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주도권 경쟁은 기술과 실용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단순한 주행거리 늘리기 경쟁을 넘어 초고속 충전 기술, 소프트웨어(SW) 경쟁력, 합리적 가격대까지 아우르는 '종합 완성도'가 핵심 잣대로 부상한 가운데, 볼보자동차의 플래그십 순수 전기차 'ES90'이 보여준 차별화 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ES90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정형화된 차급과 형태의 파괴다. 전통적인 프리미엄 세단의 우아한 비례감과 안락함을 유지하면서도 패스트백의 실용성과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넓은 실내 공간, 높은 지상고를 한 차체에 녹여냈다. 전장 5m, 휠베이스 3.1m 이상의 대형 차체를 기반으로 대형 테일게이트를 장착해 공간 활용도를 극대화했다. 여기에 유려한 차체 라인을 통해 볼보 역사상 가장 낮은 0.25의 공기저항계수(Cd)를 달성, 디자인과 전비 효율을 동시에 챙겼다.

전동화 파워트레인은 충전 편의성에 방점이 찍혔다. 볼보 브랜드 최초로 차세대 800V 고전압 시스템을 도입해 106㎾h 배터리 기반 트윈모터 모델 기준 상온 복합 520㎞의 국내 인증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서울에서 부산(약 400㎞)까지 충전 없이 이동하고도 여유가 있는 수준이다.
특히 350㎾급 초급속 충전기를 물리면 10분 만에 최대 300㎞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볼보 테크 펀드가 투자한 영국 배터리 SW 기업 '브리드(Breathe)'의 적응형 충전 알고리즘을 제어 시스템에 통합, 발열을 억제하면서 기존 대비 급속 충전 시간을 최대 30% 앞당긴 결과다.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으로의 체질 개선도 이뤄졌다. 엔비디아와 퀄컴 등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으로 구축한 지능형 플랫폼 '휴긴코어(HuginCore™)'를 탑재해 전장 기능을 중앙 집중 제어하며 무선 업데이트(OTA)를 지속 지원한다. 카메라 5개와 레이더 5개, 초음파 센서 12개로 구동되는 '안전 공간 기술'을 통해 볼보 고유의 안전 철학도 계승했다.

기술적 완성도에 더해진 파격적인 가격 책정은 진입 장벽을 대폭 낮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판매 가격은 세제 혜택 기준 7294만~7960만원대로, 유럽 등 글로벌 주요 시장 대비 약 5000만원 낮게 책정됐다. 지자체 보조금까지 반영하면 실구매가는 7000만원대 초반까지 내려간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전기차 구매 고객의 가장 큰 불안 요소인 충전 속도와 가격 저항선을 동시에 해소한 점이 돋보인다”며 “차세대 800V 플랫폼과 지능형 제어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전동화 플래그십의 새로운 기준점을 제시한 사례”라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