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랑스에서 열악한 교육환경에 항의하는 학생 시위가 전국적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15세 학생이 경찰이 사용한 수류탄을 집어 들었다가 폭발해 한쪽 손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5일(현지시간) CBS뉴스와 AFP 등에 따르면 사고는 프랑스 북부 랑스에서 발생했다. 현지 경찰 노조 관계자는 다친 학생이 진압경찰이 발사한 스팅볼 수류탄을 집어 들었다가 손 안에서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프랑스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교사 부족과 과도한 수업 일정, 낡은 교실과 학교 시설, 높아지는 기온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건물 등을 문제 삼은 학생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학생들은 전국 수백 개 고등학교의 출입구를 봉쇄하며 항의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경찰과 충돌하거나 시설물 파손으로 번지기도 했다.
17세 학생 한 명은 CBS뉴스에 자신의 학교에 쥐가 들끓고 있다고 호소했다. 학생 대표 다프네 디에는 학생들의 좌절이 폭력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상황이 매우 위험해지고 있다”며 시위 참가 학생들에게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프랑스 인권연맹은 경찰이 미성년 학생들을 상대로 과도한 진압 수단을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맹 측은 “경찰 지침을 보면 상대가 어린 학생들임에도 자제를 요구하는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프랑스 교육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전국 3700여개 고등학교 가운데 400곳 이상이 부분 또는 전면 폐쇄됐다. 파리 지역에서는 15~17세 학생이 다니는 고등학교 468곳 가운데 약 3분의 1이 문을 닫을 것으로 예상됐다.
프랑스 교육부 장관에 따르면 시위가 시작된 이후 학교 24곳이 불에 타거나 훼손됐다. 체포된 인원은 5000명을 넘었으며 이 가운데 약 85%가 미성년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일부 학생들은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교내로 들어갔으나, 파리 도심에서는 수십 명의 학생이 학교 밖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와 경찰 간 충돌도 이어졌다. 보르도에서는 일부 시위대가 경찰 쪽으로 폭죽을 쏘자 경찰이 간헐적으로 최루가스를 사용했다. 북부 릴에서는 복면을 쓴 시위대가 버스정류장을 부수고 쓰레기통에 불을 질렀으며 경찰은 최루가스로 대응했다.
세바스티앵 르코르뉘 총리는 장기 결근 교사와 미충원 교원 자리를 우선적으로 메우도록 지방 당국에 주문했다. 또 낡은 학교 건물 개선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지역 대표들과 회의를 열 예정이다.
정부는 공공시설을 파손한 당사자에게 복구 비용을 부담시키는 내용의 법안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 대변인 모드 브레종은 “14~16세 학생들이 아침부터 버스정류장이나 자신이 다니는 학교에 불을 지르는 상황이라면 부모의 책임 문제도 제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르코르뉘 총리는 피해 보상금을 가족수당이나 주거수당에서 회수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에 프랑스 최대 노동조합 가운데 하나인 노동총동맹(CGT)은 이 같은 방안이 취약계층 가정을 겨냥하게 될 것이라며 반발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