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아파트 화재 원인 '로봇청소기' 아니었다

지난 7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에서 발생한 화재의 원인이 로봇청소기가 아닌 벽체 내부 콘센트의 '트래킹' 현상으로 조사됐다. 화재 직후 로봇청소기 충전 과정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거론됐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과 소방당국 조사 결과 직접적인 발화 연관성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2일 이상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화재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조사팀은 해당 화재의 발화 원인을 '트래킹에 의한 단락'으로 최종 판단했다. 트래킹은 전기부품 표면에 습기나 먼지 등 이물질이 쌓인 상태에서 누설 전류가 흐르고, 절연 성능이 저하되면서 발화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조사팀이 지목한 발화 지점은 건축설비와 각종 배관이 층간을 수직으로 통과하는 벽체 내부 공간이다. 초기 화재 원인으로 지목된 로봇청소기와는 관련이 없는 장소다.

압구정 한양아파트 화재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21일 오전 10시 27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주민 20여명이 경로당 등으로 스스로 대피했고, 해당 동에 머무르던 3명은 출동한 소방대원들에게 구조됐다. 사진은 이날 소방관계자들이 화재 진압 후 화재가 발생한 세대와 주변 세대를 살펴보는 모습. 2026.7.21      jjaeck9@yna.co.kr (끝)
압구정 한양아파트 화재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21일 오전 10시 27분께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주민 20여명이 경로당 등으로 스스로 대피했고, 해당 동에 머무르던 3명은 출동한 소방대원들에게 구조됐다. 사진은 이날 소방관계자들이 화재 진압 후 화재가 발생한 세대와 주변 세대를 살펴보는 모습. 2026.7.21 jjaeck9@yna.co.kr (끝)

로봇청소기 화재 가능성은 최근 배터리 안전성 우려와 맞물려 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관심이 컸다. 특히 제품 충전 과정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오인될 경우 소비자 불안이 커져 로봇청소기 시장 전반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 화재감정연구센터가 발화 지점에 설치된 노출형 콘센트를 감정한 결과 인입·접지 단자에서 트래킹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흔적이 확인됐다. 순간적인 고열로 단자가 녹은 용융흔도 발견됐다.

센터는 외부 화염이 콘센트를 덮쳐 발생한 흔적으로 보기 어렵다며 주변 전선이나 콘센트에서 먼저 전기적 이상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했다.

해당 세대는 인테리어 공사를 통해 발코니를 확장하면서 안방과 거실 면적을 넓힌 것으로 조사됐다. 이 과정에서 기존 발코니에 있던 우수관과 전기배선 등을 가리기 위한 가벽이 설치됐고 내부에 폐쇄된 벽체 공간이 만들어졌다. 발화 지점으로 추정된 콘센트 역시 인터넷 모뎀 등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기 위해 이 공간 안쪽에 설치된 것으로 파악됐다.

화재 직전 이어진 장맛비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높은 습도로 우수관 주변에 습기와 결로가 발생하고 벽체 내부 분진이나 이물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콘센트 절연물 표면에 누설 전류와 트래킹이 발생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분석이다.

조사팀은 “우수관 주변 습기·결로와 공간 내부 분진·이물질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콘센트 절연물 표면의 누설 전류 발생과 트래킹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화재 초기 원인으로 지목됐던 로봇청소기 충전 기기는 조사 결과 발화 원인에서 배제됐다. 해당 로봇청소기는 2023년부터 사용됐으며 센서 고장으로 수리를 받은 이력은 있지만 충전 이상이나 배터리 교체 이력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충전 기기를 감정한 결과 내부 단자와 퓨즈뿐 아니라 전원선, 통신선, 모터 등에서도 발화 원인으로 볼 만한 전기적 특이점은 발견되지 않았다.

조사팀은 국과수 감정 결과와 함께 로봇청소기 충전 기기 인근 목재 지지대보다 벽체 내부 쪽 지지대에서 더 강한 연소흔이 확인된 점 등을 근거로 로봇청소기에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을 배제했다.

류근일 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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