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인공지능(AI) 투자 확대가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려면 이를 활용하는 소프트웨어(SW) 기업과 시장 기반이 함께 성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된다. 특히 공공 SW 시장은 일회성 사업과 커스터마이징 구축 구조에서 벗어나 전문 SW기업이 기술과 제품을 지속적으로 축적하고 성장할 수 있는 시장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주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SW 전문가들 중심으로 이 같은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김숙경 KAIST 교수는 최근 한국상용인공지능소프트웨어협회(KOSW)가 개최한 포럼 발제자로 나서 “기존 기업과 산업이 없으면 그 위에 AI도 올라갈 수 없다”며 “AI는 결국 SW기업의 애플리케이션을 근간으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공공사업이 일회성 구축·납품에 그치지 않고 제품 개선과 반복 구매, 재투자로 이어지도록 발주·구매 구조 전반을 재설계해야 함을 피력했다. 그는 “단발성 대형 발주가 아니라 학습하고 경쟁하며 반복 구매될 수 있는 유기적 조달 생태계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장호 한국IT서비스산업협회장도 “AI 경쟁력은 AI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공공 SW 시장의 발주·조달, 적정한 사업대가, 과업 관리가 전문기업과 인재가 성장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의 토대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공공SW 사업 방식을 AI 시대에 맞춰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불확실성이 큰 AI 응용·신시장 시대에 예측 가능한 계획 형태로 사업을 발주하는 것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지금은 잘 모르는 것을 다루는 시장인데 이를 마치 결과를 아는 것처럼 엄격한 성능 비교와 확정된 범위의 RFP로 다루고 있다”며 “실행과 학습, 탐색이 가능한 공간을 제도가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공공사업 경험이 기업의 기술자산으로 축적되지 않는 구조도 문제로 꼽힌다.
이우찬 투비소프트 대표는 “공공사업에 들어가 개발했던 코드와 산출물을 다시 가져오지 못하니 다른 사업에 가면 다시 개발해야 한다”며 “우리는 뭘 해도 항상 어제부터 다시 해야 한다. 자산이 축적될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특히 대형화된 발주와 과도한 SI·커스터마이징 관행이 전문 SW기업의 성장을 가로막는 구조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SW기업 대표는 “사업을 크게 설계하면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대기업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고, 전문기업은 다시 하청 구조로 편입된다”며 “시스템 통합(SI) 방식으로 매번 커스터마이징하는 것은 옛날 방식으로, 이제는 전문기업이 자체 제품과 기술을 축적해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불필요한 개념증명(PoC)에 반복적으로 예산을 쓰기보다 유지보수 비용을 제대로 지급해 그 돈이 다시 연구개발(R&D)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며 “기업이 전문역량을 지속해 쌓을 수 있어야 해외로 나가는 기업도 나온다”고 덧붙였다.
강성전 기자 castle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