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테크, 산업을 바꾸다④] 버려진 감귤껍질로 포장재 만드는 나누…플라스틱 용기 대체

나노스프레이 코팅으로 물·기름 흡수 줄이고 재활용 고려
마켓컬리 샐러드·굽네치킨 전용 용기 공급 확대
안산 공장 자동화 5호기 개발…생산량 확대 추진
화장품·전자제품 포장재로 확장…일본·싱가포르 실증

기후위기는 에너지 생산과 소비를 넘어 먹거리, 제조, 모빌리티, 자원순환 등 산업과 생활 전반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탄소 배출을 줄이면서 생산성과 소비자 편의까지 높이는 기술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올해 '2026년 경기도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사업'에는 푸드테크·에코테크·카본테크·클린테크 등 4개 분야 11개 기업이 참여한다. 식물 바이오 파운드리와 종자 판별부터 재활용 플라스틱 선박 소재, 자원순환형 종이팩, 친환경 펄프몰드·세라믹 코팅제, 전고체 전해질막, 공장에너지관리시스템(FEMS), 재사용 배터리 해체 자동화, 우주용 태양전지, 지붕형 태양광 플랫폼까지 해법도 다양하다.
이들 기업은 온실가스와 폐기물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산업 현장의 비용·효율·안전 문제를 풀며 사업성을 입증하고 있다. 전자신문은 11개 기업을 만나 기술의 원리와 경쟁력, 고객이 얻는 가치, 실증·사업화 성과를 살펴본다. 육성사업 참여 과정에서 해결한 과제와 투자유치, 국내외 시장진출 전략도 짚는다. 기술이 산업과 일상의 변화를 이끄는 기후 해법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11회에 걸쳐 소개한다.
이윤노 나누 대표.
이윤노 나누 대표.

배달받은 치킨을 용기째 전자레인지에 데우고, 물기 많은 샐러드를 담아도 쉽게 눅눅해지지 않는 종이 용기.

친환경 포장재 기업 나누(대표 이윤노)가 일회용 플라스틱 용기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한 제품이다. 나누는 농식품 부산물을 원료로 쓰고 종이 표면에 얇게 코팅하는 기술을 결합해 식품 포장재의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나누는 2021년 이윤노 대표와 펄프몰드 분야 연구자가 공동 창업했다. 이 대표는 남미 파라과이의 사업 현장에서 하천을 뒤덮은 쓰레기와 학교에서 플라스틱을 태우는 모습을 본 뒤 플라스틱 대체 소재 개발에 뛰어들었다.

감귤껍질·왕겨를 포장재 원료로

나누의 '데코몰드(Deco Mold)'는 농업과 식품 가공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펄프몰드 원료로 활용하는 기술이다. 감귤껍질 부산물로 감귤 가공식품의 포장재를 만드는 식이다. 버려지던 원료를 다시 쓰면서 포장재에 담긴 제품의 생산 과정까지 연결할 수 있다.

나누는 감귤박에 이어 왕겨와 맥주박 등으로 활용 원료를 넓히고 있으며, 농식품 부산물을 펄프 원료에 최대 30%까지 배합해 목재 펄프 사용량과 원료 비용을 줄일 계획이다. 부산물을 배출하는 업체의 처리 부담도 덜 수 있다는 구상이다.

기존 펄프몰드는 제조 과정에서 물을 많이 쓰고 고온 건조에 시간이 걸려 생산비가 높다는 한계가 있었다. 나누는 용수 사용과 설비·공정 비용을 줄이는 자체 제조 방식도 개발해 공장에 적용하고 있다.

종이 표면에 얇게 코팅…물·기름 흡수 줄여

종이 용기를 식품 포장에 쓰려면 물과 기름을 견뎌야 한다. 펄프몰드에는 미세한 구멍이 많아 액상 코팅제를 바르면 표면에 남기보다 내부로 스며들기 쉽다. 코팅제를 많이 써도 음식물이 닿는 면을 고르게 보호하기 어려운 이유다.

나누는 자체 개발한 코팅액 'N-101'을 나노스프레이 방식으로 분사해 용기 표면에 얇고 균일하게 입히는 기술을 개발했다. 플라스틱 필름을 붙이지 않고도 물과 기름이 스며드는 것을 줄이고, 종이 특유의 질감은 유지하도록 설계했다.

이 기술은 샐러드처럼 수분이 많은 식품부터 육류와 치킨 등 기름진 음식의 용기에 적용된다. 나누는 백화점·마트의 신선식품 포장과 샐러드 배송 과정에서 제품을 시험했으며, 코팅 기능이 2주 이상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배달 음식을 담은 뒤 냉장·냉동 보관하거나 전자레인지로 데울 수 있는 제품도 공급하고 있다.

코팅한 종이, 배출·재활용까지 고려

식품용 종이 용기는 물과 기름을 막기 위해 플라스틱 필름을 붙이는 경우가 많지만, 필름이 종이와 분리되지 않으면 재활용이 어렵다. 나누는 과불화화합물(PFAS)과 플라스틱 기반 수지를 쓰지 않은 수용성 코팅제를 개발해 방수·방유 기능을 갖추면서도 종이의 재활용 가능성을 높였다.

나누는 자사 코팅 종이 트레이가 재활용 공정에서 펄프로 풀리는 성능을 인정받아 종이류 배출을 위한 분리배출 표시 지정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용기를 사용할 때 필요한 내수·내유성과 사용 후 재활용 가능성을 함께 확보하는 것이 기술 개발의 핵심이다.

식품용기 납품 확대…자동화 설비 개발

나누는 마켓컬리의 샐러드 용기와 굽네치킨의 치킨 스테이크 전용 용기를 공급하고 있다. 굽네치킨 제품은 기름이 용기에 스며드는 것을 줄이고 배달 뒤 전자레인지 사용까지 고려해 개발했다. 현대백화점에는 제지업체 무림과 함께 시험한 정육·수산물·과일용 종이 트레이 공급을 추진 중이다. 기존 플라스틱 트레이가 쓰이던 곳을 종이 제품으로 바꾸는 사업이다.

납품 물량이 늘면서 생산설비도 확장하고 있다. 안산 공장에서는 맞춤 제작한 설비 4호기까지 가동 중이며, 생산 속도를 높인 5호기 자동화 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나누는 수동·반자동 공정을 전자동 방식으로 전환해 생산량을 늘리고 단위 생산비를 낮출 계획이다.

화장품·전자제품 포장으로 적용 확대

나누는 식품용기에서 확보한 소재와 코팅 기술을 화장품·전자제품 포장재로 확대하고 있다. 모바일 기기용 완충재와 포장재를 공동 개발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부품 이송용 트레이의 플라스틱 대체도 목표로 한다. 일본·싱가포르 기업과 제품 실증·협력을 추진하고, 베트남에서는 왕겨와 맥주 부산물을 포장재 원료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경기도와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는 '2026년 기후테크 스타트업 육성사업'을 통해 나누의 기술 고도화와 사업화를 지원하고 있다. 나누는 부산물 원료의 배합과 코팅 공정을 개선하고 생산설비를 확대해 식품·산업용 포장재 시장에 대응할 계획이다.

이윤노 대표는 “소비자가 '비싸고, 불편하고, 품질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친환경을 외면하지 않게 만드는 것이 나누의 사명”이라며 “종이 빨대처럼 강요된 불편함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플라스틱에 견줄 성능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추겠다”며 “누구나 쉽고 자연스럽게 플라스틱을 덜 쓰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제품을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공동기획: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전자신문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

  • ET Ev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