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손목 위 헬스케어 전쟁…스마트워치, 데이터 플랫폼 경쟁으로

중국 스마트워치 시장 경쟁 축이 하드웨어에서 헬스케어와 인공지능(AI), 데이터 서비스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심박수와 수면시간을 측정하는 수준을 넘어 혈압·심전도 등 의료 영역으로 기능을 확대하고, 생성형 AI를 활용해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워치가 단순한 손목 위 액세서리에서 지속적으로 데이터를 생산하는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변하고 있다.

[테크 차이나] 손목 위 헬스케어 전쟁…스마트워치, 데이터 플랫폼 경쟁으로

시장 규모도 커지고 있다. 중국상업산업연구원 자료를 인용한 KPMG '2026 중국 스마트 웨어러블 시장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글로벌 스마트 웨어러블 시장 규모는 7977억위안, 중국 시장은 1053억위안에 달했다. 중국 정부도 2025년 3월 발표한 '소비 진작 특별행동방안'에 스마트 웨어러블을 신기술·신제품으로 포함하고 스마트워치와 스마트밴드를 구매 보조금 대상에 넣었다. IDC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중국 팔목형 웨어러블 기기 출하량은 1814만대로 작년 동기 대비 3.5% 증가했으며 글로벌 출하량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8.6%에 달했다.

중국 시장은 화웨이와 샤오미가 주도하고 있다. IDC 통계에 따르면 2025년 1~3분기 화웨이는 2080만대를 출하해 35.5%, 샤오미는 1590만대로 27.2%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두 업체가 전체 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다만 시장을 공략하는 방식은 다르다.

화웨이는 의료기기 영역으로 고급화하고 있다. WATCH D 시리즈는 '손목형 동적 혈압 기록계'라는 이름으로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의 2등급 의료기기 등록을 받았으며 24시간 주기적인 혈압 측정을 지원한다. 루이진병원, 베이징협화병원, 301병원 등과 임상 검증도 진행했다. 1분 안에 최대 20개 건강지표를 측정하는 '미체크업' 기능도 선보였다. 반면에 샤오미는 1000위안 안팎 가격대를 중심으로 보급을 확대하면서 스마트워치를 자동차 키와 스마트홈 제어 허브 등 일상생활의 플랫폼으로 확장하고 있다.

양사 전략은 다르지만 궁극적인 방향은 같다. 일회성 하드웨어 판매를 지속적인 건강 데이터 서비스로 전환하는 것이다. 웨어러블은 판매 이후에도 사용자의 심박수와 수면, 운동량 등 데이터가 계속 축적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수익모델을 만들 수 있다.

시장에는 다양한 사업모델도 등장하고 있다. Amazfit을 운영하는 화미테크놀로지는 샤오미 의존도를 낮추고 자체 브랜드 중심으로 전환했다. 2015년 샤오미 관련 제품이 매출의 97.1%를 차지했지만 2025년 4분기에는 관련 매출이 사실상 사라졌다. 자체 브랜드 확대와 함께 매출총이익률은 2023년 26.2%에서 2024년 38.5%로 높아졌고 2025년에도 38.3%를 유지했다.

Kumi는 완제품과 함께 RISC-V 기반 기술, 오픈하모니(OS), 5G-A 통신 모듈 등 기술 솔루션을 공급하는 전략을 택했다. SKG는 마사지기에서 헬스케어 웨어러블로 영역을 넓히며 2등급 의료기기 인증을 확보했다. 2025년 매출은 12억1800만위안으로 전년 대비 16.5% 증가했고 피트니스 회복 사업 매출은 2026년 1~5월 72.3% 증가했다.

향후 시장 경쟁력을 좌우할 첫 번째 관문은 의료기기 인증이다. 소비자용 스마트워치가 PPG 센서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혈압을 추정하는 것과 의료기기로서 임상적 활용을 전제로 데이터를 제공하는 것은 시장 진입 과정부터 다르다. 의료기기는 등록시험과 임상평가 등 높은 진입장벽을 넘어야 하지만 인증을 확보할 경우 제품 차별화와 가격 경쟁력 확보가 가능하다.

두 번째 관문은 AI다. 화웨이는 WATCH 5에 판구 대형모델과 DeepSeek를 연동하고 운동·건강 전문 모델을 적용했다. 샤오미도 온디바이스 AI를 활용해 스마트워치를 개인 AI 생태계의 분산형 단말로 확장하고 있다. AI가 적용되면서 스마트워치는 단순히 건강 데이터를 보여주는 기기에서 데이터를 분석하고 행동을 제안하는 기기로 바뀌고 있다.

핵심은 '데이터 수집→AI 분석→개인화된 제안→사용자 행동→데이터 재축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다. 화미의 Zepp Coach처럼 운동·건강관리 서비스를 구독형 소프트웨어로 확대하려는 시도도 같은 맥락이다.

세 번째 관문은 글로벌화다. 중국 업체들은 스마트워치를 넘어 스마트글래스와 스마트링 등으로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에실로룩소티카에 따르면 메타와 공동 개발한 AI 안경은 2025년 700만대 이상 판매됐다. IDC는 2026년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스마트글래스 출하량의 45%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마트링은 새로운 경쟁 가능성을 보여준다. Oura는 누적 판매량 550만개 이상을 기록했고 월 5.99달러의 구독료를 통해 건강·수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Omdia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글로벌 스마트링 시장에서 Oura의 점유율은 74%다.

웨어러블 시장의 경쟁 무대가 손목에서 손가락과 눈, 귀 등으로 확대되고 있지만 사업의 핵심은 오히려 단순해지고 있다. 얼마나 많은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AI를 활용해 이를 유용한 서비스로 전환하며, 사용자가 반복적으로 비용을 내도록 만들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스마트워치 산업 경쟁은 이제 출하량과 하드웨어 성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의료기기 인증과 AI, 데이터 분석,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하고 하드웨어를 데이터 서비스와 구독경제로 연결하는 능력이 새로운 경쟁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손목 위에서 시작된 웨어러블 경쟁이 이제 건강 데이터와 AI를 둘러싼 플랫폼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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