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26>생산기술-자율생산 체계와 3D프린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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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구 박사의 4차 산업혁명 따라잡기]<26>생산기술-자율생산 체계와 3D프린팅

2013년 2월 13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의회에 국정을 보고하면서 거의 모든 것을 만드는 잠재된 혁신 기술로 3D프린팅을 언급했을 때만 해도 4차 산업혁명을 떠올린 사람은 많지 않았다. 3D프린팅은 2차원(2D)의 구조를 쌓아올려 3차원(3D) 구조물을 만드는 적층제조 기술의 하나다. 복사지 한 장의 두께는 얇지만 300장을 쌓으면 두꺼운 한 팩이 되는 것과 같다. 구조물의 형상을 여러 층으로 나누어 각 장에 인쇄하고 형상이 아닌 부분을 오려낸 다음 피라미드처럼 차례로 쌓아올리면 3차원 형상을 띤 구조물이 된다. 이처럼 원리가 단순한 기술이 왜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생산 기술일까.

생산 방식 변화로 산업혁명을 구분할 정도로 새로운 생산 방식은 제조 혁신의 출발점이 된다. 1차 산업혁명은 금속(철) 소재의 새로운 가공 기술이 기반으로 작용했다. 강철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됐고, 금속소재를 가공하는 선반이 이때 개발돼 지금도 쓰이고 있다. 증기엔진을 장착한 대형 단조기로 철의 성능을 개선했고, 섬유 산업은 물론 농업 분야에 이르기까지 혁신을 불러왔다. 2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제품(부품) 표준화와 규격화가 자리 잡았고, 컨베이어 벨트 생산 기술을 도입해 이른바 대량생산 시대를 열었다. 3차 산업혁명에서는 사람 대신 작업용 로봇이 컨베이어 벨트 옆에 늘어선 자동생산 체계가 자리 잡았다. 4차 산업혁명에서는 작업용 로봇이 인공지능(AI)으로 무장하고 생산 라인 전체가 사물인터넷(IoT)에 연결돼 자율 운전되는 자율생산 체계가 구축될 것이다. 인구가 급증했지만 대량 제조로 얻을 수 있는 안정된 품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윤택하고 편리한 삶을 누릴 수 있게 됐고, 그러한 생산혁명이 지금까지 진화해 온 원동력이었다.

자율생산 체계에서는 주문량, 부품 수급 등 환경 변화에 스스로 대응해서 생산 라인 가동이 자율 조정되고,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하는 기계들처럼 필요에 따라 생산 라인이 유연하게 바뀌어 소수의 생산 기기가 여러 종류의 제품을 생산하게 될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도 대량생산 체제는 여전히 필요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환경 친화형 공정과 더욱 저렴한 가격 및 안정된 품질 등 변혁을 필요로 한다.

4차 산업혁명에서 생산 방식은 대량생산 체계 자율화만으로 향상시킬 수 없는 생산성 향상의 한계를 뛰어넘을 새로운 생산 기술 접목이 필요하다. 동시에 소비자별 주문을 현장에서 즉시에 소화해 낼 수 있는 맞춤 제조, 현장 제조, 즉시 제조와 같은 새로운 요구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후자는 가내공업 시대에나 있었을 법한 얘기지만 소비자 중심 생산 방식은 이미 일반화됐으며, 이런 요구에 대응하는 혁신 생산 방식이 바로 3D프린팅이다.

3D프린팅은 복잡한 형상의 부품을 분할하지 않고 한 번에 제조함으로써 설계의 한계를 완전히 제거한 기술이며, 고객의 다양한 수요를 수용해 낼 수 있는 기술이다. 또 빅데이터, 인공지능(AI), 나노소재 등 다양한 신기술을 받아들여 스스로 진화할 수 있는 특성이 있어 단순한 하나의 제조 방식이 아니라 생산혁명을 일으킬 혁신 기술이다. 3D프린팅은 시제품을 신속하고 값싸게 제조해서 시험 용도로 활용되는 등 대량생산 체계에 빠르게 융합되고 있다. 또 값비싼 특수 용도가 아니라 나만의 액세서리나 맞춤 운동화를 만들고, 가스터빈 부품이나 로켓 노즐을 현장에서 보수하는 등 일반 용도로 확장되고 있다. 자율생산 방식이 지금까지 대량생산 체계의 연장선상에서 효율성을 더욱 개선한 방식이라면 3D프린팅 방식은 4차 산업혁명에서 새롭게 자리 잡은 생산 방식이다. 다음 주에는 4차 산업혁명 시대 속도를 따라잡는 수단인 플랫폼에 대해 알아본다.

박종구 나노융합2020사업단장, '4차 산업혁명 보고서' 저자

jkpark@nanotech2020.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