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이 갑자기 캄캄”…GLP-1 비만약 맞은 환자들 '시력 손상' 줄소송

GLP-1 기반 비만·당뇨병 치료제를 사용한 뒤 시력에 이상이 생겼다고 주장하는 미국 환자들이 제약사를 대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사진=게티이미지
GLP-1 기반 비만·당뇨병 치료제를 사용한 뒤 시력에 이상이 생겼다고 주장하는 미국 환자들이 제약사를 대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사진=게티이미지

GLP-1 기반 비만·당뇨병 치료제를 사용한 뒤 시력에 이상이 생겼다고 주장하는 미국 환자들이 제약사를 대상으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위고비와 오젬픽을 생산하는 노보 노디스크, 젭바운드 제조사 일라이 릴리는 자사 GLP-1 치료제 사용 이후 시각 장애를 겪었다는 환자들로부터 잇따라 피소됐다.

WSJ와 만난 미셸 페넬 씨도 이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약 6개월 전부터 제2형 당뇨병 관리를 위해 GLP-1 치료제를 사용해왔다고 밝혔다.

페넬 씨는 어느 날 책상에 앉아 있던 중 오른쪽 눈에 이상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야가 갑자기 흐릿해진 데 이어 주변부가 보이지 않기 시작했으며, 마치 어항 너머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정면은 볼 수 있었지만 오른쪽과 아래쪽 시야가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들이 호소하는 증상과 관련해 거론되는 질환은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이다. 시신경에 혈액이 원활하게 공급되지 않으면서 갑작스럽게 시력이 저하되는 질환으로, 통증이 없는 경우가 많고 일부 환자에서는 시력 손상이 회복되지 않을 수 있다.

GLP-1 치료제와 NAION 사이의 연관성을 제기한 연구도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

하버드 의대 연구진은 2024년 7월 '세마글루타이드 처방 환자의 비동맥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 위험'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 결과 세마글루타이드를 처방받은 당뇨병 환자는 NAION 진단 가능성이 4배 이상 높았으며, 과체중 또는 비만 환자에서는 위험도가 7배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국제학술지 JAMA Network Open에 게재된 연구에서도 GLP-1 성분과 NAION을 비롯한 일부 시신경 질환 사이에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는 결과가 제시됐다. 영국안과학저널에 발표된 최신 연구에서는 위고비 사용자의 NAION 발생 위험이 오젬픽 사용자보다 약 5배 높다는 분석도 나왔다.

일부 해외 보건당국은 관련 연구를 토대로 안전성 조치에 들어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세마글루타이드 계열 의약품이 매우 드물게 NAION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알렸다. 유럽의약품청(EMA)과 영국 의약품규제청(MHRA)은 해당 질환을 매우 드문 이상반응으로 분류하고 의약품 정보에 관련 내용을 반영하도록 했다. 호주와 일본의 규제기관 역시 유사한 내용을 추가했다.

다만 GLP-1 치료제가 실제로 NAION을 일으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엇갈린다. 연구 결과에서 연관성이 관찰됐다는 사실만으로 약물이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확정하기에는 추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4년 말 GLP-1 치료제와 NAION 사이에 나타날 수 있는 연관성을 인지한 뒤 현재 관련 위험성을 검토하고 있다.

FDA 규제 정책을 연구하는 하버드 의대 아론 S. 케셀하임 교수는 WSJ에 FDA가 의약품 라벨에 새로운 경고를 추가할 때 상당히 신중한 접근을 취한다며, 약물과 부작용 사이에 인과관계를 뒷받침할 만한 신뢰할 수 있는 근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제약사들은 약물과 시력 손상의 직접적인 연관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노보 노디스크는 GLP-1 계열 의약품을 투여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대규모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 자료를 분석한 결과 NAION 위험 증가가 확인되지 않았다며 관련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티나 빌스뵐 노보 노디스크 수석의학책임자는 WSJ에 NAION을 우려할 만한 신호가 확인되지 않았다면서 약물과 질환 사이의 인과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일라이 릴리 역시 안과 관련 이상반응을 포함해 관련 자료를 지속적으로 살펴보겠다는 입장이다. 법원에 제출한 자료에서는 GLP-1 치료제가 NAION을 유발한다는 점이 입증되지 않았으며 자사 의약품의 안전성과 효능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GLP-1 치료제와 갑작스러운 시력 손상 사이의 연관성을 둘러싼 논란은 규제당국의 조사와 법적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FDA의 검토 결과와 재판 과정에서 제약사와 환자 측이 제시하는 인과관계 관련 증거가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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