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브라질산 계란 112만개를 들여오는 데 약 16억원을 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계란 구매비는 2억원에 그쳤지만 항공운송비와 관세 등 제반비용이 14억원에 달했다. 30구 기준 수입단가는 4만3923원으로 뛰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 등 비상 상황에 대비해 신규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시범 수입이었다고 설명했다.
15일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미국·태국·브라질·덴마크에서 들여온 신선란은 총 1억3324만개다. 수입과 국내 유통 등에 약 819억원이 투입됐다. 브라질산은 전체 물량의 0.8%인 약 112만개로, 수입 비용은 16억원이다. 현지 계란 구매에 2억원, 항공운송과 관세 등에는 약 14억원이 들었다. 대한항공 화물기를 이용한 장거리 운송이 비용을 끌어올렸다.
정부가 브라질까지 수입선을 넓힌 배경에는 미국 의존에 따른 공급 불안이 있다. 당초 미국산을 중심으로 물량을 확보하려 했지만 현지 AI가 확산하면서 일부 지역의 수입이 막혔다. 올해 1월에는 계약한 미국산 계란이 애틀랜타 공항에서 출발을 기다리던 중 현지 AI 발생으로 수입 자체가 취소되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이후 신선란 수입이 가능한 국가 가운데 대체 공급처를 찾았다. 스페인과 네덜란드는 폭염 피해 등으로 물량 확보가 어려웠고, 폴란드와 뉴질랜드는 수출을 희망하는 업체가 없었다. 이에 기존 미국산에 더해 3월 태국, 7월 브라질, 9월 덴마크산을 차례로 도입했다.
브라질산은 당장 가격 경쟁력을 기대한 수입처라기보다 비상시 활용할 수 있는 공급망 성격이 짙다. 브라질은 한국과 계절이 반대인 남반구에 있어 국내에서 AI가 집중되는 겨울철 대체 공급처가 될 수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일본도 올해 8월까지 브라질산 신선란 2000만개를 수입했다.
이번 수입 과정에서는 위생요건 적용부터 해외작업장 등록, 국제운송, 검역·통관, 국내 유통까지 전 과정을 점검했다. 반입된 계란은 국내 동물검역과 식품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다. 농식품부는 실제 수입 경험을 확보해 향후 수급 불안이 발생하면 도입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선란 수입은 지난해 겨울 AI로 산란계 1134만마리가 살처분된 데 따른 공급 부족을 메우기 위해 추진됐다. 전체 산란계 사육 마릿수의 13.7%에 해당하는 규모다. 산란계를 다시 입식해 계란 생산이 정상화되기까지 통상 6~9개월이 걸린다.
수입 확대와 국내 생산 회복이 맞물리면서 계란 가격은 7월 하순 이후 하락세다. 산지 가격은 30구 기준 7월 6768원에서 이달 상순 5863원으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소비자가격도 7429원에서 7014원으로 떨어졌다.
다만 정부도 브라질산 계란의 높은 도입 비용은 부담으로 인정했다. 수입국별 원가와 관계없이 정책적으로 정한 가격에 공급하면서 올해 전체 수입 신선란의 평균 공급가격은 개당 약 131원이었다. 정부가 수입 비용과 판매가격 간 차이를 부담하는 구조다.
농식품부는 브라질산 시범 수입의 비용 적정성과 공급망 확보 효과를 함께 평가할 방침이다. 향후 수입 여부와 물량도 국내 수급과 국가별 공급 안정성, 운송비를 따져 결정한다. AI 방역 강화와 산란계 농가 시설 현대화, 수급관리 고도화, 유통구조 개선도 병행해 수입 의존도를 낮출 계획이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