산되는 제품이란 점에서 추가 공급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노메트리는 그간 업계서 볼 수 없었던 검사 기술도 개발했다. '원패스 링 CT(1-Pass Ring CT)'라고 불리는 이 기술은 검사 때 배터리 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것이다. 기존 CT는 배터리 셀을 그리퍼 등으로 들어 올려 정렬하고 회전시키는 방식이지만 원패스 링은 셀을 집어 올리거나 회전시키지 않고 X-레이 튜브·디텍터 같은 검사 기기가 회전한다. 이를 통해 검사 속도를 40% 향상했고, 설치 면적도 절반으로 줄였다.

이노메트리 차세대 검사장비 '원패스 링CT(1-Pass Ring CT)'.
이노메트리 차세대 검사장비 '원패스 링CT(1-Pass Ring CT)'.

◇ '이차전지→반도체' 영토 확장

이노메트리는 최근 몇 년 부침을 겪었다. 전기차 시장 성장에 배터리 제조사들이 대규모 증설에 나서 호황을 맞았으나 트럼프 행정부의 전기차 지원 축소, 글로벌 경기 침체 등의 영향으로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투자를 속도 조절하면서 지난 2년 동안 영업 손실을 피하지 못했다.

이갑수 이노메트리 대표는 “어려운 시기 쉽게 경영하려 했다면 비용을 줄이는 데만 골몰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기회는 다시 올 것이라 보고 성능, 품질, 원가절감 등 본질적 경쟁력 향상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래서일까. 회사는 남다른 행보를 보인다. 배터리 검사 장비 업체로는 이례적으로, 유리기판과 고대역폭메모리(HBM)용 검사 장비를 개발했다.

유리기판은 차세대 AI 반도체 기판으로 부상 중인 기술이고, HBM은 인공지능(AI) 시대 필수가 된 메모리다. 이차전지에서 반도체로 진출 분야가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이노메트리는 또 가능성을 타진하는 수준이 아닌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과 협력하며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이 대표는 “유리기판이나 HBM에 우리 장비를 쓰기로 최종 결정 난 상황은 아니지만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그동안 준비했던 반도체 신사업이 결실을 거둘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는 대규모 투자를 필요로 해 유리기판이나 HBM에 최종 공급 시 회사에는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전기차 수요가 줄었지만 새롭게 생긴 ESS 수요가 상쇄하고 있고, 전쟁과 자율주행차 등의 영향으로 전기차 캐즘도 정리되는 분위기여서 회사도 다시 활기를 찾는 모습이다. 상반기 매출은 322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67% 늘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의 83% 정도를 상반기 달성했다.

이갑수 대표는 “기존 거래처 외에 글로벌 배터리 셀 제조사에 대규모로 검사 장비를 공급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이 역시 좋은 소식을 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갑수 이노메트리 대표.
이갑수 이노메트리 대표.

화성=

윤건일 기자 benyun@etnews.com

  • ET Ev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