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하는 로봇 휴보(HUBO)`
휴머노이드 로봇 `휴보`가 지난 3일 서울에서 실제 자동차를 몰며 운전하는 시연을 했다.
3일 오후 5~6시에 서울 코엑스 앞 특설무대와 영동대로에서 `2016 미래성장동력 챌린지퍼레이드(이하 챌린지퍼레이드)`가 열렸다.
챌린지퍼레이는 지난해 처음 개최된 행사로 자율주행차와 드론의 도심 내 실도로 최초 주행과 박람회장 내 자율주행차 시승이 열렸다.
올해는 미래성장동력 19대 분야 중 실감형콘텐츠와 지능형로봇, 스마트자동차, 고기능무인기를 중심으로 도심 내 실도로에서 미래에 실현될 기술을 시연했다.
휴보는 이날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조수석에 태우고 운전을 했다. 이후 심현철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의 운전로봇(DRIBOT)도 현대자동차의 100% 전기차 아이오닉을 직접 운전했고, 최 장관은 옆에 앉아 시승했다.
미래부 관계자는 “로봇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면서 “그 기능 중 하나가 운전이고, 드라이봇은 항공기 조정도 가능한데 `상하이 콘퍼런스`에서 시뮬레이터이긴 하지만 항공기를 조정했다”고 말했다.
휴보는 휴머노이드(Humanoid)와 로봇(Robot)의 합성어로, 2004년 12월 오준호 KAIST 기계공학과 교수팀이 개발한 인간형 로봇이다. 연구팀은 2002년 1월 인간형 로봇 개발을 시작해 2002년 8월 국내 첫 인간형 로봇인 KHR-1의 몸체를 만들었다. 이듬해인 2003년 1월에는 KHR-1을 걷게 했다. 2003년 12월 KHR-2의 몸체를 제작했다. 2004년 8월 KHR-2는 줄을 끊고 걷기 시작했다. 이 KHR-2를 발전시킨 모델이 휴보이다. 이 로봇은 초창기에 키 120㎝ 몸무게 55㎏이었다. 2015년 키 168㎝, 몸무게 80㎏으로 다시 태어났다. 겉보기엔 한결 날씬해졌지만 훨씬 강한 힘과 안정적인 보행으로 거듭났다. 공식 애칭은 `DRC휴보Ⅱ`로 불린다.
초창기에는 41개의 전동기(모터)를 갖고 있어 몸을 자연스럽게 움직일 수 있고, 따로 움직이는 손가락으로 `가위 바위 보`도 할 수 있다. 인간과 블루스도 출 수 있으며, 손목에 실리는 힘을 감지하여 악수할 때 적당한 힘으로 손을 아래위로 흔들기도 한다. 최근 휴보는 두 손을 모아 하트모양을 그리고 춤을 추기도 한다.
휴보는 지난해 세계 우수 로봇들과 경쟁해 미국 다르파 대회에서 우승했다. 다르파 대회는 2011년 일어난 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기획됐다. 미국 국방성 산하 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하고 재난 현장에서 사람을 대신해 구난 임무를 할 수 있는 실력을 겨루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즉 세계 최고 성능의 재난로봇을 가리는 대회다.
고장 난 원자력 발전소 현장에 로봇이 사람 대신 들어가 냉각수 밸브를 잠그고 나오는 것이 목적이다. 차량 하차, 밸브 잠그기, 장애물 치우기, 벽에 구멍 뚫기 등 8가지 과제를 얼마나 빠른 시간에 수행했는지에 따라 순위를 갈린다. 대회 참가 로봇은 직접 자동차를 운전하고 험한 땅을 걸어가야 하며 사다리를 기어서 올라가 냉각수 밸브를 잠그는 등 어려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휴보는 다르파 예비경기에서는 9등을 했다. 하지만 본선에서 1등을 하면서 독보적인 기술을 과시했다. 휴보는 차량을 스스로 운전해 경기장에 문을 열고 들어간 뒤, 밸브를 잠그고 계단을 오르는 등 8개 과제를 44분 28초에 완수했다. 총 24개 팀 중 8가지 과제를 모두 수행한 로봇은 단 3대였다. 이 3대 로봇 가운데 휴보가 1위를 기록했다.
휴보는 차에서 직접 뛰어내리는 동적하차방식을 구현할 수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이족보행이면서 바퀴보행으로 형태 변환이 가능한 것이다. 휴보 시스템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오준호 KAIST 교수는 “휴보를 뛰어넘는 새로운 인간형 로봇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면서 “다르파에서 배웠던 경험을 바탕으로 좀 더 실용적이고 성능이 좋은 형태의 필드 로봇을 개발하기 위한 원천기술 연구에 집중하고 있으며 2~3년 내에 발전된 형태의 로봇이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휴보처럼 다리가 달린 이족형일수도 있고 아예 개념이 다른 사족형, 바퀴 굴리는 형이 될 수도 있는데 재난, 작업, 물류 등 각종 현장에 적합한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