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재생바이오 분야 중소벤처기업들이 정부에 규제 개선과 자금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신약 개발부터 상용화까지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는 바이오산업 특성을 고려해 해외 임상·실증 성과의 국내 인허가 활용을 확대하고,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에 대한 금융지원도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다. 이에 이소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제약바이오 분야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관계부처와의 규제 협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16일 충북 청주시 오송에 위치한 오가노이드사이언스를 방문해 '충북 첨단재생바이오 글로벌혁신 규제자유특구' 참여기업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간담회에는 오가노이드사이언스, 세포바이오, 큐피크바이오 등 특구 참여기업과 충북도, 충북테크노파크,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기업들은 첨단바이오 기술의 상용화를 가로막는 규제 불확실성과 해외 진출에 따른 자금 부담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특히 국내 규제특례와 해외 실증을 연계하는 글로벌혁신특구의 역할을 확대해 실질적인 사업화 성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종만 오가노이드사이언스 공동대표는 해외에서 확보한 임상·실증 자료를 국내 인허가에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유 대표는 “일본이나 미국 등에서 확보한 임상·실증 결과를 국내로 가져와 인허가에 활용할 수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재 첨단재생의료 제도가 병원과 연구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중소기업이 주도적으로 실증과 사업화를 추진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구를 통해 기업 중심의 실증체계를 마련하고 보건복지부의 첨단재생의료 제도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인허가 체계 간 규제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중기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했다.
오가노이드사이언스는 인체 장기를 모사한 3차원 세포 구조체인 오가노이드 기술을 활용해 재생치료제와 동물실험 대체 기술 등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현재 글로벌혁신특구 사업을 통해 일본 내 임상과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일본 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의 국내 생산시설 관련 승인을 기대하고 있다.
유 대표는 동물대체시험법 산업화 지원도 제안했다. 그는 “시험법 개발기업뿐 아니라 이를 활용하는 신약 개발기업에도 바우처 지원이 필요하다”며 “충북 오송을 동물대체시험 산업화 특구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해 달라”고 건의했다.

바이오기업의 고질적인 자금난을 해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오상훈 오가노이드사이언스 공동대표는 “바이오산업은 막대한 임상 비용과 연구개발 투자를 회수하려면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할 수밖에 없다”며 “해외 진출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감당하고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극복하는 것이 가장 큰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 개선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황준성 큐피크바이오 대표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투자와 정책금융 확대를 요청했다. 황 대표는 “바이오기업은 상장 이후에도 신약 허가 전까지 매출이 발생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일본 제약사와 협력해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에 대해서는 기술과 지식재산권(IP)을 담보로 한 투자와 금융지원을 적극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 바이오벤처와 일본 제약사 간 공동개발 확대가 의료주권 확보에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일본 제약사와 국내 바이오벤처 간 기술 협력과 공동개발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현숙 세포바이오 대표는 글로벌혁신특구 사업의 연속성을 강조했다. 박 대표는 “정부 지원을 통해 일본 대학과 의료기관, 유럽 연구기관 등과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었다”며 “해외 인허가와 임상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이제 막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사업들이 결실을 볼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구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적 어려움도 제기됐다. 박순기 충북테크노파크 원장은 “중소벤처기업은 규제 하나를 풀어주는 것만으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려워 추가적인 재정 지원이 필요하다”며 “특구 사업을 기획할 때 소관 부처가 해당 사안을 규제로 인정하지 않아 이를 설득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만큼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이에 이 장관은 제약바이오 분야를 중기부의 중점 육성 산업으로 선정하고 전담조직을 신설해 정책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중기부는 중소벤처기업의 애로를 해소할 유인이 가장 큰 부처지만 제약바이오 분야의 전문성과 규제·승인 권한은 다른 부처에 있어 지원에 한계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특정 산업 분야에 전담조직을 두고 전문성을 키워 관계부처와 적극적으로 협의하는 체계를 마련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벤처기업이 활약할 수 있는 4대 중점 분야 중 하나로 제약바이오를 선정했거, 조만간 관련 분야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중기부의 역할을 발굴할 조직을 만들 예정”이라며 “오늘 제시된 건의사항도 정책 추진 과정에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글로벌혁신 규제자유특구는 국내 규제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 혁신기업에 국내 규제특례와 해외 실증·인증, 글로벌 공동 연구개발(R&D) 등을 지원하는 제도다. 중기부는 충북 첨단재생바이오를 비롯해 전국 10개 글로벌혁신 규제자유특구를 지정·운영하고 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