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플라(대단하다)! 코리아 스타트업"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위치한 칼튼(Carlton)호텔. 눈부신 지중해 해변가가 바로 눈 앞에 펼쳐 있지만 미래창조과학부가 글로벌 창업 지원 차원에서 NIPA-요즈마그룹 공동 기획으로 구성한 `글로벌 스타트업` 캠프에 참가한 10개 한국 스타트업에겐 `그림의 떡`일 뿐이다. 교육과 멘토링, 미팅으로 꽉 채워진 하루를 보내고 프로그램 하이라이트인 `파이널 데모데이`를 준비하려면 식사할 시간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호텔 로비에서 업체별로 삼삼오오 모여 새벽까지 일하는 모습이 분주했다. 소셜크라우드 기프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아마이기프트의 박용준 CTO는 “아침 6시부터 시작된 일정이 새벽 3시 넘어서야 끝났지만 마무리 작업을 위해 쉬지도 못한다”며 “몸은 고되지만 마음만은 뿌듯하다”고 웃었다.

"니플라(대단하다)! 코리아 스타트업"

◇NIPA-요즈마그룹 액셀러레이터, 확실히 달랐다

테르텐, 텔레톡비 등 국내 유명 스타트업이 텔아비브에 도착한 것은 지난달 26일. 한 달여간 업체당 100여개가 넘는 벤처캐피털(VC)과 미팅을 가졌다. 한국에 있었다면 불가능한 스케줄이다. 그야말로 요즈마그룹을 통해 `액셀러레이팅(가속)`인 한 셈이다. 주말이라고 쉬는 법도 없다. 컨설팅 받은 내용을 기반으로 사업 모델을 갈고 닦아야 한다.

멘토진 면면도 화려했다. 이갈 에를리히 요즈마그룹 회장이 `멘토진들의 멘토`가 되어 직접 진두지휘를 하는가 하면, 창업 벤처를 10년 만에 나스닥에 상장해 6억7500만달러에 매각시킨 로니 아이나브 고문이 지속적으로 조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텔아비브대학에서 벤처학을 가르치고 있는 버락 밴 바이노함 어드바이저, 하이넨 디바이어 어드바이저 등 유수 멘토진이 1주일에 3∼4번씩 스타트업과 일대일 면담을 통해 사업 모델은 물론이고 피칭(발표연습)까지 컨설팅했다.

◇`니플라(대단하다), 코리아`

대망의 19일 텔아비브 대학 대강당. 프로그램 하이라이트인 데모데이가 열렸다. 현지 언론사도 취재를 올 만큼 분위기도 후끈 달아올랐다. 이갈 에를리히 회장, 슈밀 레빗 세퀘이야 이스라엘 지회장, `창업국가` 저자 사울싱어, 도브 모란 USB 최초 발명가, 로니 에이나브 나스닥상장 전문가, 요씨 스몰로 경제부 수석국장 등 VIP들이 빠짐없이 참석했기 때문이다.

형식적인 데모데이가 아니었다. 날카로운 질문이 이어졌다. “서비스 모델이 진입 장벽이 낮은데 글로벌 대기업의 공세에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로니 아이나브)” “국가별 모델 규격 인증이 다른데 준비하고 있나(보아즈 골드스미스)” 등 글로벌 진출에 대한 방법론이었다. 커빙을 서비스하는 내일비에 “공개된 API가 갑자기 폐쇄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과 함께 유료모델 전환에 대해서도 큰 관심이 모아졌다.

◇토종 스타트업 “성공적인 첫 단추 끼웠다”

실질적인 성과가 없다면 공허한 외침에 불과하다. 불과 한 달여 만에 10개 업체 중 8개가 파트너를 찾았고 절반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대표적인 업체는 테르텐이다. 윤석구 공동 대표 데모데이 발표 직후 멘토단의 찬사와 더불어 명함 세례를 받았다. 날카로운 질문을 거듭하던 멘토도 “이 기술력이라면 이스라엘을 통해 미국으로 진출해도 손색이 없다”고 입을 모을 정도였다. 이영 공동 대표는 “이스라엘에는 구글, IBM, 인텔 등 글로벌기업이 R&D 센터를 둬 기술적인 이야기를 많이 나눌 수 있었다”며 “캠프를 통해 의사 결정권자를 만나 30분 정도면 모든 가부가 결정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 남은건 확인 차원의 테스트 정도”라고 밝혔다.

힐링페이퍼는 이스라엘 스타트업 큐어닷엠디(Qure.md)와 MOU를 체결했다. 힐링페이퍼는 환자와 보호자, 큐어닷엠디는 의사간 소통창구를 표방하기 때문에 유관 분야에서 조인트벤처 등을 구성해 공동 펀딩도 받고 글로벌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박기범 대표는 “한국과 이스라엘에서 각각 사업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 대한 논의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이스라엘 최대 규모의 VC인 피탕고 회장과 미팅을 가졌다. 현용준 싸이월드 창업자도 미시팻(MISHPAT)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 이스라엘에 방문했다. 현재 진행 중인 `피플웨어` 사업 모델에 대한 고도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이원재 요즈마그룹 한국지사장은 “요즈마그룹이 보유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통해 한국 스타트업이 세계로 진출하고 이스라엘 우수 업체와 조인트벤처를 만든다면 상상할 수 없는 시너지가 나올 것”이라며 “단발성으로 끝나지 않고 마지막까지 10개 벤처를 지원해 해외에 진출하고 성공할 때까지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텔아비브(이스라엘)=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