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 차이나] 中 XR 산업, 하드웨어 경쟁 넘어 수익화 시험대…AI 안경·실감형 콘텐츠가 승부처

중국 확장현실(XR) 산업이 하드웨어 중심 기술 경쟁에서 실질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사업 모델 경쟁으로 전환하고 있다. 가상현실(VR) 헤드셋 시장은 위축되는 반면에 증강현실(AR) 안경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박물관과 관광지를 중심으로 한 대공간 실감형 콘텐츠는 입장료와 현장 운영 수익을 기반으로 상업화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다만 출하량 증가가 기업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2026년 중국 XR 산업 핵심 과제는 기술 우위보다 지속 가능한 현금흐름 확보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집계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글로벌 VR 헤드셋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 감소한 반면에 AR 기기 출하량은 138% 증가했다. IDC 기준 글로벌 스마트 안경 출하량은 354만7000대로 35.3% 늘었다. 중국 스마트 안경 시장도 상반기 판매량이 전년 대비 거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뤄투테크놀로지는 중국의 상반기 스마트 안경 판매량을 90만9000대, 판매액을 18억8000만위안으로 추산하고 연간 판매량을 320만대로 전망했다.

그러나 성장세는 균일하지 않다. 중국 스마트 안경 온라인 소매 판매량은 7월 7만4000대로 전년 동월 대비 15.3%, 전월 대비 20.9% 감소했다. IDC 집계에서도 중국 시장은 2분기 들어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했다. 시장이 확대되는 동시에 초기 수요가 조정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디스플레이를 탑재하지 않은 AI 안경과 정보를 시야에 표시하는 AR 안경 사이 제품 구성, 가격대, 사용 목적이 달라 시장 전체 성장률만으로 사업성을 판단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썬더버드 이노베이션 AR 안경 홍보몰. 〈출처:36Kr〉
썬더버드 이노베이션 AR 안경 홍보몰. 〈출처:36Kr〉

중국 업체들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해 제품과 생태계 전략을 다변화하고 있다. 선더버드 이노베이션(雷鸟创新)는 2026년 1분기 중국 및 글로벌 AR 안경 출하량 1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으며, 이용자 수는 50만명을 넘어섰다. 8999위안에 출시된 X3 Pro는 정부 보조금 적용 시 7649위안에 판매되고 있으며, 8월 공개된 iO 시리즈는 1996위안부터 가격을 책정해 진입 장벽을 낮췄다. 고급형과 보급형 제품을 동시에 운영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는 전략이다.

로키드(Rokid)는 하드웨어 자체보다 생활 서비스와 결합에 무게를 두고 있다. 스마트 안경을 알리페이 결제, 가오더 지도 내비게이션, 징둥의 상품 인식 및 구매 서비스와 연동하고, 자체 운용체계 YodaOS에 딥시크·첸원·더우바오 등 중국 AI 모델을 통합했다. 안경을 단순한 음성 인터페이스나 정보 표시 장치가 아니라 결제와 검색, 이동, 쇼핑을 연결하는 서비스 플랫폼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샤오미도 1999위안부터 시작하는 AI 안경을 출시했으며, 징둥 예약 물량이 2만5000건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엑스리얼(XREAL)의 XREAL 1 Pro. 〈출처:36Kr〉
엑스리얼(XREAL)의 XREAL 1 Pro. 〈출처:36Kr〉

엑스리얼(XREAL)은 해외 시장과 공간 컴퓨팅 분야를 공략하고 있다. 2026년 1월 1억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했으며, 4월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구글과 협력한 AR 안경 프로젝트도 추진하고 있다. 피코(PICO)는 MR 헤드셋을 중심으로 차세대 공간 컴퓨팅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다만 플래그십 제품의 출시 일정이 조정되는 등 소프트웨어 완성도와 사용자 경험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중국 XR 시장은 가볍고 일상적인 AI 안경과 고성능 MR 헤드셋으로 전략이 분화되는 모습이다.

산시성 진시황릉 체험 콘텐츠인 '병마용의 기묘한 밤' 〈출처:36Kr〉
산시성 진시황릉 체험 콘텐츠인 '병마용의 기묘한 밤' 〈출처:36Kr〉

하드웨어 업체들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실감형 콘텐츠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명확한 수익 모델이 등장하고 있다. 특히 문화유산과 관광지를 결합한 VR 대공간 사업은 이용자가 직접 입장료를 내는 구조여서 수익을 측정하기 쉽다. 산시성 진시황릉 관련 체험 콘텐츠인 '병마용의 기묘한 밤'은 2025년 관람객 30만명 이상을 유치했으며, 연간 매출은 1500만위안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관람객의 체류 시간이 기존 약 2시간에서 4.5시간으로 늘고 주변 음식점과 숙박업 매출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누적 투자액이 2억위안을 웃도는 만큼 매출 규모만으로 투자금 회수나 순이익을 단정할 수는 없다.

박물관과 관광지 XR 프로젝트도 확대되고 있다. 난징박물원과 상탕이 공동 개발한 AI·XR 전시 '관천하'는 10개월 동안 20만명 관람객을 유치했다. 둔황연구원은 막고굴 제61굴의 대공간 몰입형 콘텐츠 구축에 500만위안 예산을 편성했으며, 삼성퇴 문명의 '통천신수' 체험 콘텐츠는 여러 지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관련 연구기관 집계에 따르면 2026년 상반기 중국에서 새롭게 추진된 XR 대공간 프로젝트는 66개로, 역사·문화 소재가 약 29%를 차지했다. 관광 자원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사업이 늘고 있지만, 유사한 문화재를 소재로 비슷한 체험을 반복하는 콘텐츠 동질화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VR 영화 역시 제도권 산업으로 편입되는 중이다. 중국 국가영화국 영화 심사·허가 체계 아래 2026년 3월 말까지 VR 영화 200여편이 등록을 신청했고, 약 140편이 등록 접수증을 받았으며 37편은 상영 허가를 취득한 것으로 집계됐다. 6월에는 VR 영화용 헤드셋과 상영 시설에 관한 산업 표준이 시행됐다. 콘텐츠 제작과 상영 환경에 대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VR 영화관과 실감형 엔터테인먼트 시설 확장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정책과 자본도 산업을 뒷받침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가상현실 영화와 디지털 상영관, 재활 훈련, 특수교육, 현급 지역의 체험형 소비 등을 정책 의제로 다루고 있다. 베이징 경제기술개발구는 XR 스마트 단말기 관련 지원책을 마련했고, 항저우는 디지털 문화산업 육성을 추진하고 있다. 자금 조달 측면에서는 엑스리얼이 1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잉무테크놀로지와 마이크로 LED·광도파로 관련 기업들도 대규모 투자 유치에 나섰다. 다만 투자 유치 규모는 기업가치나 성장 기대를 반영하는 지표이지, 영업이익이나 현금 창출 능력을 직접 보여주는 수치는 아니다.

결국 중국 XR 산업 수익성은 하드웨어 판매량만으로 결정되지 않을 전망이다. 스마트 안경은 가격 인하 경쟁과 부품 원가, 연구개발비 부담을 극복해야 하며, MR 헤드셋은 무게와 배터리, 콘텐츠 생태계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대공간 콘텐츠 사업 역시 초기 시설 투자와 운영비를 감당하면서 관람객을 꾸준히 유치하고, 검증된 콘텐츠를 다른 지역에 반복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향후 시장에서는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하드웨어를 결제·검색·내비게이션 등 반복 사용 서비스와 연결하는 기업, 검증된 콘텐츠를 여러 지역에 복제해 운영 효율을 높이는 기업이 유리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XR 산업은 성장성만을 입증하는 단계를 지나 실제 수익성을 증명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기술 경쟁의 승자가 곧 시장의 승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속적인 이용과 반복 구매, 콘텐츠 재방문을 통해 현금을 만들어내는 사업 모델을 확보하는 기업이 다음 성장 국면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전자신문과 36케이알이 공동 기획한 기사입니다.

김현민 기자 minki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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