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크롬캐스트 왜 돌풍인가···`코드커팅` 시작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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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료방송 "가입자 뺏길라" 긴장

구글 크롬캐스트
 자료:구글플레이
구글 크롬캐스트 자료:구글플레이

미국에서 수백만대 판매를 기록한 동글형 오버더톱(OTT) 구글 크롬캐스트가 국내 미디어 시장에서도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정식으로 국내 시장에 출시된 후 불과 한 달여 만에 2만대에 육박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크롬캐스트가 국내 OTT 시장 활성화의 물꼬를 트면서 향후 유료방송 시장에 ‘코드커팅(Cord Cutting:가입탈퇴)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제기됐다.

◇크롬캐스트, 국내서도 열풍

크롬캐스트는 구글이 지난해 7월 출시한 일종의 미디어 플레이어 장치다. 인터넷 프로토콜(IP)을 활용한 스트리밍 방식으로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TV 수상기에 전송한다.

USB 메모리와 비슷한 7.2㎝ 크기로 제조돼 간편하게 휴대 할 수 있으며, TV HDMI 단자에 꼽아 손쉽게 사용할 수 있다. 35달러(약 3만6000원)에 불과한 저렴한 판매가격도 강력한 경쟁력이다. 크롬캐스트가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무려 270만대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다.

국내에서도 뜨거운 반응이다. 지난달 14일 판매를 개시한 크롬캐스트는 채 한 달이 지나기 전에 온·오프라인 유통 채널을 합쳐 약 2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TV 시청 의존도가 높아 OTT 사용자가 적은 국내 미디어 시장 특성과 미국 보다 다소 비싼 4만9900원에 판매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전문가들은 TV 수상기가 아닌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모바일 플랫폼으로 방송 콘텐츠를 소비하는 20~30대 시청 행태가 크롬캐스트의 성장세를 이끈 것으로 풀이했다.

최성진 서울과학기술대학교 IT정책전문대학원장은 “TV 수상기로 구축된 기존 시청 행태가 모바일 플랫폼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며 “젊은 층으로 구성된 얼리어답터를 중심으로 크롬캐스트 판매량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구글코리아가 추진한 공격적 마케팅 전략도 주효했다. 구글코리아는 애플리케이션 장터 구글 플레이과 함께 G마켓, 옥션, 하이마트 등 국내 주요 대형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에서 크롬캐스트를 판매한다. 국내 OTT 제조업체가 시장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워 일부 종합몰에서만 판매하는 것과 대조된다. 최근에는 포털 네이버 메인화면에 광고를 집행하며 판매량 확대에 팔을 걷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에서 인기를 끈 크롬캐스트는 다수 언론에 보도되고, 해외직구 사용 후기 등이 온라인에 노출되며 출시 전부터 관심을 모았다”며 “구글코리아의 공격적 마케팅 전략과 국내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채널의 판매 노하우가 시너지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코드커팅 발생할까

유료방송업계는 크롬캐스트 등 OTT 서비스가 대중화되면 ‘코드커팅’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한다. 코드커팅은 유료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대거 해지하고 새로운 미디어로 이동하는 것을 뜻한다.

실제 미국은 크롬캐스트, 넷플릭스 등이 등장하면서 대규모 코드커팅 현상이 발생했다. 시장조사업체 익스페리언(Experian)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760만에 달하는 가입자가 유료방송시장에서 이탈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전체 가구 수 가운데 6.5%에 달하는 수치로 지난 2010년 대비 44% 증가했다. 이 가운데 넷플릭스, 훌루 등 스트리밍 방식 인터넷 TV를 선호하는 만 35세 이하 세대의 코드커팅 비율은 전체 평균의 갑절 수준인 12.4%로 집계됐다. 젊은 시청자를 중심으로 OTT 서비스 이용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국내 방송 시장에서도 앞으로 코드커팅이 일어날 우려가 있는 이유다.

유료방송업계와 학계는 당분간 국내 방송시장에서 OTT 서비스 때문에 코드커팅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국내 유료방송 이용료가 미국보다 현저히 싸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유료방송 평균 이용료는 4만170원으로 나타난 미국의 30% 수준인 1만1900원이다. OTT 이용료는 5150원으로 유료방송 절반 수준이지만 지상파 콘텐츠 선호도가 높은 40대 이상 중·장년층을 끌어들이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학계의 중론이다. 현재 국내에 출시된 OTT 서비스는 저작권을 둘러싼 지상파와 유료방송업계 간 갈등 탓에 지상파 콘텐츠는 제공되지 않는다.

최성진 원장은 “국내 유료방송 요금이 상당히 저렴하기 때문에 크롬캐스트가 코드커팅을 촉발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도 “앞으로 다양한 OTT 제품이 출시되고 콘텐츠 분량이 늘면 젊은 시청자를 중심으로 코드커팅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구글 크롬캐스트 상세 기술규격(스펙)>



〃구글 크롬캐스트 상세 기술규격(스펙)


<세계 오버더톱(OTT) 이용자 수 및 매출규모 변화 추이(단위 억명·억달러) / 자료: ABI리서치 ‘OTT와 멀티미디어 서비스’>



세계 오버더톱(OTT) 이용자 수 및 매출규모 변화 추이(단위 억명·억달러) / 자료: ABI리서치 ‘OTT와 멀티미디어 서비스’


윤희석기자 pioneer@etnews.com