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식재산처가 특허심사 질적 전환을 선언하고 2029년까지 심사대기 기간을 10개월 이내로 단축하겠다고 밝혔지만, 인공지능(AI)과 의료기기 등 주요 기술 분야 실제 심사 여건은 목표와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AI 특허 심사대기기간은 2025년 21.3개월로 늘어나며 정부가 제시한 목표의 2배를 웃돌았다.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식재산처로부터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의료기기·AI 특허 출원·심사대기기간·심사인력 및 심사품질 현황' 자료에 따르면, AI 특허 심사대기기간은 2021년 12.2개월에서 2025년 21.3개월로 74.6%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의료기기 특허 심사대기기간도 14.7개월에서 16.3개월로 10.9% 늘었다.
지식재산처는 올해 3월 '특허심사 서비스 혁신방안'을 발표하고 특허심사 정책을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2029년까지 심사대기 기간을 10개월 이내로 줄여 '특허품질 세계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이번 자료에서 첨단기술 분야 출원 증가와 심사인력 확충 사이 격차가 심사 지연으로 이어지는 양상이 확인됐다.
AI 분야의 경우 특허 출원은 2021년 6250건에서 2025년 9223건으로 47.6% 증가했다. 반면 심사관 수는 같은 기간 36명에서 42명으로 16.7%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심사관 1인당 처리건수는 92건에서 137건으로 48.9% 증가했고, 심사대기 기간 역시 12.2개월에서 21.3개월로 길어졌다.
AI 기술 발전과 함께 관련 특허 출원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심사인력 확충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기업들이 특허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시간도 늘어난 셈이다.
의료기기 분야도 인력 부족 문제가 드러났다. 2021년 6457건이던 특허 출원은 2025년 5718건으로 11.4% 감소했지만, 심사관 수는 35명에서 20명으로 42.9% 줄었다.
심사관 1인당 처리건수는 145건에서 248건으로 71.0% 증가했으며, 심사대 기기간도 14.7개월에서 16.3개월로 늘었다.
출원 건수가 감소했음에도 심사인력이 더 큰 폭으로 줄면서 개별 심사관의 업무 부담이 가중된 것으로 분석된다.
특허 심사품질 지표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전체 특허 심사품질 오류율은 2022년 0.7%에서 2023년 1.3%로 상승한 데 이어 2024년 1.4%, 2025년 1.8%를 기록했다.
심사 지연뿐 아니라 심사 결과의 품질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 의원은 “정부와 지식재산처가 질적 성장과 특허품질 세계 1위를 목표로 제시했지만, 실제 첨단기술 심사 현장에서는 심사관 1인당 업무량과 기업의 대기시간이 모두 늘고 있다”며 “화려한 구호만 앞세울 것이 아니라 이미 누적돼 온 심사인력 부족과 품질관리 문제부터 정확히 진단하고, 기업이 제때 제대로 된 특허심사를 받을 수 있는 실질적인 개선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양승민 기자 sm104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