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뇨병·비만 치료제로 사용되는 마운자로를 사기 위해 일본을 찾는 한국인이 늘면서 현지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보다 훨씬 낮은 가격으로 약을 구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이른바 '스시자로'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의약품의 불법 국내 반입뿐 아니라 일본 내 환자들의 약물 접근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에서 마운자로를 구입하는 한국인들은 해당 제품을 '스시자로'라고 부르고 있다. 소셜미디어(SNS)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처방받을 수 있는 일본 의료기관 정보가 공유되면서 이른바 '성지'로 불리는 곳까지 생겨났다. 일부 이용자들은 항공료와 숙박비를 감안하더라도 일본에서 구매하는 편이 경제적이라는 경험담을 올리고 있다.
한국인들의 일본행을 부추기는 가장 큰 요인은 양국 간 약값 차이다. 일본에서 마운자로 2.5㎎ 제품의 한 달분은 약 1만엔(약 8만4000원) 수준이지만, 국내에서는 28만~35만원가량이 필요하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지난 8월 의료비 부담을 낮추기 위해 마운자로의 공적 약가를 25% 조정하면서 가격 격차가 더욱 커졌다.
마운자로는 미국 제약사 일라이릴리가 개발한 티르제파타이드 성분의 주사 치료제다. GIP와 GLP-1 수용체에 동시에 작용해 혈당을 조절하고 식욕을 감소시키는 방식이다. 일본에서는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 허가됐으며 2023년 4월부터 유통되기 시작했다.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이다.
현지 의료기관을 통해 합법적으로 처방받았더라도 이를 국내로 들여오는 과정에서는 별도의 규정을 따라야 한다. 한국 관세청 자료를 보면 마운자로와 위고비 등 비만 치료제를 허가 없이 반입하다 적발된 사례는 지난해 4건에서 올해 1~8월 5030건으로 크게 늘었다. 당국이 감시를 강화하고 있지만 관련 사례가 계속 발견되는 상황이다.
마운자로가 체중 감량을 위한 목적으로 소비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의학적으로 비만에 해당하지 않는 정상 체중의 여성들이 외모 관리를 위해 사용하는 경우가 거론된다. 전문의약품인 마운자로를 치료 필요성 없이 사용할 경우 저혈당이나 급성 췌장염 등 각종 이상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유명인의 마른 체형을 선호하는 사회 분위기와 SNS에서 퍼지는 과도한 감량 방식이 한국 젊은 여성들에게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국내에서 이뤄진 마운자로 처방은 150만건을 넘어섰다. 전체 처방 가운데 20~30대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며, 10대 처방도 증가세를 보였다.
미용이나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한 마운자로 사용으로 인한 부작용은 일본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도쿄신문은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자료를 인용해 일본에서 마운자로 판매가 시작된 2023년 이후 최근까지 950건이 넘는 이상반응이 보고됐다고 전했다. 이 가운데 최소 35건은 다이어트와 미용 등 허가된 적응증과 무관한 사용에서 비롯된 것으로 파악됐다.
일본 환자들이 사용할 약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본 의료계에서는 한국인들의 대량 구매가 계속될 경우 현지에서 치료 목적으로 마운자로를 필요로 하는 환자들이 의약품을 제때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