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만에 40만원 벌었다”…美 Z세대 휩쓴 스포츠베팅, 투자금까지 손댔다

미국 Z세대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식이나 금융상품에 투입할 자금을 스포츠베팅에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미국 Z세대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식이나 금융상품에 투입할 자금을 스포츠베팅에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미국 Z세대 투자자들 사이에서 주식이나 금융상품에 투입할 자금을 스포츠베팅에 사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네 명 중 한 명은 스포츠베팅을 단순한 오락이 아닌 장기적인 자산관리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금융·중독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온다.

투자자문 플랫폼 베터먼트가 3월 말부터 4월 초까지 미국 개인투자자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 개인투자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Z세대 응답자의 52%는 최근 1년 동안 투자 목적으로 마련했던 돈을 스포츠베팅에 사용했다고 답했다.

스포츠베팅을 장기적인 재정 계획에 포함시켰다는 Z세대 응답자는 26%에 달했다. 밀레니얼 세대는 14%, X세대는 6%, 베이비붐 세대는 1%로 세대 간 격차가 뚜렷했다.

사라 레비 베터먼트 CEO는 예측시장이나 스포츠북을 노후 대비를 위한 투자수단처럼 받아들이기 시작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포츠베팅은 경기 결과에 따라 배당금이 결정되지만, 운영업체가 '비그'라는 수수료를 배당에 반영해 장기적으로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다.

미국에서는 2018년 연방대법원이 스포츠베팅을 제한하던 연방법에 제동을 건 이후 관련 시장이 빠르게 확대됐다. 현재 39개 주와 워싱턴DC에서 스포츠베팅이 허용된 상태다. 최근에는 로빈후드 등 금융 플랫폼도 예측시장 서비스를 앱 안에 제공하면서 투자와 베팅의 경계가 더욱 흐려지고 있다. 로빈후드는 현재 주식 거래보다 예측시장에서 더 많은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하나로 주식 투자와 스포츠베팅을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이 젊은 세대의 인식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한다. 금융 앱과 동일한 방식으로 베팅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어 두 행위를 비슷한 활동으로 받아들이기 쉽다는 설명이다.

댄 이건 베터먼트 행동재무 담당 부사장은 베팅에는 운영업체가 가져가는 비용이 포함돼 있어 장기간 보유할수록 가치가 증가할 수 있는 투자자산과 구조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했다.

실제 통계에서도 차이가 나타난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이용자들이 베팅 플랫폼에 1달러를 넣었을 때 돌려받은 금액은 75센트에 미치지 못했다. 또한 스포츠베팅을 하는 가구의 예금 잔액 중간값은 베팅하지 않는 가구의 59% 수준에 그쳤다.

젊은층의 베팅 확산 배경으로는 경제적 불안감도 거론된다. 노스웨스턴뮤추얼이 지난 1월 공개한 조사에서는 경제적으로 또래보다 뒤처지고 있다고 느끼는 Z세대의 약 80%가 고위험 투자상품을 활용하면 재무 목표에 더 빨리 도달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불안정한 경제 여건 속에서 단기간에 큰돈을 벌려는 심리가 스포츠베팅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도박 문제를 다루는 전문가들도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버치스헬스의 신시아 그랜트 임상 책임자는 베팅이 가족·친구와의 관계나 학교생활, 직업 활동 등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시작한다면 단순한 취미를 넘어 치료가 필요한 수준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자금융 전문가 에리카 샌드버그는 스포츠베팅의 수익 사례가 손실 경험보다 훨씬 쉽게 확산되는 현상을 지적했다. 그는 사람들이 '몇 분 만에 300달러(약 40만원)를 벌었다'는 이야기는 기억하면서도 '한 달 동안 800달러(약 107만원)를 잃었다'는 사례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보인다며 베팅을 투자와 혼동하는 분위기를 경계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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