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고비·마운자로, 임신인 줄 모르고 먹었는데”… 태아에 끼친 영향은

임신을 인지하기 전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에 노출됐더라도 유산이나 기형 등 주요 임신 관련 위험이 뚜렷하게 커지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사진=게티이미지
임신을 인지하기 전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에 노출됐더라도 유산이나 기형 등 주요 임신 관련 위험이 뚜렷하게 커지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사진=게티이미지

임신을 인지하기 전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에 노출됐더라도 유산이나 기형 등 주요 임신 관련 위험이 뚜렷하게 커지지는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5일(현지시간) 영국 의약·약학 전문지 '파마슈티컬 저널(The Pharmaceutical Journal)'에 따르면 영국 시티 세인트 조지스 런던대학교 연구팀은 GLP-1 수용체 작용제(GLP-1 RA)가 임신 전후 임신 결과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기존 연구 10편을 통합해 분석했다.

이번 분석에는 210만건 이상의 임신 사례가 포함됐다. 이 중 임신 전후 6개월 사이 GLP-1 계열 약물에 노출된 여성은 8325명으로 집계됐다. 연구 결과는 최근 국제 학술지 '메드(Med)'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GLP-1 계열 약물을 복용한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의 임신·출산 결과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약물에 노출된 여성에게서 자연유산, 사산, 선천성 기형, 조산 등의 발생 가능성이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아졌다는 근거는 나타나지 않았다.

임신성 당뇨병이나 임신 중 고혈압성 질환, 임신 기간 중 과도한 체중 증가 역시 비노출군보다 뚜렷하게 많이 발생하지 않았다.

신생아의 출생 체중과 관련된 지표에서도 유의미한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임신 주수에 비해 지나치게 작은 아기나 반대로 큰 아기가 태어날 가능성도 GLP-1 계열 약물 노출군에서 확연히 높지 않았다.

연구를 주도한 아스마 칼릴 교수는 임신 사실을 확인하기 전에 GLP-1 계열 약물을 복용한 여성이라면 과도한 불안에 빠질 필요는 없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최근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GLP-1 계열 치료제가 비만과 당뇨 관리에 폭넓게 활용되면서 복용 도중 임신을 알게 되는 사례도 늘어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칼릴 교수는 이번 연구가 이 같은 여성들에게 일정 부분 안도감을 줄 수 있는 자료라고 평가했다. 다만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기존의 의료 지침에 따라 약물 복용을 미리 중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과를 GLP-1 계열 약물이 임신 중 안전하다는 의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점도 중요하다.

연구 자체가 기존 의료 데이터를 토대로 한 관찰 연구인 만큼 약물 복용과 임신 결과 사이의 인과관계를 확정하기 어렵다. 관찰된 결과가 GLP-1 약물에 따른 것인지, 당뇨나 비만 등 환자의 기저질환 또는 다른 요인에서 비롯된 것인지 명확하게 분리하기도 어렵다.

또 연구 대상자 가운데 상당수는 임신 기간 내내 약물을 사용한 것이 아니라 임신 직전이나 임신 초기 등 제한된 기간에만 노출됐다. 임신 중기와 후기까지 약물을 계속 투여했을 경우 태아와 임신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는 아직 충분한 자료가 축적되지 않았다.

영국 케임브리지대에서 체중 관리 분야를 연구하는 마리 스프렉클리 박사는 분석에 포함된 전체 임신 사례가 210만건을 넘었지만 실제 GLP-1 계열 약물 노출 사례는 8325건에 그쳤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유산 및 자궁 내 태아 사망 위험을 살핀 분석은 2개 연구에만 기반했으며 대상자 역시 1138명으로 제한적이었다. 따라서 특정 위험이 통계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상황에서 안전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GLP-1 계열 약물은 당초 제2형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목적으로 개발됐다. 이후 식욕을 낮추고 체중 감소를 유도하는 효과가 알려지면서 비만 치료 영역에서도 사용 범위가 확대됐다.

세마글루타이드는 위고비와 오젬픽, 리벨서스 등에 활용되며 티르제파타이드는 마운자로의 주요 성분이다. 리라글루타이드 역시 GLP-1 계열 약물에 속한다.

현재까지 임신 중 GLP-1 약물을 투여했을 때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평가한 사람 대상 임상 자료는 부족한 상황이다.

영국 의약품·의료제품 규제기관(MHRA)은 GLP-1 계열 약물을 임신 중이거나 임신을 준비하는 기간, 수유 기간에는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하고 있다. 복용 중 임신 사실을 확인했다면 의료진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고 약물 중단 여부를 상담하도록 안내한다.

임신을 준비할 때 약물을 언제 끊어야 하는지는 성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세마글루타이드 계열인 위고비·오젬픽·리벨서스는 임신을 시도하기 적어도 2개월 전부터 복용을 중단해야 한다. 티르제파타이드 성분의 마운자로는 최소 1개월 전에 끊도록 권고된다. 체내에서 비교적 빠르게 제거되는 리라글루타이드는 임신을 시도하기 직전에 중단하도록 안내된다.

세마글루타이드 제품 설명서 역시 긴 약물 반감기를 고려해 임신 계획 최소 2개월 전에 투여를 중단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티르제파타이드 역시 계획 임신 최소 한 달 전 중단이 권고된다.

스프렉클리 박사는 이번 연구가 임신 사실을 알기 전에 GLP-1 약물에 노출된 여성들에게 어느 정도 안도감을 줄 수 있지만, 해당 약물이 임신 중 안전하다는 사실을 증명한 연구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존의 임신 전 복용 중단 권고를 변경할 근거 역시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임신을 계획하고 있다면 복용 중인 약물의 성분에 따라 권고된 시점에 맞춰 투여를 중단하고, 약물을 복용하던 중 임신 사실을 알게 됐다면 처방 의료진에게 약물 종류와 투여량, 마지막 복용 또는 투여 시점 등을 알린 뒤 상담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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