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막아달라”던 美 여성 사형수… 치사 약물 2번 맞고도 살아 돌아왔다

“치사약물 실제 주입 후 생존한 첫 사례”

약물 주사형이 실패하면서 생존하게 된 미국 테네시주 사형수 크리스타 파이크(50).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약물 주사형이 실패하면서 생존하게 된 미국 테네시주 사형수 크리스타 파이크(50).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에서 약물주사 방식으로 사형 집행을 당하고도 살아남은 여성 사형수가 의식을 되찾고 말을 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6일(현지시간) CNN · B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 테네시주 사형수 크리스타 파이크(50)가 지난주 두 차례의 약물주사 집행을 받고도 생존한 뒤 현재 의식을 되찾아 대화가 가능한 상태까지 회복했다.

파이크의 변호인단은 그가 병원에서 수갑을 찬 채 중환자 치료를 받고 있으며 “의식이 있고 말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정확한 회복 전망은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파이크는 지난달 30일 테네시주에서 사형 집행을 받았다. 당국은 사형에 사용하는 약물인 펜토바르비탈을 두 차례 투여했지만 그는 숨지지 않았다. 이후 의식을 잃은 채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의료진은 그의 몸에 투입된 약물을 제거하는 치료를 진행했다.

파이크는 집행 전부터 자신의 혈액질환과 가는 정맥 때문에 약물주사 방식이 극심한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변호인단을 통해 사형을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감형해달라고 요청하고 집행정지 신청도 이어갔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약물주사 방식에 문제를 제기해 온 파이크는 결국 두 차례 약물 투여에도 사망하지 않았다.

앞서 사형 집행에서 살아남은 사례들은 대부분 정맥 확보에 실패해 치사 약물이 제대로 투여되지 못한 경우였다. 반면 파이크는 실제 펜토바르비탈을 투여받고도 생존한 이례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BBC에 “이처럼 치사 약물이 실제 주입된 뒤 살아남은 사례는 전례가 없다”고 평가했다.

파이크 측 자문을 맡은 마취과 의사 조엘 지봇은 약물이 정상적으로 혈류에 들어갔다면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약물이 혈관이 아닌 피부 아래 조직으로 퍼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번 사태 이후 빌 리 테네시 주지사는 올해 예정된 나머지 사형 집행을 모두 중단하고 독립적인 조사를 지시했다. 당국은 파이크에 대한 사형 집행을 다시 시도할지 여부를 아직 밝히지 않았다.

1996년 재판에 출석한 크리스타 파이크. 사진=AP 연합뉴스 / WBIR-TV
1996년 재판에 출석한 크리스타 파이크. 사진=AP 연합뉴스 / WBIR-TV

한편 파이크는 18세였던 1995년 당시 남자친구와 함께 19세 여성 콜린 슬레머를 폭행하고 고문한 뒤 살해한 혐의로 이듬해 사형을 선고받았다. 사건의 잔혹성이 알려지면서 당시 미국 사회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이번 사형 집행이 예정대로 이뤄졌다면 파이크는 200여년 만에 테네시주에서 사형이 집행된 첫 여성이 될 예정이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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