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이' 일방 상장 논란…그라운드X-피어테크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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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암호화폐거래소 지닥(운영사 피어테크)이 암호화폐 '클레이'를 지난 14일 원화마켓에 상장했다. 상장을 두고 카카오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가 강력 반발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국내 주요 암호화폐로 주목받는 클레이와 업계 주요 플레이어인 그라운드X가 직접 연관돼 파급력이 커지고 있다. 같은 이슈가 재발하지 않도록 업계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7일 복수 업계 고위 관계자는 그라운드X와 피어테크의 파트너십 파기를 두고 서로 다른 반응을 보였다.

그라운드X와 피어테크는 본래 파트너였다. 양사는 그라운드X가 조성하는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생태계를 확대하기 위해 지난 2월 손 잡았다. 관계는 불과 3개월 만에 깨졌다. 지난 14일 클레이 상장 직후 그라운드X는 피어테크와 파트너십을 즉각 종료했다.

쟁점이 되는 것은 '일방 상장' 논란이다. 거래소가 유망 프로젝트를 충분한 협의 없이 단독 상장한 것이다. 지난해 코인원의 코스모코인 상장 당시 같은 논란이 일었다. 업계에서는 종종 유사한 논란이 일곤 했다. 다만 이번 사태처럼 주목도, 파급력이 크진 않았다.

그라운드X 측은 피어테크와 클레이 국내 상장 협의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파트너사임에도 불구하고 독단 행동에 불만을 드러냈다. 클레이 상장 전부터 수차례 '파트너십 파기' 경고를 보낸 이유다.

반면에 피어테크는 유망 프로젝트를 거래소에 상장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고 반박했다. 오픈소스, 탈중앙화를 기반으로 하는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거래소 상장 결정은 문제될 게 없다는 의견이다.

한승환 피어테크 대표는 자신의 SNS에서 “거래소는 독립적 검증, 심의기관으로 역할한다. 심사 대상에 상장이나 상장폐지 여부 최종 결정을 위임하지 않는다”면서 “(상장에 대한) 최종 결정은 지닥에서 독립적 의사결정권을 갖고 진행한다”고 피력했다.

실제 업계에선 거래소 상장 규정, 업계 자율 가이드라인이 없다. 이번 상장은 원칙적으로 따졌을 때 문제 소지는 없다. 소위 '상도덕'을 중시하는 기존 비즈니스 관행과 블록체인이라는 특수한 생태계가 전면 충돌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좋은 케이스는 프로젝트 팀과 거래소가 충분히 협의해서 상장을 거치는 것”이라면서도 “전통 비즈니스 관행으로 접근한다면 지닥의 방식은 유감스럽다. 그러나 블록체인 생태계를 고려하면 단독 상장은 거래소의 당연한 권리”라고 말했다.

양사 진통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그라운드X는 '지닥에 상장된 클레이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공지사항을 올리면서 갑론을박은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지닥은 즉시 '지닥에 상장된 클레이. 진짜 클레이인지 확인하는 법'이란 공지사항으로 맞받아쳤다.

양사 불협화음으로 암호화폐 투자자는 혼선이 가중되고 있다. 상장 방식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영호기자 youngtige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