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정책포럼]<127>초저출산 사회, 육아친화형 에코·소셜·스마트시티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 소장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는 어떤 사회에서 살게 될 것이며, 육아는 어떻게 달라질까. 미래 육아정책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전 세계에 걸친 유례 없는 초저출산 사회에서 스마트시티와 육아는 어떤 관련성이 있을지 생각해 본다. 스마트시티 정책에 아동 최우선이라는 국제사회 가치와 일·가정 균형이라는 사회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미래 사회의 주거 공간인 스마트시티에는 자율주행차가 다니고 지능형 로봇이 배치되고 스마트공장이 들어서서 수많은 자료가 빅데이터로 수집·활용될 것이다. 유발 하라리는 과학기술 발전이 인류의 일자리·자유·평등 등 삶의 기본 구조마저 바꿔 놓을 것이고, 인류는 기술의 노예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과학기술로 인한 편의를 누리겠지만 동시에 인간이 기술에 종속되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스마트시티 사업을 보면 그곳에서 살아갈 시민보다 자율주행차 같은 기술이 주역이 된 듯하다. 사람을 최우선 가치에 두는 기술 발전과 활용이 필요하다.

스마트시티 지향점은 삶의 질 향상에 있다. 과학기술정책과 사회정책의 융합 접근이 있어야 한다. 육아도 마찬가지다. 오스트리아 빈의 아스페른과 프랑스 파리의 이시레물리노는 스마트시티에 아동 권리와 육아 가치를 어떻게 담아내야 하는지 많은 시사점을 준다. 스마트시티정책과 육아정책 융합, 사람 중심 '육아친화형 에코·소셜·스마트시티'다.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이러한 도시를 구상할 때는 첫째 시민 삶의 질 향상을 스마트시티 목표로 설정할 필요가 있다. 두 스마트시티 모두 '생활·일·공유'를 중시한다. 라이프스타일 허브 역할을 강조하고(아스페른), 일자리 창출을 주요 목표로 둔다. '공유'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제, 사회, 기술로 중요한 사회 가치가 될 것이다. 육아정책은 일과 가정 양립을 지원하는 주요 정책의 하나다. '워라밸'을 지원하는 스마트시티라면 출산과 육아에도 호영향을 미칠 것이다.

둘째 아동 권리 기반의 '육아친화형' 스마트시티를 구현할 필요가 있다. 육아친화형이라 하면 '아동은 물론 육아하는 당사자에게도 친화 형태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사회 인프라와 문화를 갖춘'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걸어서 10분 거리 스마트스쿨, 안전한 도로·교통, 과학기술을 활용한 교육인프라 등에서 이들 도시의 아동과 육아 철학을 읽을 수 있었다. 아동권리 보장과 육아 부담을 나누는 것은 언제나 중요하다.

<전자신문DB>
<전자신문DB>

셋째 인간 소외와 불평등이라는 사회문제 해결에 관심을 기울이는 포용형 '소셜' 스마트시티가 돼야 한다. 이 도시의 인프라와 공간 배치에서 소통, 평등, 어울림이 읽힌다. 크고 작은 면적의 집을 겉으로는 잘 구분되지 않게 혼합 배치하고, 장애인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전용 건물을 짓고, 마을 중심에 광장을 만들어서 모든 길을 연결한다. 다양한 계층과 배경의 사람들을 도시 안으로 포용한다. 아이들의 출발선 평등을 실현할 도시다.

넷째 인류와 자연이 공존하는 친자연·친환경 '에코' 스마트시티가 돼야 한다. 첨단과학 도시이지만 인공 조성인지 자연 그 상태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로 호수와 녹지의 자연이 돋보인다. 패시브하우스, 쓰레기 수거·재생시스템, 태양열, 폐수와 빗물을 재생에너지로 활용한 시설 등 도시 구석구석에서 탄소 배출을 억제한다. 기술로 회복된 자연 생태와 깨끗한 환경은 아이의 건강 성장·발달과 교육에 더 없이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 핵심 기술을 아이 돌봄과 교육, 육아에 충분히 활용하는 스마트시티가 돼야 한다. 사물인터넷(IoT)·인공지능(AI)·가상현실(VR)·로봇 등의 기술 발전을 불평등 심화가 아닌 모든 아이를 위한 평등과 기회로 삼아 육아 부담을 덜면서도 아이들을 더 잘 기를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들어 가는 데 사용해야 할 것이다.

미래 도시 모델이 될 스마트도시 조성에는 인간과 삶에 대한 철학이 필요하다. 아이가 행복하고 육아가 행복한, 사람 우선 가치를 장착한 스마트시티를 만나고 싶다.

백선희 육아정책연구소장 shbaek@kicce.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