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여행 성지였는데 '180석에 3명 탑승'…“그래도 좌석은 유지해라”

괌 바다. 사진=게티이미지
괌 바다. 사진=게티이미지
항공사 “괌 노선 승객 감소, 공급 기준 낮춰달라”
공정위 “기준 완화할 새 외부 요인 없어” 거부할 듯

공정거래위원회가 괌 노선의 승객 감소를 이유로 좌석 공급 기준을 낮춰달라는 항공사들의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 방향으로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공정위가 정한 좌석 공급 의무를 완화할 만큼 새로운 외부 요인이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공정위는 지난달 30일 대한항공과 진에어, 아시아나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신청한 인천~괌 및 부산~괌 노선 관련 시정조치 변경 건에 대한 심사보고서를 각 항공사에 전달하고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갔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승인하는 과정에서 공정위는 지난해 양사의 통합에 따른 경쟁 제한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조건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항공사들은 노선별로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공급 규모의 9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괌을 찾는 여행객이 크게 감소하면서 항공사들의 부담이 커졌다. 과거 신혼여행지로 인기를 끌었던 괌은 관광시설 노후화와 원화 약세 등의 영향으로 방문 수요가 위축됐다. 승객이 거의 차지 않는 항공편도 속출하면서 업계에서는 괌행 노선을 빈 좌석이 많은 항공편이라는 의미에서 '눕코노미'라고 부르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괌으로 향한 180석 규모 항공편의 경우 승객은 단 3명에 그쳤고 항공사 직원 6명이 함께 탑승하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이에 5개 항공사는 현재 적용되고 있는 좌석 공급 기준을 2019년의 90%에서 70% 수준으로 낮춰달라고 공정위에 요청했다. 그러나 공정위 심사관은 현 시점의 괌 여행 수요 감소만으로 기존 조치를 수정할 만한 중대한 사정 변화가 있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전성복 공정위 기업거래결합심사국장은 “시정조치 변경 사유가 되려면 공정위가 시정조치를 최종 확정한 2024년 12월24일 이후 급격한 수요 변화를 불러오는 천재지변이나 외부적 요인 등 새로운 사정이 발생해야 한다”며 “괌 관광 수요 감소 등 대한항공 측이 제시한 요건은 시정조치 확정 이후 새로 발생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심사관은 이에 따라 두 괌 노선에 적용되는 공급 기준을 바꿔달라는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아야 한다는 내용의 심사보고서를 위원회에 제출했다. 최종 결정은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내려진다. 전원회의에서는 좌석 공급량을 줄인 항공사에 대한 제재 여부와 제재 수준, 현행 90% 기준을 낮출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이와 별개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2024년 12월부터 지난해 말까지 청주~제주 노선에서 2019년 대비 90%에 못 미치는 좌석을 운용한 사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심사보고서에는 해당 행위와 관련해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고 법인을 고발할 필요가 있다는 심사관 의견이 포함됐다.

전 국장은 “대한항공 측이 시정조치 이행을 좀 더 책임감 있게 준수해줬으면 한다”며 향후에는 정해진 이행 기간 동안 관련 조건을 충실히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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