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넘어선 '분기 영업익 100조' 삼성전자…내년 전망도 밝은데 주가만 반대로 간다

삼성전자 서초사옥.
삼성전자 서초사옥.
기록적 실적에도 최근 주가 상승에 이미 반영
메모리 업황과 AI 투자 지속성도 변수로 작용
시장은 ‘얼마나 벌었나’보다 유지 가능성에 주목

삼성전자가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을 처음 넘어섰다.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요가 메모리 호황을 이끌면서 영업이익은 107조4000억원까지 늘었다. 글로벌 테크기업 가운데서도 찾아보기 힘든 기록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반응은 의외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8일 2% 넘게 하락했다. 실적만 놓고 보면 축하할 만한 날이었지만, 시장의 관심은 이미 올해 성적표를 넘어 내년으로 옮겨간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195조원, 영업이익 107조4000억원의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2.5% 급증했고 시장 전망치도 웃돌았다. 지난해 4분기 이후 네 분기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썼다.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 돌파는 국내 기업 가운데 처음이다. 최근 분기 약 85조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엔비디아보다도 많은 규모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주요 빅테크와 비교해도 삼성전자의 이번 분기 이익은 압도적이다.

반도체가 실적을 사실상 끌어올렸다.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따라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 등 고부가 메모리 수요가 늘었고, 범용 D램 가격도 상승했다.

특히 HBM4 공급이 본격화하면서 메모리 사업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이 이번 분기 전체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의 전망도 나쁘지 않다.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계속되는 가운데 메모리 공급 부족이 이어지면서 삼성전자의 실적이 내년에도 증가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이 50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예상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런데 주가는 반대로 움직였다.

삼성전자는 이날 26만2000원에 거래를 마쳐 전날보다 2.42% 하락했다. 장 초반에는 상승했지만 오후 들어 매물이 늘었다. 외국인과 기관이 순매도에 나선 반면 개인투자자는 순매수했다. SK하이닉스도 2.44% 하락했다.

기록적인 실적에도 주가가 밀린 데에는 최근 주가 상승으로 실적 기대가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앞으로 더 오르려면 시장이 예상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추가적인 이익 증가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메모리 업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시장이 살펴보는 부분이다. 지금은 AI 투자 확대로 메모리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주요 반도체 업체들의 증설이 본격화되면 공급 부족이 완화될 수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꺾이면 삼성전자의 이익 증가 속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AI 투자 역시 변수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면서 메모리 수요를 끌어올리고 있지만, 높은 투자 비용과 금리 환경이 향후 투자 속도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 분기에 벌어들인 107조4000억원은 시장이 기대했던 것보다도 많은 돈이다. 다만 주식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이미 발표된 숫자보다 그 다음 숫자다.

분기 영업이익 100조원이라는 기록을 세운 삼성전자를 두고 시장의 관심이 이제 '얼마나 벌었는가'에서 '이 수준의 이익을 얼마나 오래 유지할 수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는 이유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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