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포르쉐, 中 시장 부진에 전동화 전략 수정…내연기관으로 돌파구 찾는다

중국 판매 정점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현지 전기차 업체 공세에 고전
911 등 고수익 모델 강화하고 맞춤형 사업 확대…브랜드 프리미엄으로 수익성 방어

포르쉐가 중국 시장 판매 부진과 전기차 경쟁 심화에 대응해 전동화 전략을 수정하고 내연기관 모델 경쟁력 강화에 나섰다.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현지 전기차 업체들이 고급차 시장까지 빠르게 잠식하면서 포르쉐의 기존 브랜드 경쟁력이 약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쉐는 순수 전기차 중심의 제품 전략에서 벗어나 내연기관과 전기차를 병행하는 한편, 고성능·고가 모델과 맞춤형 제작 사업을 확대해 수익성 회복을 추진한다.

포르쉐 전략 변화는 중국 고급차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과거 중국에서 포르쉐는 부와 성공을 상징하는 대표 수입 고급차 브랜드였다. 그러나 현지 자동차 업체들이 전기차 기술과 디지털 편의 기능,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을 앞세워 고급차 시장에 진입하면서 경쟁 구도가 달라졌다. 브랜드 역사와 주행 성능을 중심으로 구축해 온 포르쉐 경쟁 우위가 과거만큼 절대적이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크 차이나] 포르쉐, 中 시장 부진에 전동화 전략 수정…내연기관으로 돌파구 찾는다

중국 시장 부진은 판매 실적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포르쉐는 2021년 중국에서 약 9만5000대를 판매하며 역대 최고 수준 실적을 기록했다. 마칸과 카이엔이 판매를 견인했다. 하지만 2022년부터 중국 신에너지차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현지 업체들이 가격 경쟁력과 첨단 기능을 앞세워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동안 포르쉐 시장 입지는 점차 축소됐다.

2024년 포르쉐 중국 판매량은 약 5만6000대로 감소했다. 정점과 비교하면 약 41% 줄어든 규모다. 같은 해 북미와 유럽 판매량은 각각 약 8만6000대와 11만대로 정점을 기록했다. 중국 시장 판매 감소가 다른 주요 시장보다 먼저 본격화했다는 점에서 중국은 포르쉐 사업 전략을 재검토하게 만든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테크 차이나] 포르쉐, 中 시장 부진에 전동화 전략 수정…내연기관으로 돌파구 찾는다

올해 들어서도 회복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포르쉐의 2026년 1~9월 글로벌 판매량은 17만800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감소했다. 중국 판매량은 같은 기간 3만2000대에서 2만1000대로 줄어 약 34% 감소했다. 유럽 판매량도 7만2000대에서 6만5000대로 감소했지만, 중국의 하락 폭이 더 컸다.

중국 시장에서 포르쉐가 직면한 문제는 단순한 경기 둔화나 고급 소비 위축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경쟁 기준 자체가 빠르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업체들은 대형 디스플레이와 음성인식, 지능형 주행 보조, 차량 내 디지털 서비스 등을 결합해 소비자 경험을 차별화하고 있다. 고급 전기차에서는 강력한 가속 성능과 넓은 실내 공간, 다양한 편의 기능을 갖춘 차량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포르쉐와 같은 전통적인 고급차 브랜드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과거에는 엔진 성능과 브랜드 역사, 주행 감각이 고급차의 핵심 경쟁력이었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와 디지털 생태계, 전동화 기술도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중국 소비자들이 자국 브랜드 기술 발전을 빠르게 수용하면서 수입 브랜드 프리미엄을 당연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포르쉐 전기차 전략도 기대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순수 전기 스포츠 세단 타이칸 수요가 둔화했고, 전기차 버전 마칸 역시 전체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에 미치지 못했다. 포르쉐의 순수 전기차 비중은 2025년 22.2%에서 2026년 상반기 19.4%로 낮아졌다. 전동화 투자를 확대했지만 실제 판매 구성에서는 기대했던 변화가 나타나지 않은 셈이다.

이에 포르쉐는 전기차 중심의 제품 전환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자체 배터리 셀 생산 계획을 철회한 데 이어 관련 연구개발 사업도 축소했으며, 차세대 순수 전기차 플랫폼 개발 일정 역시 2030년 이후로 미뤘다. 카이엔보다 상위에 위치할 플래그십 SUV 프로젝트도 순수 전기차 우선 전략에서 벗어나 내연기관 모델을 먼저 선보이는 방향으로 전환했다.

지난 7일 발표한 중기 전략 '스포트바겐슈미데 2035(Sportwagenschmiede '35)'는 이러한 변화를 공식화했다. 포르쉐는 내연기관과 전기차, 하이브리드를 병행하는 다중 동력 전략을 추진하고 기존 내연기관 제품군 경쟁력을 유지할 계획이다. 2022년 제시했던 2030년 순수 전기차 비중 80% 이상이라는 목표에서 사실상 크게 물러선 것이다.

다만 내연기관 회귀만으로 중국 시장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중국에서는 전기차가 이미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핵심 경쟁 분야로 자리 잡았고, 소비자들의 차량 선택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포르쉐가 내연기관 모델을 유지하더라도 중국 소비자가 요구하는 디지털 기능과 전동화 기술, 제품 경쟁력을 함께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 회복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포르쉐가 주목하는 또 다른 해법은 판매량 확대보다 차량당 수익을 높이는 전략이다. 중국 시장에서 대중적인 고급차 수요를 놓고 현지 업체와 직접 경쟁하기보다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대상으로 고가 모델과 특별 주문 차량을 판매해 수익성을 방어하겠다는 것이다.

[테크 차이나] 포르쉐, 中 시장 부진에 전동화 전략 수정…내연기관으로 돌파구 찾는다

대표 모델이 포르쉐 911이다. 911은 2026년 상반기 3만534대가 판매돼 지난해보다 19% 증가했다. 마칸과 타이칸, 파나메라 등 주요 모델 판매가 감소한 가운데 911은 오히려 성장했다. 이는 포르쉐 브랜드 정체성과 스포츠카 고유의 주행 경험이 여전히 강력한 구매 동기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포르쉐는 고성능 모델과 맞춤형 제작 사업도 확대한다. 익스클루시브 마누팍투어(Exclusive Manufaktur)와 존더분슈(Sonderwunsch) 등 개인화 서비스를 강화하고, 911 파생 모델과 상위급 미드십 엔진 슈퍼카 개발을 통해 고가 제품군을 확장할 방침이다. 포르쉐 계획에 따르면 최상위 모델의 평균 판매가격을 약 27만유로에서 33만유로로 20%가량 높이는 것이 목표다.

이 전략은 중국 시장에서도 의미가 있다. 고가 차량 시장 수요가 과거보다 위축되더라도 브랜드 상징성과 희소성을 중시하는 고객층은 일정 수준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르쉐는 판매량 경쟁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회복하기보다 차별화된 제품과 개인화 서비스를 통해 고객 한 명당 창출하는 가치를 높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고가 전략이 중국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완전히 상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중국 업체들의 기술 수준이 높아지고 고급 전기차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포르쉐가 기존 브랜드 프리미엄만으로 높은 가격을 정당화하기는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전통적인 주행 성능과 브랜드 역사에 더해 현지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디지털 경험과 전동화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남는다.

포르쉐의 중국 시장 부진은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직면한 변화 축소판이다. 전동화는 장기적인 산업 흐름이지만, 전환 속도와 제품 구성은 시장마다 다르게 나타난다. 특히 중국처럼 현지 업체 기술 발전과 가격 경쟁이 빠르게 진행되는 시장에서는 기존의 브랜드 위상만으로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결국 포르쉐 전략 수정은 내연기관으로의 단순 회귀라기보다 중국 시장에서 약화한 경쟁력을 재정비하고 수익 구조를 바꾸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내연기관 상징성과 고성능 모델 수익성을 지키는 동시에 중국 소비자의 변화한 요구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대응하느냐가 향후 실적 회복을 좌우할 전망이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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