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진의 K-사진과 미래]AI 시대, 국가는 어떤 사진을 믿을 것인가?

강종진 전 사진산업진흥법제정위원회 위원장
강종진 전 사진산업진흥법제정위원회 위원장

AI는 이제 사람의 얼굴을 너무도 쉽게 바꾼다. 피부를 보정하고 얼굴형을 수정하는 수준을 넘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의 얼굴까지 만들어 낸다. 몇 장의 사진만 있으면 다른 표정과 조명, 배경을 가진 새로운 인물사진을 생성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아주 현실적인 질문을 던져야 한다. AI로 생성하거나 변형한 얼굴사진도 여권이나 주민등록증의 증명사진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

증명사진은 단순한 인물사진이 아니다. 국가가 한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하는 공적 정보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사진이 얼마나 잘 나왔는가가 아니라, 그 사진이 실제 그 사람을 촬영한 것인지,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특징이 변형되지 않았는지, 국가가 그 생성 과정을 신뢰할 수 있는지다.

여기서 인감증명서나 등기사항증명서, 이른바 등기부등본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누군가 컴퓨터로 인감증명서와 똑같이 생긴 문서를 만들어 출력했다고 하자. 종이와 글꼴, 도장까지 완벽하게 재현했다고 해서 그것을 국가가 발급한 인감증명서라고 인정하지 않는다. 등기사항증명서도 마찬가지다. 내용과 형식이 같다는 이유만으로 공적 증명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믿는 것은 종이의 모양이 아니다. 누가 발급했는지, 어떤 시스템을 거쳤는지, 그 출처와 발급과정을 객관적인 프로세스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믿는 것이다. 그런데 사람의 신원을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 가운데 하나인 얼굴사진은 여전히 상당 부분 결과물인 '사진 한 장'을 제출하는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 생성형 AI 시대에는 이 방식 자체를 다시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증명사진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방법은 사진 한 장을 놓고 AI가 조작했는지를 끝없이 판별하는 데만 있어서는 안 된다. 기술이 발전하면 탐지기술도 정교해지겠지만 변형·합성·위조와 이를 우회하려는 기술 역시 함께 발전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질문을 바꿔야 한다. “이 사진이 가짜인가?”가 아니라 “이 사진은 국가가 신뢰할 수 있는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독일의 변화는 이런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독일은 2025년 5월부터 여권과 신분증 등 공적 신분문서 신청에 사용할 사진을 원칙적으로 클라우드를 통해 처리하도록 제도를 변경했다. 사진가 등 등록된 서비스 제공자가 촬영한 이미지를 안전한 클라우드에 올리고, 신청자는 데이터매트릭스 코드를 행정기관에 제시한다. 행정기관은 이를 통해 사진을 직접 불러온다. 독일 정부는 이러한 제도의 목적 가운데 하나가 조작된 사진이 신청 과정에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독일이 종이사진을 클라우드 전송 방식으로 바꿨다는 데 있지 않다. 사진의 신뢰를 결과물에서 생성·전송 과정으로 옮겼다는 데 있다. 대한민국도 이 원리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가칭 '국가 디지털 신원사진 인증체계'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일정한 촬영기준과 장비, 보안환경, 전문교육 기준을 갖춘 사진관 또는 촬영기관을 인증하고, 신분증용 사진을 촬영하면 행정 제출용 원본이 인증된 전송체계를 통해 공공 시스템으로 직접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다.

신청자가 사진이나 파일을 받아 제출하는 단계가 사라지고 사진을 촬영한 시점부터 행정기관이 사용하는 순간까지 하나의 신뢰사슬(chain of trust)을 만드는 것이다.

사진에는 촬영기관과 촬영시점, 적용한 표준, 허용된 보정 여부 등의 정보가 연결될 수 있다. 국민은 사진 파일 대신 인증번호나 코드로 신분증을 신청하고, 행정기관은 인증된 경로에 저장된 이미지를 직접 불러온다. 그렇게 되면 AI가 개입할 수 있는 중간 과정은 크게 줄어든다.

여기에 미래 기술을 더하면 가능성은 더욱 넓어진다. 우리는 이미 스마트폰을 얼굴인증이나 지문인증으로 사용한다. 미래의 공적 신원확인은 증명사진 하나에만 의존할 필요가 없다. 얼굴정보와 지문, 전자서명, 모바일 신분증 등의 인증요소를 필요한 수준에서 상호 확인하는 다중 인증체계로 발전할 수 있다.

증명사진 역시 단순한 JPEG 파일이 아니라 디지털 신원체계를 구성하는 신뢰 가능한 바이오 이미지 정보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마지막에는 한 가지 남는다. 누가 책임질 것인가? AI가 얼굴사진을 생성할 수는 있다. 그러나 잘못된 신원정보가 국가 시스템에 등록됐을 때 AI 시스템 자체가 인간이나 법인처럼 최종적인 사회적 책임을 떠맡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믿어야 하는 사진이라면 누군가는 실제 사람을 확인하고, 정해진 기준에 따라 촬영하고, 허용된 처리 범위를 준수하고, 안전하게 전송했다는 사실에 책임져야 한다.

그 역할을 전문 사진가가 맡을 수 있다. 사진가가 국가의 신뢰체계에 참여하는 만큼 사진가에게 더 엄격한 교육과 표준, 윤리와 책임이 요구된다. 권한만 있고 책임이 없다면 전문직이 아니다. 신뢰를 받을 만큼 책임을 지는 사람이 전문직이다.

미래의 사진관은 단순히 증명사진을 촬영해 출력하는 장소를 넘어, 국가가 신뢰할 수 있는 얼굴정보가 최초로 생성되는 공적 신뢰의 접점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이 원리는 신분증 사진에서 끝나지 않는다. 국가기록, 과학수사, 재난기록, 문화유산 기록처럼 사진이 사실을 증명해야 하는 영역에서도 같은 질문이 등장한다. AI가 이미지를 마음대로 만들 수 있는 시대일수록 “누가 촬영했고, 어떤 과정으로 만들어졌으며, 누가 그 결과에 책임지는가”가 더 중요해질 것이다.

기술적 환경은 앞으로 더욱 발전하고 정확해질 것이다. 그러나 조작과 변환, 해킹 기술 역시 함께 발전한다. 그래서 AI 시대의 사진 신뢰는 기술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기술 위에 사람의 책임이 있어야 한다. 인감증명서와 등기사항증명서를 국가의 발급체계 때문에 믿듯이, 미래의 증명사진도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 절차, 기술과 책임이 결합된 체계 때문에 믿을 수 있어야 한다. AI 시대에 사진가에게 새로운 영역이 있다면 바로 이 지점일 것이다.

사진을 단순히 만들어 주는 사람에서, 국가와 사회가 믿어야 하는 사진의 신뢰와 책임을 맡는 사람으로. 그것은 AI가 사진가의 일을 빼앗는 시대에 기존 시장을 방어하는 논리가 아니다. 오히려 AI가 책임질 수 없는 새로운 시장을 사진가가 스스로 만들어 가는 일이다.

강종진 전 사진산업진흥법제정위원회 위원장 jongje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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