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에 집단소송 관련 법안이 14건 계류 중인 가운데 벤처·스타트업 업계에서 반발의 목소리가 나왔다. 법 시행 이전 사건까지 소송 대상으로 삼는 소급 적용과 소송 범위 확대로 자금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의 생존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7일 국회에서 열린 '집단소송법 도입으로 인한 벤처·스타트업 생존 위기' 정책 토론회에서 전문가와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법안이 기업의 소송 부담을 과도하게 키울 수 있다며 제도 보완을 촉구했다.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집단소송 관련 법안 14건 중 11건이 미국식 '옵트아웃(Opt-out)' 방식이다. 옵트아웃 방식은 소송에서 제외 의사를 밝히지 않은 피해자에게도 판결 효력이 미치게 된다.
특히 9건의 법안은 법 시행 이전 사건에 대한 소급 적용을 허용하고 있다. 현재 증권 분야에 한정된 집단소송을 모든 손해배상청구로 확대하는 조항도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입법 방향에 대해 벤처업계는 기업 규모에 비해 배상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수 있다는 점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스타트업은 자본 규모가 작아도 이용자는 수백만명에 달할 수 있어 개인정보 유출 등 사고가 발생하면 기업 자산을 웃도는 손해배상청구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법 시행 이전 사건까지 소송 대상에 포함하는 소급 적용 조항도 논란이다. 한석훈 연세대 법무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러한 소급 적용에 대해 “신뢰보호와 법적 안정성을 내용으로 하는 법치국가 원리에 위배된다”고 말했다.
소송 위험이 벤처투자 시장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국내 스타트업의 법적 위험이 커지면 민간 출자자들이 해외 벤처시장으로 자금을 옮기는 등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손미경 초기투자액셀러레이터협회 부회장은 “초기 투자자에게 집단소송의 위험은 판결이 아니라 가격을 매길 수 없는 우발 채무로 먼저 다가온다”고 강조했다.
벤처업계는 스타트업의 자본력과 법적 대응 능력을 고려해 집단소송법을 설계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최지영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는 “전담 변호사를 두기 어려운 스타트업에게는 단 한 건의 집단소송이 곧 생존의 문제가 되는 만큼, 혁신 생태계가 감당할 수 있는 제도 설계를 국회가 함께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성윤 기자 sy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