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리뷰] 배상면주가 '느린마을막걸리'…한 병에 담긴 사계절

여름의 끝, 가을의 초입 옷차림에서 '계절'이 느껴진다. 사시사철 달라지는 옷차림처럼 계절을 느낄 수 있는 막걸리가 있다.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막걸리'는 이름 그대로 느리게 익어가는 막걸리의 변화를 한 잔씩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추석을 앞두고 서울 서초구 느린마을양조장 양재점을 찾아 느린마을막걸리를 맛봤다. 먼저 느린마을막걸리 '봄'과 타사 막걸리를 번갈아 마셔봤다. 첫인상부터 차이가 분명했다. 타사 브랜드 막걸리는 첫입부터 강한 탄산이 치고 올라오면서 자극적인 신맛이 뒤따랐다. 반면 느린마을막걸리 봄은 입안에 닿는 순간부터 부드럽다. 마치 우유를 마시는 것처럼 매끄럽게 넘어갔고 자극도 적었다.

느린마을막걸리 '봄'(오른쪽)과 타사 막걸리를 번갈아 마셔봤다.
느린마을막걸리 '봄'(오른쪽)과 타사 막걸리를 번갈아 마셔봤다.

막걸리 특유의 쌀과 발효 풍미도 보다 선명하게 느껴졌다. 흔히 막걸리는 달고 톡 쏘는 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느린마을막걸리는 단맛과 탄산 뒤에 숨어 있던 자체의 맛을 앞세운다는 느낌이었다. 술이 강하지 않은 사람이나 막걸리가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과 함께 마셔도 부담이 적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엔 봄부터 겨울까지 네 가지 막걸리를 각각 잔에 따르고 비교했다. 느린마을양조장 양재점에서는 숙성 1~3일 차를 '봄'으로 구분한다. 갓 발효가 진행된 시기의 막걸리답게 단맛이 가장 뚜렷했고, 가벼운 탄산미가 느껴졌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이어서 식사와 함께 가볍게 즐기기 좋았다.

4~6일차인 '여름'은 봄보다 단맛이 한층 줄면서 당도와 산도의 균형이 좋아졌다. 탄산은 여전히 강하지 않았지만 입안에서 은은하게 느껴졌다. 단맛과 새콤한 맛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아 가장 편안하게 마실 수 있는 맛에 가까웠다.

봄부터 겨울까지 네 가지 막걸리를 각각 잔에 따르고 비교했다.
봄부터 겨울까지 네 가지 막걸리를 각각 잔에 따르고 비교했다.

7~9일차인 '가을'부터는 분위기가 달라진다. 단맛이 더 줄어들고 여름보다 탄산감이 강해지면서 한층 청량해진다. 특히 신맛이 날카롭기보다 부드럽게 올라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막걸리의 달콤함보다 발효주 특유의 풍미를 즐기는 사람에게 잘 맞을 만했다.

숙성 10일차 이상인 '겨울'은 이른바 '술꾼들의 막걸리'라고 불린다. 단맛은 거의 사라지고 씁쓸하고 알싸한 맛이 두드러졌다. 봄의 부드럽고 달콤한 막걸리와 비교하면 같은 제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다.

네 계절을 비교해 마시다 보니 어느 순간 계절 구분 자체가 중요하지 않게 됐다. 봄은 봄대로, 여름은 여름대로, 가을과 겨울은 또 그 나름대로 맛의 매력이 분명했다. '어느 것이 가장 맛있다'고 단정하기보다는 그날 입맛과 안주에 따라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막걸리'와 모듬전. 그날 입맛과 안주에 따라 막걸리를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배상면주가의 '느린마을막걸리'와 모듬전. 그날 입맛과 안주에 따라 막걸리를 선택하는 재미가 있다.

느린마을막걸리는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넣지 않고 국내산 쌀 100%와 누룩, 물만으로 세 번 빚은 삼양주 생막걸리다. 병입 후에도 효모가 살아 있어 시간이 지나면서 발효가 이어지고, 그 과정에서 단맛은 줄고 산도와 탄산감은 강해진다. 봄·여름·가을·겨울이라는 이름은 바로 이 자연스러운 변화를 표현했다.

느린마을막걸리는 시간이 만들어내는 변화를 즐기게 한다. 부드럽고 달콤한 봄부터 청량한 가을, 묵직하고 알싸한 겨울까지 한 잔마다 성격이 달라진다. 막걸리 한 병에서도 숙성에 따른 맛의 스펙트럼을 경험하고 싶은 날, 느린마을막걸리의 사계절을 차례로 맛보는 것을 추천한다.

윤희석 기자 pionee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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