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기다리다 혁신기업 사라진다”…AI·전문가가 정책 검증하는 'RegDAO' 제안

웹3.0포럼 2026 조찬 라운드 테이블이 30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렸다. 한세진 금융감독원 선임조사역이 '금융 규제 거버넌스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웹3.0포럼 2026 조찬 라운드 테이블이 30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렸다. 한세진 금융감독원 선임조사역이 '금융 규제 거버넌스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기조강연을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디지털자산과 토큰증권처럼 변화가 빠른 분야의 규제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산업계와 학계, 법률·기술 전문가가 상시 참여하고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으로 정책 제안을 검증하는 'RegDAO(레그다오)' 방식이 제시됐다.

한세진 금융감독원 수석조사역은 30일 서울 중구에서 열린 웹3.0포럼 조찬 간담회에서 '금융 규제 거버넌스의 패러다임 전환'을 주제로 발표했다. 한 수석조사역은 “현장과 정부가 같이 규제를 만들어 갈 수 있는 바텀업 방식의 새로운 규제 혁신 프레임워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gDAO는 현장에서 규제 개선안을 올리면 AI와 전문가가 이를 검증하고, 검토를 통과한 제안을 규제당국과 국회에 전달하는 구조다. 누구나 정책을 제안할 수 있지만 단순 찬반 투표로 결정되지는 않는다. 찬반 의견에는 근거를 반드시 붙여야 하고, AI가 규제 조항과 출처, 주장 간 연결성이 적절한지를 확인한다. 특정 기업의 이해만을 대변하거나 근거가 부실한 제안은 이 단계에서 걸러낸다.

1차 검증을 통과하면 AI가 해당 의제와 관련된 기술·법률·회계 등 분야의 전문가를 찾아 동료 검토단을 구성한다. 전문가 검토에서 일정 수준 이상의 동의를 얻은 제안은 블록체인에 기록되고 규제당국과 국회에 공유된다. 한 수석조사역은 “현장에서 올라온 제안이지만 동료 검토를 거친 양질의 제안이 입법 논의의 재료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RegDAO를 제안한 배경에는 현행 규제가 기술 변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이 있다. 현재 규제 논의가 정부 중심으로 이뤄지고, 공청회나 세미나도 비정기적으로 열리다 보니 현장의 목소리가 제때 반영되기 어렵다.

한 수석조사역은 국내 디지털자산 제도화 과정에서 실제로 긴 시차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가 등장한 2013년부터 관련 사업자 신고 제도가 담긴 특정금융정보법이 시행된 2021년까지 약 8년이 걸렸고, 토큰증권도 민간 실증이 시작된 2017년부터 관련 법 개정까지 약 9년이 소요됐다.

그는 “한국은 법이 먼저 있어야 움직이는 나라”라며 “문제가 생긴 뒤 법을 만드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시차가 생기면 규제를 기다리다 버티지 못한 혁신 기업들이 시장에서 사라진다”고 지적했다. 토큰증권과 스테이블코인, 디지털자산 기본법 등이 제도화되는 과정에서도 규제에 적응하지 못한 사업자가 시장에서 이탈하고 고객 자산 반환 등의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웹3.0포럼 2026 조찬 라운드 테이블이 30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렸다. 앞줄 왼쪽 네번째부터 임종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박수용 웹3.0포럼 의장,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 강병준 전자신문 대표, 한세진 금융감독원 선임조사역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웹3.0포럼 2026 조찬 라운드 테이블이 30일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열렸다. 앞줄 왼쪽 네번째부터 임종인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박수용 웹3.0포럼 의장,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 강병준 전자신문 대표, 한세진 금융감독원 선임조사역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민수기자 mskim@etnews.com

RegDAO는 '시간의 공백'과 정책 논의에 일부만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의 공백'을 동시에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한 수석조사역은 “누구나 늘 참여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반 민관 협력 거버넌스 플랫폼”이라며 “산출물을 전면 개방해 국회와 당국, 민간, 학계가 좋은 입법 제안을 함께 공유하면서 규제를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이날 참석한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규제와 제도의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데 힘을 실었다. 박 의원은 “시대는 바뀌고 세상은 빠르게 돌아가는데 관이나 규제기관의 적응 속도는 항상 반 발 정도, 한 발 정도 뒤처진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며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이런 흐름에 있어서 대한민국이 뒤처진다는 소리를 듣지 않도록 국회에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송혜영 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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