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산책]초미세먼지, 열쇠는 과학 지식이다

[과학산책]초미세먼지, 열쇠는 과학 지식이다

최근 극심한 스모그, 자동차 디젤입자, 석탄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황산염, 주방 조리 시 생성되는 입자 등 매우 다양한 형태의 초미세먼지가 일상생활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지난 6월 3일 미세먼지 관리 특별 대책을 내놓는 등 초미세먼지는 매우 중요한 사회문제 현안으로 떠올랐다. 지금까지 환경부가 많은 비용을 들여서 대기 질을 관리한 결과 서울의 공기가 과거에 비해 많이 깨끗해진 것을 누구나 인정할 것이다.

다만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외부 요인에 대한 우려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유발하고 있다. 그 예로 2013년 중국에서 발생한 극심한 스모그 현상이나 독일 자동차회사 디젤 스캔들을 들 수 있다. 특히 독일 회사의 디젤 스캔들이 터짐으로써 도시 지역의 주된 대기오염물질 배출원인 자동차가 고농도 미세먼지 오염 주범으로 주목받게 된 계기가 됐다. 정부에서 지난달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 세부이행 계획을 발표했지만 국민은 아직 못미더워하고 있다. 우리가 초미세 먼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나온 대책이기 때문이다.

왜 눈에 보이지도 않는 초미세먼지로 온 국민이 허둥대는 모습을 보이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통상 미세먼지는 담배연기나 자동차 매연처럼 연소에 의해 직접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장이나 자동차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황, 질소산화물, 휘발성유기화합물 등이 기체 상태로 대기 중에 배출된 후 물리·화학 반응을 거쳐 고체 상태로 바뀌어 발생하는 초미세먼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이 초미세먼지를 굴뚝이나 자동차 배기관에서 직접 배출된 초미세먼지와 구별해 이차생성 초미세먼지라고 한다. 문제는 이러한 이차생성 초미세먼지가 대기 중 초미세먼지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즉 이 부분을 간과하고서는 제대로 된 초미세먼지 관리가 어렵다는 뜻이다. 물론 대기환경 전문가도 이차 초미세먼지가 생성되는 모든 경로를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가 대기환경 선진국으로 나아가려면 반드시 풀어야 할 과제임에는 틀림없다.

아는 것이 힘이다. 우리가 아는 만큼 초미세먼지 오염 문제를 더 잘 관리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초미세먼지에 대해 명명백백하게 파헤칠 수 있는 도구는 과학임에 분명하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에서는 과학 지식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특별대책에 미세먼지의 원인 규명과 기술 개발을 포함시킨 가운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연구기획 작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연구 결과는 국민에게 초미세먼지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대기오염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에도 희망의 모델이 될 수 있다. 현재 초미세먼지 관리 대책이 미덥지 못한 것은 정부나 기업만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가 모르는 것이 아직 많기 때문이다.

과학자들이 초미세먼지의 정체를 밝혀 나가려면 정부와 기업의 든든한 후원과 국민의 지지 및 격려가 필요하다. 국민과 국가, 기업이 함께할 때 더욱 높은 효율을 거두고 시행착오가 적을 것이다. 미세먼지라는 안갯속 미로를 과학기술이라는 지도를 이용해 헤쳐 나간다면 그 길의 끝에는 안개가 걷힌 맑은 하늘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배귀남 KIST 녹색도시기술연구소 환경복지연구단장, gnbae@kist.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