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밖에 나가지 말라”…미얀마 젊은 남성들이 '벌벌' 떠는 이유는

“청년 납치해 군부로 넘겨”… 강제징집 공포 확산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미얀마에서 군부의 강제징집이 거세지면서 젊은 남성들이 밤 외출을 피하는 등 공포에 떨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징집 인원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청년들을 납치하거나 다른 지역 군부에 넘기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12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미얀마 남부 카렌주의 주도 파안에서는 최근 젊고 건강한 남성들 사이에서 “해가 지면 밖에 나가지 말라”는 말이 사실상 생활수칙처럼 퍼지고 있다.

파안에서 툭툭 운전사로 일하는 26세 남성은 BBC에 “걱정되지만 일을 하려면 밖에 나갈 수밖에 없다”며 “가족들이 계속 전화해 멀리 손님을 태우고 가지 말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이 겁에 질려 있다.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도 끌려간 이들이 있다”고 전했다.

현지 주민들에 따르면 사복 차림의 군정 관계자와 지지자들이 거리에서 10~30대 청년들을 임의로 붙잡아 군 복무를 강요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BBC 미얀마가 입수한 유출 문건에는 각 지역 당국에 군 징집 할당량을 적극적으로 채우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나타났다. 미얀마 군부는 소수민족 무장단체와 민주화 세력 등과 장기간 내전을 벌이면서 병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미얀마 군정은 2024년 의무복무제를 시행해 18~35세 남성과 18~27세 여성에게 최소 2년간 군 복무를 의무화했다. 징집을 거부하면 최대 징역 5년에 처해질 수 있다.

이후 지난 2년 반 동안 약 10만명의 젊은이가 징집된 것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협박이나 강압, 납치 등을 통해 군에 끌려간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앰네스티와 휴먼라이츠워치 등도 민간인을 납치해 강제로 군 복무를 시키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얀마 군정의 인권범죄 증거를 수집·조사하는 TF '미얀마 위트니스'가 2021~2025년 페이스북에 올라온 실종자 게시물을 분석한 결과, 1월 기준 실종 신고는 2021년 4건에서 2025년 82건으로 급증했다. 실종자의 다수는 남성과 소년이었다.

징집 대상자를 돈을 받고 넘기는 이른바 '인력 거래' 정황도 포착됐다.

양곤에 사는 한 여성은 2025년 5월 당시 33세였던 남편이 친척에 의해 지역 행정사무소로 끌려간 뒤 다른 지역의 징집 인원으로 넘겨졌다고 주장했다. 남편이 징집 할당량을 채우기 위해 400만차트에 넘겨졌다는 것이다.

해당 지역 행정 책임자는 남편을 군 징집 당국에 넘기는 과정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했지만, 돈이 오갔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또 지난 8월에는 양곤에서 소방당국 관계자와 사위가 청년 4명을 납치해 징집 대상으로 팔아넘기려 한 혐의로 체포됐다. 이들은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속여 청년들을 집으로 유인한 뒤 감금한 것으로 조사됐다.

군 출신으로 반군부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한 나웅 요 미얀마 국방안보연구소 관계자는 “하급 행정기관과 군 관계자, 범죄조직 등이 젊은이들을 붙잡아 병력이 부족한 군부대나 지역 사령부에 넘기거나, 돈을 내고 징집을 피하려는 부유층 대신 거래한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경제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강제징집의 부담을 더 크게 떠안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BBC는 강제징집 공포로 청년들이 다른 지역이나 태국 등 주변 국가로 달아나면서 미얀마 내부의 인구 이동과 노동력 부족도 심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다만 미얀마 군정은 이와 관련 BBC 입장 요청에 대해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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