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위기와 중대재해 대응이 기업과 공공기관 핵심 경영과제로 부상하면서 ESG 경영의 무게중심도 '선언'에서 '실행'으로 이동하고 있다. ESG 보고서를 작성하고 목표를 제시하는 것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탄소를 얼마나 줄였는지, 위험 요인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찾아내고 사고를 예방하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사단법인 도시재생안전협회(CRSA)가 운영하는 '저탄소 인증과 AI 안전관리 인증'이 현장 실행력을 확인하는 민간 인증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협회는 도시재생·스마트 도시·시설물 안전 분야에서 축적한 민관 협력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 분야 탄소 저감 활동과 사회 분야 예방형 안전관리 체계를 각각 인증하고, 이를 하나의 '실천형 ESG' 생태계로 연결하고 있다.
저탄소 인증은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이 추진하는 탄소배출 저감 활동과 ESG 환경경영 성과를 평가하는 제도다. 평가 대상은 광범위하다. 휴게소와 주유소, 산업시설, 공동주택 등 개별 시설물은 물론 저탄소 기술과 제품을 보유한 기업까지 포함한다.
평가에서는 에너지 절감, 신재생에너지, 친환경 교통, 자원순환 등을 비롯해 ESG 실행체계와 기술·제품 탄소 저감 기여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본다. 전력과 연료 사용량 관리, 고효율 설비 도입, 태양광·연료전지 활용, 전기·수소차 도입, 폐기물 감축 및 재활용 등 현장에서 실제 이뤄지는 활동이 주요 평가 대상이다.
저탄소 인증은 2023년 시행 이후 인증을 받은 기관은 급속도로 늘고 있다. 2025년 3월 저탄소 인증 기관이 40개를 넘어섰으며 같은 해 8월에는 93개 기관으로 확대됐다. 2026년 9월 기준으로는 128개 기관에 달한다.
인증 대상이 확대되면서 다양한 현장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인천서구시설관리공단은 탄소 저감형 종량제봉투를 통해 배출량을 줄이고 K-RE100에 가입했다. 한국산림복지진흥원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8년 연속 초과 달성하는 등 다양한 환경경영 활동을 추진 중이다. 천안도시공사는 물 재이용과 태양광 효율 개선, 수소연료전지, 폐조명 재활용 등을 통해 탄소 저감 활동을 펼치고 있다.
화성휴게소는 우유팩 회수와 폐식용유 감축, 지역 플라스틱 감축 운동 등을 추진했고, 스마트주차 기업 로드맵은 AI·LiDAR 기반 주차정보를 활용해 차량의 불필요한 배회와 공회전을 줄이는 방식으로 탄소 저감에 실천하고 있다. 이처럼 저탄소 인증은 친환경 설비 도입 여부만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각 기관과 시설의 특성에 맞는 탄소 저감 활동을 확인하는 방향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탄소 저감과 함께 주목받는 또 하나의 영역은 AI 기반 안전관리다.
AI 안전관리 인증은 공공기관과 기업 안전관리 체계를 진단하고 AI와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위험 요인 분석과 사고 예방 역량, 안전관리 시스템 운영 수준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인증이다. 핵심은 사고가 발생한 이후 대응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위험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데이터를 축적해 사고를 예방하는 체계로 전환하는 데 있다.
AI 영상분석을 통한 추락·화재·위험 행동 감지와 보호장비 착용 인식, IoT 센서를 활용한 시설·설비 이상징후 감지, 과거 사고 및 점검 데이터를 활용한 위험도 분석 등이 주요 적용 분야다. 여기에 위험성 평가와 점검, 개선 조치 및 이력 관리 디지털화, 모바일 보고와 통합관제, 경보 전달과 조치체계 등 실제 업무 프로세스까지 평가 범위에 포함된다.
특히 AI 안전관리 인증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AI 장비를 설치했는지가 아니다. AI를 통해 위험을 발견한 뒤 누구에게 경보가 전달되고, 어떤 조치가 이뤄지며, 그 결과가 어떻게 기록되고 개선되는지까지 이어지는 운영체계를 종합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핵심이다.
실제 인증 사례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인천서구시설관리공단은 AI 영상분석을 활용해 위험행동과 화재 등을 감지하고 실시간 경보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부천도시공사는 공영주차장과 충전시설 등에 AI 설비점검과 CCTV 실시간 분석을 적용하고 전기·수소충전시설 이상징후를 감지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시흥도시공사는 공공서비스 시설에 AI 기반 안전관리 체계를 적용했으며, 군포도시공사는 시설 운영 전반에 AI 안전관리를 도입했다. 인천시설공단은 AI·IoT 기반 디지털 안전관리 체계를 운영하고 있으며, 광진구시설관리공단은 저탄소 인증에 이어 AI 안전관리 인증을 추가로 획득해 환경과 안전을 연계한 사례로 제시되고 있다. 아시아나IDT 역시 두 인증을 동시에 받은 사례다.
두 인증이 갖는 의미는 적지 않다. 협회가 말하는 '실천형 ESG'는 ESG 보고서나 선언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환경과 안전 분야 성과를 확인하고 이를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기 때문이다.
저탄소 인증이 ESG의 환경(E) 영역에서 에너지와 자원, 교통, 폐기물 등의 감축 활동을 확인한다면 AI 안전관리 인증은 사회(S) 영역에서 AI와 데이터를 활용한 위험예측과 사고 예방 체계를 점검한다. 여기에 인증기업 기술과 제품을 실제 공공 현장에 도입할 수 있도록 공공 수요와 혁신기업을 연결하는 구조까지 마련한다는 점에서 여타 인증과의 차별점이 있다.
오세기 도시재생안전협회 상근부회장은 “저탄소와 AI 안전은 서로 다른 과제가 아니다”라며 “탄소를 줄여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고, AI로 위험을 사전에 발견해 시민과 근로자를 지키는 것이 실천형 ESG의 두 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인증서 발급에 그치지 않고 검증할 수 있는 성과와 우수사례가 공공과 산업 현장에 확산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ESG 경영이 성숙하면서 기업과 공공기관이 요구받는 사항도 달라지고 있다. ESG를 '했는가'가 아니라 실제로 무엇을 바꿨고 어떤 성과를 만들어냈는가를 보여달라는 요구다. 탄소 저감과 안전관리 역시 마찬가지다. 에너지를 얼마나 절감했는지, 자원을 얼마나 순환했는지, 위험을 얼마나 빨리 발견했는지, 사고 예방을 위해 어떤 조처를 했는지를 데이터와 현장 사례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도시재생안전협회는 저탄소와 AI 안전관리 인증을 기반으로 이 같은 변화를 현장에 접목한다는 계획이다. 기관과 시설, 기술기업이 참여하고 우수사례가 축적되면서 인증이 단순한 평가를 넘어 실제 탄소 감축과 안전 혁신을 촉진하는 연결고리로 기능할 수 있을지가 관심이 모아진다.
결국 '실천형 ESG' 경쟁력은 인증서 자체가 아니라 인증 이후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변화에 달려 있다. 탄소를 줄이는 실행력과 위험을 사전에 발견하는 AI 기술이 결합할 때 ESG는 선언을 넘어 도시와 산업 현장의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