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인터넷 주소인 도메인이 새로운 디지털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AI를 상징하는 '.ai' 도메인을 둘러싼 기업과 투자자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수십달러 수준의 등록비로 확보한 도메인이 수십만달러, 많게는 100만달러를 넘는 가격에 거래되는가 하면, 글로벌 기술기업들은 자사 브랜드와 관련된 '.ai' 도메인을 되찾기 위해 국제 도메인 분쟁 절차까지 활용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알리바바다. 'alibaba.ai'는 한때 알리바바가 아닌 제3자가 보유한 도메인이었다. 2026년 7월 한 투자자가 해당 도메인을 3333달러에 확보한 뒤 3만3333달러에 판매를 시도했다. 이후 체코중재법원(CAC)은 도메인 보유자가 알리바바 브랜드 존재를 알고 있었으며 실제 사용 목적 없이 재판매를 목적으로 등록한 것으로 판단해 해당 도메인을 알리바바 측으로 이전하도록 결정했다.
알리바바 '.ai' 도메인 확보 움직임은 alibaba.ai에 그치지 않는다. goofish.ai, taobao.ai, qwenchat.ai 등과 관련해서도 분쟁 절차가 진행됐으며, 해당 사건에서는 알리바바 관련 주체로 이전 결정이 내려졌다. 반면에 1688.ai에 대한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는 등 모든 도메인이 기업 측에 넘어가는 것은 아니다. 텐센트와 바이두 역시 자사 브랜드와 연관된 '.ai' 도메인을 둘러싸고 분쟁 절차를 진행한 사례가 있다.
![[테크 차이나] 120만달러짜리 '디지털 영토'…AI 기업들, '.ai' 도메인 확보 전쟁](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9/22/news-p.v1.20260922.566ef2ed35f14b2db90b54774b9a33d4_P1.jpg)
이 같은 움직임은 '.ai'가 단순한 인터넷 주소를 넘어 기업 브랜드와 AI 사업 정체성을 나타내는 자산으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는 원래 영국령 해외영토인 앵귈라에 할당된 국가 코드 최상위도메인이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면서 'AI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직관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도메인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주소에 '.ai'를 사용하는 것만으로도 AI 기술기업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등록 규모도 빠르게 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약 14만4000건이었던 '.ai' 도메인 등록량은 이후 AI 산업 성장과 함께 급증했다. 도메인 업계 통계에서는 2026년 1월 초 등록량이 100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AI 산업 성장세가 도메인 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된 셈이다.
인기 도메인을 원하는 기업보다 먼저 확보하려는 투자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도메인 등록 비용 자체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브랜드와 제품명에 적합한 짧고 기억하기 쉬운 도메인은 희소성이 높아지면서 높은 가격이 형성되고 있다.
![[테크 차이나] 120만달러짜리 '디지털 영토'…AI 기업들, '.ai' 도메인 확보 전쟁](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9/22/news-p.v1.20260922.1dbea0edfe374ccaa1fb2265c217c6eb_Z1.jpg)
실제 고가 거래도 잇따르고 있다. 2023년 10월 'you.ai'가 70만달러에 거래됐으며, 2025년 10월에는 'wisdom.ai'가 75만달러에 매각됐다. 2026년 2월에는 'bot.ai'가 세도(Sedo)에서 120만달러에 거래됐다. 공개적으로 알려진 '.ai' 도메인 거래 가운데 100만달러를 넘어선 사례로, AI 도메인이 하나의 투자자산으로 평가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도메인 가격이 급등하면서 기업 브랜드 관리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제품이나 서비스 이름을 정한 뒤 적합한 도메인을 확보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그러나 AI 산업에서는 브랜드명을 결정하기 전에 관련 도메인 확보 가능성부터 확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AI 스타트업은 프로젝트명이나 서비스명이 외부에 알려지기 전에 도메인과 상표를 함께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도메인을 둘러싼 법적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이 활용하는 대표 수단이 통일도메인이름분쟁해결정책(UDRP)이다. 상표권자가 자신의 상표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도메인에 대해 권리를 주장할 수 있는 국제적인 분쟁 해결 절차다. 다만 브랜드와 연관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도메인을 되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표권이나 권리 관계, 도메인 등록 및 사용 과정에서 악의성 등을 입증해야 한다.
실제 분쟁 결과도 엇갈린다. 구글이 'NanoBananaAI.com'과 관련해 제기한 사건에서는 해당 명칭이 구글 등록상표가 아니라는 점 등이 쟁점이 됐다. 이는 기업이 자사 서비스나 프로젝트에 사용하는 이름이라는 사실만으로 도메인에 대한 우선권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반대로 상표권자의 브랜드를 알고 있으면서 해당 도메인을 등록하고 고가에 되팔려는 목적이 명확한 경우에는 도메인 이전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커진다.
기업이 직접 구매에 나서면 비용 부담은 더욱 커진다. 1688.ai처럼 기업 브랜드와 직접 연관된 도메인의 경우 수십만달러에 이르는 가격이 제시되기도 한다. 등록 비용과 비교하면 수천배에 달하는 가격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에게 도메인은 낮은 보유 비용으로 높은 매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도메인 투자시장도 개인 중심에서 점차 전문화되는 모습이다. AI, 로봇, 자율주행, 생성형 AI 등 새로운 기술 키워드가 부상할 때마다 관련 단어를 포함한 도메인이 빠르게 등록된다. 일부 투자자는 깃허브, 아카이브, 프로덕트 헌트 등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프로젝트와 서비스 이름을 모니터링하고 관련 도메인을 선점하는 방식으로 투자 기회를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현상은 특히 초기 AI 스타트업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프로젝트 이름과 관련된 도메인이 먼저 확보될 경우 창업자는 도메인을 고가에 매입하거나 제품명을 변경해야 한다. 제품명이 바뀌면 웹사이트 주소뿐만 아니라 사용자 인지도, 검색 노출, 마케팅 자료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이에 따라 AI 스타트업에서는 도메인 확보를 제품 개발 이후의 마케팅 업무가 아니라 초기 사업 전략 일부로 보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다. 상표 등록 가능성을 검토하고 주요 도메인을 선점하는 동시에 분쟁 가능성이 낮은 독창적인 브랜드명을 개발하는 방식이다.
결국 '.ai' 도메인 경쟁은 인터넷 주소의 유행을 넘어 AI 산업 브랜드 주도권과 디지털 자산 희소성이 결합한 현상으로 볼 수 있다. 기업에 도메인은 고객이 접속하는 주소인 동시에 브랜드를 각인시키는 핵심 자산이며, 투자자에게는 향후 수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디지털 자산이다.
AI 산업 성장세가 지속되고 '.ai'가 AI 기술기업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인터넷 주소로 자리 잡을수록 희소한 도메인을 둘러싼 경쟁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수십달러 등록비로 시작한 도메인이 120만달러 거래 가치를 갖게 된 현실은 AI 산업에서 기술과 자본뿐만 아니라 브랜드와 디지털 공간까지 경쟁 대상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시대의 새로운 '디지털 영토'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셈이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