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강국, 모델 확보만으론 안 돼…건강한 SW 생태계 뒷받침돼야”

2일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2026 한국상용인공지능소프트웨어협회(KOSW) 포럼'에서 김숙경 KAIST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강성전 기자〉
2일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2026 한국상용인공지능소프트웨어협회(KOSW) 포럼'에서 김숙경 KAIST 교수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강성전 기자〉

“독파모를, 프론티어 모델을 갖는다고 한국이 3대 인공지능(AI) 강국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글로벌에서 돈을 버는 기업들이 많아질 때 자연스럽게 AI 3대 강국이 될 수 있습니다.”

2일 더그랜드롯데 서울에서 열린 '2026 한국상용인공지능소프트웨어협회(KOSW) 포럼'에서 발제를 맡은 김숙경 KAIST 교수가 이같이 말했다. AI 시대에도 살아남는 기업들을 만들기 위한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는 진단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정부의 AI 투자 확대가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이를 활용하는 소프트웨어(SW) 기업과 시장 기반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모아졌다. 공공사업이 일회성 구축·납품에 그치지 않고 제품 개선과 반복 구매, 재투자로 이어지도록 발주·구매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AI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의 애플리케이션을 근간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며 “기존 기업과 산업 생태계 없이 AI만 성장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AI 투자 확대와 함께 기존 SW 산업을 뒷받침할 예산과 시장 기반도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신장호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장도 “AI 경쟁력은 AI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공공 SW 시장의 발주·조달, 적정한 사업대가, 과업 관리가 전문기업과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의 토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2026 한국상용인공지능소프트웨어협회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강성전 기자〉
2026 한국상용인공지능소프트웨어협회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강성전 기자〉

공공 SW 시장이 독립적인 제품 경쟁력을 갖춘 기업의 성장으로 충분히 연결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교수는 “기업을 보호하는 제도는 많이 만들었지만 좋은 기업이 강해지는 시장은 만들지 못했다”며 “공공 SW 시장과 기업의 사업 방식이 AI 시대 흐름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공공 SW 시장이 일회성 구축과 납품에 집중되면서 운영 경험이 제품 경쟁력으로 축적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업이 실제 운영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사용자 피드백으로 제품을 개선하고, 이를 재구매로 연결하는 과정이 단절돼 있다는 것이다.

발주기관은 위험 회피와 전문성 부족으로 상세 제안요청서(RFP)와 규정에 의존하고, 기업은 사업 수주와 인력 투입에 집중한다. 낮은 수익성은 제품화 투자 부족으로 이어진다. 제품 경쟁력이 정체되면서 다시 개별 사업 수주에 의존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사업을 대형화하는 발주 방식도 이런 구조를 강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사업을 크게 묶으면 대기업이 아니면 어렵다는 논리가 강해지고, 중소 기업은 공급망 아래로 편입돼 독립적인 제품 역량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안으로 '진화형 모듈 조달'을 제안했다. 여러 기관이 공통으로 필요로 하는 기능의 수요를 모으고, 실제 과업은 작고 상호운용 가능한 단위로 나눠 발주하는 방식이다. 복수 공급자가 경쟁해 전문성 있는 국내 기업이 등장하도록 하고, 그 기업들이 운영 역량과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단발성 대형 발주가 아니라 학습하고 경쟁하며 반복 구매될 수 있는 유기적 조달 생태계가 중요하다”며 “실제 운영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사용자 피드백을 제품 개선에 활용하며, 기업이 납품 이후에도 제품의 성능과 안정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야 글로벌에서도 통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도 사업마다 개별 기능을 새로 구축하는 데서 벗어나 여러 고객에게 공급할 수 있는 공통 제품과 운영 자산을 축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윤호 한국상용인공지능소프트웨어협회장은 “기존 공공조달과 SW 구매 방식이 AI 시대에 어떻게 변화해야 할지 논의가 필요하다”며 “국내 AI·SW기업들이 함께 경쟁하고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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