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DGIST 연구팀, 가시광선으로 상온의 물에서 고결정성 MOF 합성

(왼쪽부터) 포스텍 화학과 서대하 교수, 조준형 박사, 안용덕 박사후연구원, 박사과정 정승현 씨, DGIST 화학물리학과 정낙천 교수
(왼쪽부터) 포스텍 화학과 서대하 교수, 조준형 박사, 안용덕 박사후연구원, 박사과정 정승현 씨, DGIST 화학물리학과 정낙천 교수

국내 연구진이 불 대신 빛, 유기용매 대신 물로 기체를 빨아들이는 '분자 스펀지'를 만들어냈다. 빛을 받은 나노입자가 스스로 초소형 공장을 지어 그 안에서 결정을 키우는 방식이다.

포스텍(POSTECH)은 서대하 화학과 교수 연구팀이 정낙천 디지스트(DGIST) 화학물리학과 교수 연구팀과 함께 가시광선을 이용해 상온·상압의 물에서 구조가 반듯한 금속 유기 골격체(MOF) 합성 기술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MOF는 금속 이온과 유기 분자가 레고 블록처럼 규칙적으로 맞물린 소재다. 눈에 보이지 않는 구멍이 촘촘해 스펀지처럼 분자를 빨아들인다. 구멍에 기체를 담거나 원하는 분자만 골라 붙잡을 수 있어 기체 저장·분리, 촉매 소재로 주목받는다. 문제는 만드는 과정이다. 제 기능을 하려면 뼈대가 반듯하게 줄지어 선 결정이 필요한데, 기존 합성법은 높은 온도나 진한 원료, 유기용매를 요구했다.

나노입자 표면에 형성된 껍질이 물질 이동을 제한하고,  빛에 의해 공급되는 구리 이온이 결정 형성에 기여하는 모식도
나노입자 표면에 형성된 껍질이 물질 이동을 제한하고, 빛에 의해 공급되는 구리 이온이 결정 형성에 기여하는 모식도

연구팀은 용액 전체가 아니라 '결정이 자라는 나노 공간'에만 필요한 조건을 모으자는 방식으로 발상을 전환했다. 열쇠는 산화구리(I)(Cu₂O) 나노입자다. 이 입자는 빛을 받으면 구리 이온을 내놓는데, 이 이온이 주변 유기 분자와 만나 입자 표면에 얇은 껍질을 만든다.

껍질은 안팎의 물질 이동을 막는 울타리가 되고, 안에 구리 이온이 계속 채워지며 결정이 자라기 좋은 환경이 된다. 입자는 원료를 대고 껍질은 작업장을 마련하는, 이른바 '자가 조립 나노반응기'다. 연구팀은 입자 모양, 빛의 세기, 용액을 젓는 조건을 바꾼 실험과 계산으로 이 해석을 뒷받침했다.

그 결과 약 25℃의 물에서 가열 없이 구리 기반 MOF인 'HKUST-1'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완성된 소재는 규칙적인 결정 구조와 미세한 구멍을 갖췄다. 껍질이 생긴 뒤 빛을 약하게 하자 속이 빈 구조도 나타났다. 빛으로 소재의 모양까지 조절할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이번 연구는 결정이 자라는 작은 공간을 설계해 합성 조건을 조절하는 새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이 방식이 발전하면 고온 합성에 드는 에너지를 줄여 친환경 합성이 가능하고, 열에 약한 물질을 다공성 소재와 결합하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서대하 교수는 “결정이 만들어지는 작은 공간에 필요한 조건을 집중시키는 데 주목했다”라며 “빛으로 원료 공급을 조절하고 반응 중 스스로 만들어지는 공간을 활용해, 상온의 물에서도 기능성 결정을 합성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라고 했다. 제1저자인 안용덕 박사후연구원(현 경상대 화학교육과 조교수)은 “적용 가능한 소재의 범위를 넓혀, 온화한 조건에서 원하는 구조와 기능을 갖춘 소재를 만드는 방법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 기초연구실, POSTECH 자율운영 중점연구소 지원사업, 노화제어원천기술개발, DGIST HrHr 사업, 산업통상자원부의 소재부품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재료 분야 국제 학술지인 '어드밴스드 머터리얼스(Advanced Material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대구=정재훈 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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